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현직 기자가 분석한 대한민국 정책별 논점과 예측
도마 위에 오른 정부 정책, 공과 과를 논하다 [서평]
위기의 대한민국을 논하다
조재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5000원


[한경비즈니스 칼럼=노민정 한경BP 출판편집자]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공정 경제’를 경제 부문 세 가지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2017년 5월 출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지만 새 정부가 추진했던 경제·산업 정책의 공과는 그것대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리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정책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성과를 낸 부분도 있지만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것도 적지 않다. 굵직한 현안을 시간 흐름 방식으로 재구성해 보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직 기자인 저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쏟아졌던 경제·산업 정책을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각 정책 영향에 따른 미래를 예측해 본다.


우리 삶을 위협하는
경제·산업 정책의 현주소 진단




문 대통령이 내각 구성 후 처음 소화했던 일정은 인천 국제공항을 방문한 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친(親)노동 정부를 표방했던 만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정책적 판단엔 반대급부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 대단히 높은 한국에선 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선언 이후 공공 기관 고정비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먼저 급증했다.


그리고 정부가 에너지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탈원전 정책은 야권의 비판이 집중됐던 부분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는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또한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 초우량 에너지 공기업들이 줄줄이 부실 덩어리로 전락했고 전체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전기 요금엔 인상 요인이 누적됐다.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제 유가가 급등락하는 가운데 한국은 신규 에너지 개발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발단이 됐던 한·일 무역 분쟁도 우리 산업계 역사의 이정표로 기록될 사안이다. 비록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숙했지만 소재·부품·장비 등 기반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결정들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우리 산업·경제에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대한 평가는 그것대로 이뤄져야 한다.


600여만 명의 자영업자에 대한 관심 역시 거둬선 안 된다. 대부분이 한국 사회의 경제적 약자에 속하는 데다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새 정책 시행에 따른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경제 활동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상위권에 자리할 정도로 많다. 미국과 일본에선 자영업자 비율이 경제 활동 인구 열 명 중 한 명꼴도 안 된다.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 책에선 정부가 등한시했던 자영업자 대책을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진단한다. 코로나19 발병 후 세계 각국은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쏟아 냈다. 저자는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경계하고 원유 값 급등락이 가져올 충격에 대해 살펴본다.
이 밖에 한국의 대표적 계획도시인 세종시가 왜 실패작이 됐는지, 기업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어떻게 300조원이나 되는 세금을 걷으려고 하는지, 남미의 자원 부국 베네수엘라는 어쩌다 세계 최악의 빈국으로 전락했는지 등도 관심 있게 다뤘다.
도마 위에 오른 정부 정책, 공과 과를 논하다 [서평]
원스어폰어타임인 실리콘밸리
애덤 피셔 지음 | 김소희 외 역 | 워터베어프레스 | 2만5000원

애플·페이스북·구글은 물론이고 테슬라·넷플릭스·트위터·엔비디아·어도비 등 이 시대 최고의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여 있다. 많은 사람이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실리콘밸리를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책들은 단편적이다. 유명 기업의 성공 모델이나 그 기업들에 영향을 줬던 창업가나 조언자들의 삶과 생각을 조명하는데 그친다. 실리콘밸리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성공 모델이자 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다. 왜 하필이면 실리콘밸리에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이 그토록 많이 배출됐는지 말해 주지 않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한국 유수의 벤처캐피털 심사역 여섯 명이 이 책을 번역했다. 이 책은 개인용 컴퓨터(PC)가 발명에서부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을 주목받게 했던 실리콘밸리의 주요 혁신들을 따라간다. 그러나 단순히 성공만을 조명하지 않는다. 기억의 뒤안길로 밀린 실패도 다큐멘터리처럼 펼쳐 보인다.
도마 위에 오른 정부 정책, 공과 과를 논하다 [서평]


금의 미래
제임스 리카즈 지음 | 안종설 역 | 해의시간 | 1만5000원


금 투자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담아냈다. 저자는 금을 단순한 ‘안전 자산’으로 바라보지도, 주식·선물·비트코인과 같은 선상에 있는 투자처의 하나로 여기지도 않는다. 세계 경제에서 금이 차지하는 역할을 정확히 짚어내고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금의 성격을 밝혀낸다. 여기에는 사이버 금융 전쟁에서 금이 차지하는 역할, 이란 같은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에서 금이 차지하는 중요성,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하는 특별인출권(SDR)이라는 세계 통화와 경쟁할 금의 미래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내일의 금값을 예측하지 않는다. 살 때와 팔 때를 말해 주지도 않는다. 금값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도마 위에 오른 정부 정책, 공과 과를 논하다 [서평]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황헌 지음 | 시공사 | 2만원


와인 초심자들에게는 와인이라는 문화의 뿌리부터 성장의 역사까지를 두루 알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마시는 데 유익한 정보와 에티켓을 잘 설명해 준다.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깊이 있는 역사와 철학, 문학적 연계 스토리를 통해 와인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다. 프랑스의 보르도 1등급 와인으로 꼽히는 샤토 마고는 헤밍웨이가 평생 가장 좋아했던 와인이다. 샤토 마고라는 와인을 워낙 좋아해 손녀 이름도 마고로 지은 헤밍웨이는 평생 이 와인을 사랑했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 또한 와인 애호가여서 와인 연작시가 있을 정도다. 그는 ‘샤토 샤스 스플린’이라는 보르도 와인을 가장 사랑했다고 한다.
도마 위에 오른 정부 정책, 공과 과를 논하다 [서평]
공무원 생리학
오노레 발자크 지음 | 류재화 역 | 페이퍼로드 | 1만5800원


기대와 불만이 가득한 180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생리학’이라는 장르는 대중의 지지를 강하게 받는 장르였다. ‘생리학’이라는 과학의 향취를 풍기는 용어를 빌려왔듯이 이 책의 구성은 마치 하나의 학술 논문처럼 언뜻 보기에는 치밀해 보인다. 공무원의 정의·분류·습성(?)에 대해 마치 논문처럼 정의를 제시하고 명제를 밝히는가 하면 잇달아 파생명제를 제시한다. 자못 진지한 분류법으로 공무원을 파리 공무원과 지방 공무원으로 나누는가 하면 지사와 공무원, 지사와 정치인의 차이를 세심하게 구별한다. 군인과 공무원을 구분하기도 하고 공무원 사회 내의 온갖 직급 체제가 갖는 비극성과 희극성을 속속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묘사한다.
도마 위에 오른 정부 정책, 공과 과를 논하다 [서평]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8가지 원칙
김혜성 지음 | 학현사 | 1만7000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소통 방식은 서로 접촉하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운데 직접 대면하는 콘택트 방식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거리 두기가 새로운 사회적 표준이 됨과 동시에 공공장소의 폐쇄와 격리, 이에 따른 외로움이 일상이 됐다. 고독을 느낄 때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끼리 모이고 서로 의지한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이다. 저자는 온라인상의 공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관점을 달리하는 이미지와 상징을 통한 왜곡된 전달을 피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비대면 강의와 화상 회의 방법도 익힐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