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코트·패딩 등 팔리는 연말이 매출 70% 차지
- 패션 기업 73%가 3분기까지 적자 상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패션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여름과 가을을 휩쓸고 간 긴 장마와 태풍으로 불황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대부분의 패션 업체들이 영업이익 하락과 적자 전환에 허덕인다. 그나마 겨울에 찾아온 강추위로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도 잠시, 이번에는 코로나19의 3차 유행으로 패션 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말 대목’이라는 말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고 생존을 위해 온라인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온라인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 ‘반짝 할인’, ‘특가 할인’ 등을 수시로 진행 중이다.
‘연말 대목’ 대신 찬바람만…‘반짝·특가 할인’ 온라인에 사활 건 패션업계
◆ 코로나19 재확산에 4분기도 암울

올해 3분기까지 패션 산업의 전반적인 실적은 최악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다 긴 장마로 외출 횟수가 줄어들면서 의류 구매율도 덩달아 낮아졌다.

실제 대부분의 상장 패션 기업들이 지난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매출 하락과 함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이 대폭 감소하면서 영업 손실과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40개 상장 패션 기업의 3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한국 패션 기업의 73%가 영업이익 적자나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패션 대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3분기 패션 대기업 5개사(삼성물산 패션·LF·코오롱인더스트리FnC·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들은 모두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먼저 삼성물산 패션은 14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 전환됐다. 매출은 7% 감소한 341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F도 2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9.1% 감소한 3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매출은 7% 감소한 3338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도 199억원의 영업 손실에 매출액은 4% 감소한 177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섬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612억원과 226억원을 기록해 각각 6.5%와 6.0% 줄어들었다. 여기에 디스커버리·MLB 등을 보유하며 K패션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F&F도 실적 부진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지난 3분기 F&F의 영업이익은 1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2% 급감했다. 매출도 1596억원으로 26.3% 줄었다.

다만 직전 분기까지 고전하던 휠라홀딩스는 골프 의류로 실적 반전을 꾀했다. 자회사 아쿠쉬네트가 보유한 타이틀리스트가 호실적으로 힘을 보탠 덕분이다. 그 결과 영업이익은 24% 늘어난 1555억원, 매출은 5.8% 증가한 9174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 대목인 4분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패션 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패션업계는 4분기가 대목으로 통한다. 1년 매출의 약 70% 이상이 이때 나오는데 코트·패딩 등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또 연말 모임이나 겨울 휴가 등으로 외출이 잦아지면서 의류 소비도 늘어난다. 이에 업계는 연말과 크리스마스 등에 맞춰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로 외출과 여행 등이 제한되며 의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 따르면 겨울 정기 세일을 진행한 지난 11월 13일부터 세일 종료 하루 전인 11월 28일까지 롯데백화점 전 점포의 매출은 지난해 세일을 포함한 같은 기간(2019년 11월 14~30일)보다 8%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3.9% 늘어 백화점 3사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했지만 지난가을 세일 매출 신장률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교외형 아울렛도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이 운영 중인 교외형 아울렛 6곳의 매출은 같은 기간 6% 감소했고 현대아울렛도 올해 문을 연 대전점과 스페이스원을 제외한 기존 점포 기준으로 매출이 5.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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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속 교체되는 패션업계 수장들


이에 패션업계는 ‘온라인’ 채널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패션 대기업 5개사는 자사 몰을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다양한 할인 제공, 이벤트 진행 등을 통한 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우선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연말까지 자체 온라인몰 SSF샵을 통해 ‘슈퍼위크, 당첨룰렛, 핫딜’ 등의 신규 온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연말 선물 수요 증가를 겨냥해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 내 ‘선물하기’ 서비스를 론칭했고 자체 온라인몰을 통한 유례없는 기획전과 다양한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LF·한섬 등도 자사몰을 통해 반반 특가, 반짝 할인 등의 할인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하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연말 성수기 장사로 한참 열을 올려야 할 12월이지만 코로나19 2.5단계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연말 온라인에 집중해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할인전으로 수요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패션업계의 매출 감소는 각 사의 수장들의 자리도 바꾸고 있다. 경영 환경 전반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업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끌어 온 박철규 부문장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퇴임이 결정됐다. 박 부문장은 2018년 말 이서현 전 사장이 물러날 당시 부문장에 선임돼 2년간 삼성그룹의 패션 사업을 이끌어 왔다. 아직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박 부문장의 후임으로 외부 출신의 임원이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은 정기 임원 인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새 대표이사에 유석진 코오롱 사장을 선임했다. 앞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전무가 코오롱FnC를 이끌어 왔다.

유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조지워싱턴대 MBA를 졸업했다. 도이치방크그룹 IBD 부사장과 모건 그렌펠 코리아 대표, 이노베스트파트너스 대표를 거쳐 2008년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부사장으로 코오롱그룹과 연을 맺었다. 이후 SBI인베스트먼트 투자총괄 부사장, 코오롱 전략기획실장(전무)과 대표 등을 역임했다.

패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패션 업체도 마찬가지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 등을 운영하는 비와이엔블랙야크는 정승필 전 이랜드 미국법인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제이씨패밀리(구 아이올리)는 김예철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김 신임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이마트·SSG닷컴에서 영업·마케팅 담당으로 근무한 전문 경영인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8호(2020.12.21 ~ 2020.12.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