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부채의 역습이 온다 [김상봉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작은 낙폭을 보였다.

또한 분기별 경제성장률의 변동성도 코로나19의 발생 시점과 전이 속도에 따라 상당히 커졌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분기별 성장률이 연율로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다음 분기에 두 자릿수 플러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안녕에도 영향을 미쳤고 각 국가의 경제 상태에도 큰 후유증을 남겼다.

이러한 와중에 많은 국가들이 재정 정책과 금융 정책을 통해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가계에 생계와 사업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했고 원래부터 힘들었다가 코로나19로 더 힘들어진 기업에도 유동성을 공급했다. 사실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도 겪었던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역사적으로도 큰 이벤트였던 두 시점의 시발점은 가계 부채나 기업 부채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 그리고 국가 채무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채무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다고 보지만 고령화 속도나 연금 충당 부채 등을 감안하고 공공 기관까지 포함하면 낮은 수치가 아니고 국가 순위에서도 낮은 편이 아니다. 또한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는 이미 세계 상위권에 속해 있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3월로 예정돼 있는 원리금 상환 유예를 무조건 연기할 것이 아니라 샘플링을 해서라도 상황을 알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다. 계속된 상환 유예로 인해 가계나 기업의 연체나 부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고 연체로 한 번에 부도가 발생하기 때문에 금융 충격이 올 수 있고 이는 경제 충격으로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최근 가계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가격이다. 부동산 앞에만 가면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인해 생긴 부채는 부동산의 가격이 외부 충격으로 하락하기 시작하거나 시장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경착륙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미 시장 금리는 오르고 있는 상황이고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공급이 시작됐고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 상승과 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기업 측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대출한 기업이 아니라 기존의 좀비 기업에 과도한 대출이 있었다면 기업의 영업 행위가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나 역시 외부 충격이 있는 경우 좀비 기업은 연명하기 어렵다. 물론 코로나19가 있는 현재 상태에서 구조 조정은 어렵다. 그러나 백신 등이 접종되기 시작하고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무렵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을 세세분류까지 알고 산업에 대한 구조 조정과 좀비 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부채의 역습은 언제나 온다. 세계 역사적으로 존재했고 최근에 한국도 몇 차례 겪었던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제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채의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