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 1310호 (2021년 01월 06일)

안철수 출마에 나경원 · 오세훈도 ‘초읽기’ … 서울시장 큰 판 벌어지나 [홍영식의 정치판]

기사입력 2021.01.04 오후 12:18

[홍영식의 정치판]

羅 “비상식 세력에 맞서는 사람 엮을 필요”

吳 “출마 요청 늘어 여러 말씀 듣고 있다”


안철수 출마에 나경원 · 오세훈도 ‘초읽기’ … 서울시장 큰 판 벌어지나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2021년 4월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전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촉발 지점이 원내 1~2 정당이 아닌 그 바깥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외곽에서 원내 제1~2 정당을 때리면서 충격을 가하는 형국이다. 더 이상한 것은 양당 내 유력 주자들이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연대를 제의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속내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 대해 “우리 당 내에서 출마하려는 후보가 5명이나 된다”며 “안 대표도 출마 후보자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여러 후보 중 한 명일뿐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 때는 “(안 대표가)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 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 외에도 안 대표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인 뜻을 표명한 적이 있다.


그는 2020년 3월 펴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내가 ‘안철수의 정치 멘토’라고 언론이 줄곧 호들갑을 떨었다”고 했다. ‘호들갑’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달갑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2011년 첫 인연을 맺었다. 2012년 대선 출마를 겨냥해 전국을 돌며 청춘 콘서트를 진행하던 안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하면서다. 그래서 언론에선 김 위원장을 ‘안철수의 멘토’로 불렀다. 하지만 그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문제 등을 놓고 김 위원장의 정치적 조언에 대해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단일화’엔 한목소리, ‘원샷-2단계 경선’ 시끌

안철수 출마에 나경원 · 오세훈도 ‘초읽기’ … 서울시장 큰 판 벌어지나 [홍영식의 정치판]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2012년과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 무렵에도 김 위원장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성급하게 민주당을 탈당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자신의 조언을 안 대표가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탈당에 대해 “정치란 그렇게 잔머리를 굴려서 하면 안 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안 대표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앞으로도 지속될까. 큰 틀에선 202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안 대표와 손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의힘 내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와 중도·보수 단일 후보가 된다면 우리 당 지지표와 안 대표 지지표가 합해져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포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의원도 “안 대표의 지지표가 민주당 표는 아니잖아”라며 “나라를 구해 놓고 봐야 한다. 안 대표와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연대 방식은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모두 국민의힘에 들어와 경선을 치르는 것 △당대당 차원에서 국민의힘과 안 대표, 금 전 의원이 국민의힘 바깥에서 한꺼번에 경선하는 것 △국민의힘 후보들이 먼저 경선을 치른 다음 안 대표 등과 결선을 치르는 2단계 경선 등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이 국민의힘에 들어와 경선해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김 의원장이 안 대표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국민의힘에 들어와 당내 다른 후보들과 공평하게 겨뤄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라는 광장을 제공할 테니까 (서울시장·대선)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와라”고 한 뒤 ‘안 대표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안 대표가 혁신을 원한다면 함께 모여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들어오라는 뜻이다.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4·15 총선 공동선대위원장’도 안 대표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국민의힘 후보들과 안 대표가 한 번에 ‘원샷 경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출마 기자 회견에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 과거보다 진일보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며 “유·불리는 따지지 않겠다. 공정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의 변화와 혁신을 전제로 달고 있어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와의 연대 문제에 흔쾌히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은 당내 유력 후보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안 대표에 필적할 만한 후보들이 나서야 제1 야당의 힘을 보여줄 수 있고 경선 흥행을 노릴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안 대표가 당에 들어오거나 연대론이 탄력을 받으면 안 대표에게 힘이 쏠리면서 국민의힘은 주요한 선거에서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


나경원·오세훈 출마 가능성 커 … 경선판 출렁

안철수 출마에 나경원 · 오세훈도 ‘초읽기’ … 서울시장 큰 판 벌어지나 [홍영식의 정치판]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선 징발론이 일고 있다. 여론 조사 지지율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12월 중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출마와 관련해 “2021년은 보궐 선거뿐만 아니라 전당 대회를 통해 당의 얼굴도 바꿔야 하고 대선도 치러야 하는 등 중요한 정치 일정 속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국민들의 삶이 더 좋아지고 미래가 있는 국가를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그런 큰 틀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비상식적인 세력에 맞서 상식적인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외치는 사람들을 다 엮어 내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고민을 더 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2020년 마지막 날 페이스북 글에선 한 발 더 나아갔다. “모든 아픔을 털어내고 국민과 함께 다시 시작하겠다”고 썼다. 출마의 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오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2020년 12월 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대선을 준비했더라도 당과 국가 상황이 서울시장을 절실하게 원하면 고려 대상에 넣긴 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난 10년간 국가 경영을 위해 준비해 왔는데 보궐 선거 승리에 목말라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장에 출마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대선에 더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하지만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 등장 이후 당내에서 출마 요청 강도가 높아졌다”며 “단일화하려면 (안 대표와) 경쟁력이 비슷해야 되지 않겠나. 그런 차원에서 출마 요청이 늘어났고 여러 말씀을 듣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전 보다 서울시장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오 전 시장은 다만 “야권의 서울시장 선거 시계가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다”며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상대 당이 게임 룰과 선거 일정을 정하고 어떤 후보들이 등장하는 것에 맞춰 가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패를 다 보여주고 저쪽에서 맞춤형 후보들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겠나. 상대방 카드를 보고 그에 적합한 우리 카드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나 전 원내대표와 오 전 시장의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 초 개각과 함께 여권의 유력 주자로 꼽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가세할 것으로 예상돼 선거전은 본격 달아오를 전망이다.


yshong@hankyung.com[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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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1-01-04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