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삼성·LG가 자동차·반도체 포기한 속사정
[프리뷰]기업 운명을 바꾼 M&A 나비효과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현재 SK그룹에서 잘나가는 SK하이닉스에는 한때 LG그룹의 반도체에 대한 꿈과 현대그룹의 못다 이룬 전자 사업의 꿈이 담겨 있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SK하이닉스는 LG그룹의 반도체 제조 회사였던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흡수 합병되면서 탄생했다. LG그룹은 미래 먹거리이자 캐시카우였던 반도체를 왜 경쟁사에 넘기게 됐을까. 외환 위기 속에 1999년 정부가 주도한 강제적인 구조 조정이 시발점이었다.

정부는 당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5대 그룹 빅딜(사업 맞교환)을 단행했다. 한국 반도체 2위였던 현대전자와 3위인 LG반도체의 인수·합병(M&A) 결정이 나면서 졸지에 알짜 반도체 사업을 경쟁사에 내주게 될 위기에 처한 LG그룹이 크게 반발했다.

정부의 강제적인 구조 조정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2조6000억원에 넘기게 된다. 반도체 사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99년 이후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에 발길을 끊게 된다.
[프리뷰]기업 운명을 바꾼 M&A 나비효과


◆ '그 때 반도체를 뺏기지 않았다면….' LG의 반도체 애증사


LG그룹의 반도체와의 인연은 2014년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설계 업체(팹리스)인 실리콘웍스를 인수하면서 다시 시작된다. LG그룹은 실리콘웍스로 반도체 사업에 재도전했고 알짜 계열사로 키웠다. 실리콘웍스는 2019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업계 순위 60위권이지만 DDI 시장에서는 3위 업체다. 그러나 2020년 11월 구광모 LG 회장과 구본준 (주)LG 고문 간 계열분리가 결정되면서 또다시 그룹 유일의 반도체 사업을 접게 됐다. LG그룹이 반도체와 인연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LG반도체는 합병된 현대전자에서도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반도체 시장은 제품 수명 주기가 매우 짧고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장치 산업의 특성 때문에 매년 수조원대의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인수 자금 부담과 D램 가격 하락으로 부채가 쌓이면서 LG반도체는 결국 2001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다. 이때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며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꾸게 된다. 부채가 15조원에 달했던 하이닉스반도체는 2001년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에 들어갈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했으나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을 통해 2005년 가까스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며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진 것이다. 빚더미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것은 SK그룹이었다. 최태원 SK 회장은 그룹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 의지로 하이닉스반도체를 3조원에 인수한다. 이때 사명이 SK하이닉스로 바뀌었다.

최 회장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고속 성장을 거듭했고 SK텔레콤(통신)·SK이노베이션(석유화학)과 함께 SK그룹의 3대 주력사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2011년 하이닉스 인수는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와 함께 SK그룹의 역사를 바꾼 3개의 빅딜 중 하나로 꼽힌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로 사업 영역을 정유와 통신에서 반도체로 확장했고 이를 통해 내수 기업의 한계를 벗어나는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매출액 대부분을 수출에서 거두는 SK하이닉스가 그룹에 편입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된 2012년과 비교해 2020년 기준 매출액도 3배 가까이 늘었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에도 SK머티리얼즈·SK실트론을 잇따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하이닉스 인수는 기업과 산업 지형을 바꾼 가장 성공적인 M&A로 평가받는다. SK그룹을 퀀텀 점프하게 한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 2020년 9조원대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 등의 발판이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2021년 1월 7일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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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운명을 바꾼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는 현대차·삼성·대우·기아산업 등 4개 기업의 운명을 뒤바꾼 사건이었다.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은 외환 위기와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1997년 부도 유예 협약 대상 기업에 지정됐다.

1998년 기아차의 부도로 채권단이 국제 입찰 방식으로 기아차 매각에 나서자 현대자동차·대우자동차·삼성자동차·포드가 입찰에 경쟁적으로 뛰어든다. 4사의 치열한 접전 끝에 3차 입찰에서 현대차가 1조2000억원에 기아차를 인수했다. 자동차를 삼성이 진출해서 유일하게 제패하지 못한 분야로 남게 한 역사적인 M&A였다.


[자세한 내용은 1월 11일 발행하는 한경비즈니스 1311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