정치 제 1308호 (2020년 12월 23일)

윤석열의 싸움 기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통할까 [홍영식의 정치판]

기사입력 2020.12.19 오후 05:21

[홍영식의 정치판]


‘인파이터’ 추미애도 나가떨어져…‘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속 與 “밀리면 레임덕” 배수진


윤석열의 싸움 기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통할까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 정부 출범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고 서울 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뒤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진두지휘했다. 여권이 ‘정의로운 검사의 아이콘’으로 치켜세운 윤 총장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그런 윤 총장이 문재인 정권과 본격 대립각을 세운 것은 취임 한 달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발탁되면서다. 그는 조 전 장관의 기용에 대해 청와대에 부정적인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측은 부인했지만 조 전 장관과 친한 여권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가족과 관련해 제기되는 혐의가 불러올 파장이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조 전 장관이 취임하면 수사가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나도 조 전 장관에게 장관직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밀어붙였고 윤 총장은 ‘법대로’ 대응하면서 여권과 윤 총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여권과 윤 총장이 갈라서게 된 또 다른 배경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한 검찰 수사권 약화가 꼽힌다. 윤 총장과 대학 동기이며 절친으로 통하는 한 법조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윤 총장의 지론은 법치, 검찰 중립성이다. 정권에 관계없이 ‘사람에 충성 안 한다’고 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강하다. 변호사를 하다가 다시 검찰에 돌아온 것도 그런 자긍심 때문이다. 적폐 청산 최선봉에 선 것도, 조 전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 여권이 검찰 수사권에 힘을 빼는 것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좋게 볼 수 있겠나.”



 결국 조 전 장관은 윤 총장의 검찰과 부딪친 끝에 두 달 만에 ‘검찰 개혁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퇴했다. 여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카드로 윤 총장과 맞서게 했다. 추 장관은 ‘인파이터’답게 윤 총장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여간해서 ‘아웃복서’ 윤 총장을 파고드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추 장관, 윤 총장에게 판판이 밀려…징계 얻어내고 사의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을 내리기 전까지 추 장관은 판판이 판정패 당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 조치라는 강펀치를 날린데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고검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검찰 고위 간부와 평검사 전원이 직무 정지에 반대했다. 대검차장은 추 장관에게 재고를 요청했고 법무부 차관은 사퇴했다. 변호사 단체와 대한법학교수회도 총장 직무 정지는 위법이라고 했다. 판사회의에서는 ‘판사 문건 입장 표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역시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6전 6패였던 셈이다.



 추 장관은 절차적 정당성, 위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원회를 추진했고 윤 총장의 정직 2개월을 이끌어 낸 뒤 물러나겠다고 했다. 결국 윤 총장과의 대결에서 조 전 장관과 추 장관 등 두 명의 법무부 장관이 나가떨어진 꼴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권력 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선 비판도 나온다. 한 의원은 “검찰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정교한 면도날을 들이대야 할 때도 도끼만 휘둘렀다”고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물러나지 않고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윤 총장은 징계 받은 다음 날 서울행정법원에 정직 2개월 처분의 취소와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장을 냈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 업무에 복귀한다.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본안 소송 격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된다.



 이는 ‘추미애 대 윤석열’ 대결 구도가 ‘문 대통령 대 윤 총장’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가 예선전이라면 후자는 본선이다. 윤 총장으로선 조 전 장관·추 장관과의 대결 때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이 됐다. 이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여권 전체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당장의 변수는 법원의 판단이다.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 여권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큰 흐름에서 보면 여론의 향방이 중요하다. 법적 다툼을 넘어 여권으로선 정권의 명운을 건 싸움이 돼 버렸다. 윤 총장은 이미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윤 총장에 대한 여권 공세의 강도는 더 세질 수밖에 없다. 윤 총장 징계에 맞춰 공수처 출범을 서두르는 것도 심상치 않다. 여권에선 윤 총장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만약 여기에서 밀리면 레임덕이 더 가속화하는 등 끝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권은 추 장관도 그만두는 마당에 윤 총장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여권이 법적 다툼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명분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장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2월 16일 윤 총장 징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강하다’는 응답이 49.8%로 ‘약하다(34.0%)’보다 많았다(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을 유력 대선 주자로 만들어 준 것도 여권이라는 역설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여권이 ‘윤석열 덫’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 총장, 맷집 대단…대통령과 대결에서 통할지는 미지수”



  여권으로선 윤 총장 건만 아니더라도 정권 말로 갈수록 온통 악재만 쌓이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 제1의 원인인 집값 상승은 전국 순회하듯 퍼지고 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한 여론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때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려줬던 남북한 이벤트는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 총장과의 싸움에서까지 진다면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



 윤 총장으로선 법적 다툼에서 이기면 명분도 얻고 정치적 힘은 더 세질 것이다. 다툼에서 진다고 해도 핍박 받는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대선 길로 향하는 데는 큰 장애물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려는 세력 사이에선 윤 총장의 박해받는 모습이 최정점에 달할 때 대선판에 나오도록 하는 시나리오가 나돈다.



 윤 총장도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학 시절부터 윤 총장과 잘 알고 지낸 4선 출신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선에 나올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법적 소송 뒤 직무에 복귀하더라도 월성 1호기 관련, 울산시장 선거 하명 수사, 라임·옵티머스 등 권력형 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공수처에 의해 막히고 바로잡는 노력이 안 통하면 결단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민심이 누구를 등에 올려 태울 것이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문 대통령은 무서운 분”이라며 “시대정신과 싸우고 있는 윤 총장은 자멸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윤 총장은 뚝심, 싸움 기술이 대단하다. 보통 맷집이 아니었으면 벌써 나가떨어졌을 것”이라며 “끝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과의 대결 모양새는 조 전 장관, 추 장관과의 싸움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여서 그의 싸움의 기술이 통하고 여론의 호응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는 차기 대선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8호(2020.12.21 ~ 2020.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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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12-23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