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라이벌 경영 맞수 2021년도 달린다]
-강희석 이마트 사장 vs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강희석 vs 강성현, ‘컨설턴트 출신’ 외부 조언자에서 조직 수장으로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강희석(52) 이마트 사장과 강성현(51) 롯데마트 대표는 유통업계 양대 산맥인 신세계와 롯데의 마트 사업을 이끌고 있다. 변화하는 유통 환경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강 사장과 강 대표는 50대 초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로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 사장은 베인앤드컴퍼니, 강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각각 유통부문 컨설턴트로 활동한 유통 전문가다. 그룹 경영진에게 경영 현안에 대한 컨설팅을 해 주던 외부 조언자에서 조직 수장으로 변신한 케이스다.

두 사람은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순혈주의를 깬 파격적인 외부 인사로 주목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과 쿠팡 등 이커머스와의 격전 속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점포 혁신과 함께 미래 먹거리인 온라인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희석 vs 강성현, ‘컨설턴트 출신’ 외부 조언자에서 조직 수장으로


◆ ‘정용진의 남자’ 강희석 대표, 체질 개선 성과로 승승장구


2019년은 경기 불황과 유통업 규제로 이마트의 실적이 곤두박질한 시기였다. 강 사장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2019년 10월 오프라인 대형마트 이마트 대표에 올랐다.

온라인 쇼핑이 고속 성장하며 역성장에 빠졌던 이마트는 당시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월마트의 혁신 전략이 필요했다. 강 사장은 2009년부터 이마트 경영 컨설팅 자문을 맡으면서 정 부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미국 월마트의 컨설팅을 맡았고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 편의점 이마트24, 온라인몰 SSG닷컴 등 이마트의 대표적인 신사업들도 강 사장의 컨설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이 컨설턴트 출신으로 국내외 유통업계를 10여 년간 연구해 온 만큼 미국의 월마트처럼 온·오프라인을 접목해 이마트의 체질을 개선할 적임자라는 것이 당시 신세계그룹 내부의 평가였다.

강 사장은 이마트 매장 구조 전환, 삐에로쑈핑·부츠·PK피코크 등 적자를 내던 전문점 사업 재편을 과감하게 추진해 성과를 냈다. 강 사장의 체질 개선 전략에 힘입어 이마트는 2020년 3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이마트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순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난 16조3065억원을 달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2020년 이마트 매출이 당초 목표했던 21조2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가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한다면 한국 유통 기업 중 최초가 된다.

이마트의 실적 턴어라운드는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신규 점포 출점과 기존 점포 리뉴얼을 통한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에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폐점으로 실적 개선에 힘을 쏟을 때 이마트는 폐점 없이 리뉴얼을 통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점포 리뉴얼을 통한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도 주효했다. 이마트는 2020년 상반기에만 월계점·강릉점·춘천점·순천점을 리뉴얼해 체험형,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형 매장으로 변신시켰다. 리뉴얼 이후 고객 체류 시간과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마트는 2021년에도 점포 리뉴얼을 통한 기존 점포 경쟁력 강화 전략을 이어 가는 동시에 영업력을 키워 점포당 매출을 늘려 갈 계획이다.

신규 출점도 계속된다. 이마트는 2020년 5월 이마트 월계점 리뉴얼 오픈으로 이마트 타운을 선보인 데 이어 이마트 신촌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안성점 등 신규 점포를 출점하며 위축된 유통업계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이마트 미래 성장 동력인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 위주로 출점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중 트레이더스 부산 연산점을 오픈해 외형 성장과 함께 내실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다.

강 사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취임 1년 만에 온라인몰인 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하며 온·오프라인 통합 수장이 됐다. 이마트는 2020년 12월 23일부터 성수점과 서수원점 2곳에서 SSG닷컴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집 근처 이마트에서 상품을 찾아가는 비대면 방식의 ‘매장 픽업 서비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월마트의 ‘클릭 앤드 콜렉트(click and collect)’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전략이다.

쓱배송 상품에 한해 매장 픽업 선택이 가능하고 당일 주문과 당일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고객 만족 극대화 효과가 기대된다. 강 사장은 2021년에도 이마트와 SSG닷컴의 온·오프라인 연계를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강희석 vs 강성현, ‘컨설턴트 출신’ 외부 조언자에서 조직 수장으로



◆ 강성현 대표, 이마트 깜짝 방문…경쟁사 성공 전략 ‘열공’


이마트의 라이벌이자 업계 3위인 롯데마트는 고강도 구조 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9년 4분기 1조원의 적자를 내며 실적 쇼크를 겪고 난 뒤 앞으로 5년간 백화점·마트·슈퍼 등 700여 개 매장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200여 개를 정리하기로 하고 구조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마트는 2020년 12월 실적이 부진했던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롭스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롭스는 2013년 롯데슈퍼의 태스크포스팀(TFT)으로 출발했지만 H&B업계 부동의 1위인 CJ올리브영에 밀리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 등 5개 사업 부문으로 이뤄졌지만 롯데마트가 롭스를 흡수합병하면서 4개 부문이 됐다.

최근 인사에서 새로 취임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라는 동일한 악조건 속에서도 경쟁자인 이마트가 실적 개선과 함께 질적 성장까지 이뤄낸 만큼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강 대표는 한국까르푸와 BCG를 거쳐 2009년 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롯데에 합류했다. 신사업과 부진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롭스 대표를 맡아 후발 주자였던 롭스를 시장에 안착시켰고 2019년에는 10년간 적자였던 롯데네슬레코리아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 점포 효율화로 실적을 개선하고 유통 왕국을 재건해야 한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커머스인 ‘롯데온’을 통해 온·오프라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장과 배송 서비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동안 추진해 온 롯데쇼핑의 구조 조정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점포 폐점 등 비용 감축 효과로 롯데쇼핑은 2020년 3분기 매출액이 4조1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8% 증가한 1111억원, 당기순이익은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롯데마트는 2020년 3분기 매출 1조5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0% 늘어난 320억원을 올렸다.

강 대표는 업계 선두의 경영 전략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방식을 택했다. 취임 이후 첫 현장 행보로 경쟁사 매장을 찾았다. 2020년 12월 30일 이마트 본사(성수점)를 직접 방문해 매장을 둘러보고 강희석 사장과도 30여 분간 회동했다. 강 대표는 이마트가 투자한 건강기능식품 맞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노랩스의 오프라인 매장도 방문했다.

최근 롯데그룹은 업계 선두의 경영 전략 학습에 적극적이다. 2020년 12월 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계열사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롯데 CEO 포럼’에 새벽 배송 시대를 연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를 초청해 ‘온라인 중심 유통업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특별 대담회를 열었고 강 대표는 실시간 채팅을 통해 ‘직원·고객과 공유하고 있는 마켓컬리의 비전’을 질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2020년 9월 추석 연휴 기간 읽을 만한 책으로 LG생활건강의 성장 비결을 분석한 책 ‘그로잉 업’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코카콜라 인수를 시작으로 30여 건의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LG생활건강을 재건하고 성장시킨 전략이 담겨 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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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