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309호 (2020년 12월 30일)

팬데믹 속에서도 속도 내는 독일의 AI 전략

기사입력 2020.12.28 오전 11:27


[글로벌 현장]


독일, 2025년까지 50억 유로 AI에 지원…경제·사회 혁신의 촉진제 역할 기대돼


팬데믹 속에서도 속도 내는 독일의 AI 전략
[한경비즈니스 칼럼=베를린(독일) = 이은서 유럽 통신원] 독일 연방정부는 2020년 12월 2일 한층 발전된 국가 인공지능(AI) 전략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2018년 11월 처음 ‘국가 AI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중국보다 뒤처진 기술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투자로 AI 관련 미래 기술이 혁신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전략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생긴 여러 가지 변수 속에서도 AI가 미래 핵심 기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2025년까지 AI 관련 정부의 지원을 기존 30억 유로(약 3조9360억원)에서 50억 유로(약 6조56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의료·보건 분야, 환경 이슈와 관련해 지속 가능한 개발 분야를 강화하기로 했고 중소기업들의 AI 기술 수용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데이트된 독일의 인공지능 전략 


독일은 현재 유럽 내의 경제·정치적 주도권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독일의 결정이 유럽연합(EU)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AI 기술과 그 적용이 당장의 의료·보건 문제뿐만 아니라 모빌리티·노동 분야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결된 분야에서 유럽의 사회 구조와 경제·산업 영역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 나가는지 주목해 볼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이라는 전 지구적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AI와 관련해 계속 새로운 도전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각국 정부는 국가 전략으로 AI를 어떻게 새로운 경쟁 기반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책 수립에 골몰해 왔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가 12월 2일 발표한 ‘업데이트 국가 전략’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먼저 독일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분야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기술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AI 표준화’ 설정에 집중한다. 그동안 많은 국가가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독일은 유럽 내 표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전기·전자 영역의 표준화를 다루는 독일전기규격위원회(DKE)와 일반 모든 영역의 표준화를 다루는 독일표준화협회(DIN)에서 논의를 주도해 왔다. DIN은 AI 분야의 표준화를 위해 독일 정부를 비롯해 산업계와 시민 사회의 주요 인사들 300여 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함께 표준화 장비를 구축하고 관련 법규뿐만 아니라 지침 제정에 관한 자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2019년 10월부터 독일 국가 기구 차원에서 AI와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AI 표준화 로드맵’ 구축을 시작해 2020년 11월 30일 최종 ‘AI 표준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약 200페이지 분량의 로드맵은 독일 정부의 AI 전략에 담긴 필수적인 조치를 구현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이러한 표준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Trusted AI)’이라는 AI 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AI 표준화 로드맵은 인프라 구축, AI 윤리, 품질과 적합성 평가, 정보기술(IT) 보안, 산업 자동화, 자율주행, 보건·의료 영역 등 7개의 핵심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독일의 주요 산업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또한 유럽의 리더인 독일의 표준화 움직임에는 EU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참여도 돋보인다. EU 집행위원회의 AI 부문에는 고위급 전문가 그룹이 있어 유럽 차원에서 AI와 관련된 필요 사항을 검토하고 유럽전기표준화위원회(CENELEC)에서 실무를 진행한다. 이 CENELEC는 DIN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속으로 유럽 차원의 표준화 작업에 공조하고 있다. 


독일 연방 노동부에서는 이번 전략에서 50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해 AI로 변화할 노동 시장에 대해 숙련 노동자들의 재교육, 기존 중소기업들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존의 6개의 미래 센터(Zukunftszentren)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 현장과 직업 세계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위한 AI 활용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AI 천문대’ 프로그램 등을 계속 발전시키기로 했다. 독일 연방 경제에너지부는 독일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AI 트레이너 프로그램’에 더 많이 지원하고 독일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 독일 정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AI 분야의 연구자·학생·교수들을 영입하고 이들이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기존에 발표된 AI 전략에서 한층 발전된 새로운 전략을 통해 독일 정부는 2018년 이후 아직 진행 중이지 못한 계획, 보류된 프로젝트를 재점검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특히 연구, 윤리, 기술 이전 및 적용, 규제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용 면에서 지속 가능성, 환경 및 기후 보호, 전염병 퇴치 영역에 초점을 맞춰 유럽 차원에서의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럽의 장기적 안목


독일 정부는 AI가 기술 혁명의 에너지를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며 이는 단순 신기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결국 경제·사회 혁신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치열해지고 있는 국가 간 AI 경쟁 양상은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경제·데이터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에 가깝다. 이러한 맥락에서 AI 기술력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AI 육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러한 독일 정부의 행보를 유럽과 세계 차원에서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즉, 독일은 이미 2018년 첫째 AI 국가 전략에서도 독일·프랑스 연구 혁신 네트워크를 창설, 양국의 기존 연구 인적 자원과 역량을 공유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2019년 10월 유럽 단위 AI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독일·EU와 공동으로 AI 데이터 인프라 플랫폼인 GAIA-X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AI 분야의 세계적 과학자들을 독일에 영입하기 위해 재정적·행정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2024년까지 최대 30명 수준의 세계적 과학자들을 유치하고 교수직을 신설하는 중이다. 이 밖에 AI 분야의 국제 협력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AI 분야의 현안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인터내셔널 퓨처 랩스 AI’를 운영하면서 세계의 AI 전문가들이 독일로 향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독일은 또한 G20 주요국이 참여하는 ‘AI 글로벌 파트너십(GPAI)’에 참가해 국제 협력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 GPAI의 첫 회의가 2020년 12월 3일부터 4일까지 열려 AI 관련 다양한 이슈를 다뤘다. 창립 회원국으로는 AI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 비롯해 독일·프랑스 등이 참여했고 독일은 특히 첫 회의 직전 발표된 ‘발전된 국가 AI 전략’의 기조를 충실히 세계 무대에 전달하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AI 분야에서 기술적으로는 뒤처져 있지만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독일과 유럽의 성장을 지켜볼 일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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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1-01-01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