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올해의 CEO’]
-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여객기를 화물기로 ‘역발상 경영’…‘수송보국’ 아시아나 인수 결단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2020년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객 수송량이 급격히 줄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은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국 항공사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중 대한항공은 화물 노선 확대와 여객기 개조 등으로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의 2020년 3분기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했지만 여객 사업의 부진 속에서 화물 노선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20년 3분기 매출액은 1조5508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화물부문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대한항공의 화물 사업 매출은 1조16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65.53%를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B777-300ER 여객기 2대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해 운송에 투입하며 화물 운송을 극대화해 왔다. 여기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대한항공이 위기 상황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조 회장은 임원 회의에서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하며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고정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 수송 비중을 높인 것에 더 나아가 대한항공은 의약품 등 특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2월 8일 한국 최초로 백신 원료 수송에 나섰다. KE925편 인천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여객기로 컨테이너와 드라이아이스를 포함한 코로나19 백신 원료 약 800kg을 수송했다. 대한항공이 수송한 백신 원료 물질은 한국 업체에서 생산돼 섭씨 영하 60도 이하의 냉동 상태로 최종 목적지인 유럽 내 백신 생산 공장에 운송됐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수송하는 코로나19 백신 원료가 극저온 운송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의약품 수송 전용 특수 용기를 활용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여객기를 화물기로 ‘역발상 경영’…‘수송보국’ 아시아나 인수 결단
또 대한항공은 2021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의 도약을 준비한다. 조 회장은 2020년 11월 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지속 성장시키고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로 국민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또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지만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한진그룹의 창업 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새로운 인수자로 나서면서 항공업계는 재편에 돌입했다. 2020년 12월 14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이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실사 단계별로 KDB산업은행·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들과 협의를 거쳐 인수 후 통합 전략과 일정을 구체화한다. 인수 준비단은 재무·자재·법무·노무 등 각 분야 임직원 30여 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2월 15일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연결 탑승 수속(IATCI) 서비스를 시작하며 차례차례 통합 과정을 준비 하고 있다. 연결 탑승 수속은 환승객들이 최초 항공사 탑승 수속 한 번으로 연결 항공편의 좌석 배정과 탑승권 발급, 최종 목적지까지의 수화물 탁송을 일괄적으로 처리해 주는 서비스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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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