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1년간 20배 늘어난 디파이 예치 총액…탈중앙화 파생상품·스테이블 코인 증가할 것
2021년 디파이 시장을 향한 여섯 가지 전망 [비트코인 A to Z]
[한경비즈니스 칼럼=김경진 해시드 심사역] 블록체인업계에서 2020년은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의 해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트코인 이외에도 당장 쓸 만하고 상업적으로 파급력 있는 블록체인 활용 사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디파이가 증명해 낸 것이다. 2020년 1월 디파이 예치 총액 규모는 약 8000억원이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그 20배가 넘는 17조원에 달한다. 2020년이 디파이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한 해였다면 2021년은 디파이에 어떤 한 해가 될지 전망해 본다.


1. 레이어2 솔루션 도입에 따른 디파이 성능 개선


2020년 폭발적으로 규모가 커진 디파이이지만 현재의 초당 처리량 한계와 지연 속도 그리고 높은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중에게 채택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붐빌 때는 거래 한 건을 처리하는데 수수료가 수십만원에 달하기도 했고 그만한 수수료를 내지 못하는 거래는 하루 종일 처리되지 못하고 지연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이더리움 2.0이 개발되고 있고 그 첫째 단계인 페이즈 제로(phase 0)에 성공적으로 돌입했다. 하지만 페이즈 제로는 아직 구체적인 효용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이를테면 베타테스트에 가깝고 실질적인 성능 개선 효과를 보려면 최소 1~2년의 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 지식 증명, 롤업, 사이드 체인 등의 아이디어를 앞세운 레이어2 솔루션은 2021년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해 이더리움 2.0의 성능 개선 효과가 발현되기 전까지 이더리움 댑(DApp)들의 성능을 책임질 예정이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디파이 댑들의 초당 처리량은 현재의 20건 수준에서 적게는 수백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 수준으로 증가하고 거래 수수료 또한 수십 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며 이러한 성능과 비용 개선은 디파이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2. 탈중앙화 파생상품 종류와 거래량의 증가


현재 디파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스테이블 코인(USDT, USDC, DAI 등), 예금 대출(AAVE, Compound 등), 거래소(Uniswap, Curve, Balancer 등)다. 이들은 이미 높은 완성도로 구현돼 있어 디파이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 중앙화 거래소인 바이낸스·오케이엑스(OKEx)·후오비(Huobi) 등은 무기한 선물 계약과 같은 파생 상품과 마진 거래를 통해 대부분의 거래량을 발생시킨다.


중앙화 거래소들이 현물 거래에서 선물 거래와 마진 거래로 발전했듯이 탈중앙화 플랫폼들도 점점 고도화된 파생 계약이나 마진 계약으로 사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더리움에는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무기한 선물 계약(dYdX, Perpetual Protocol 등)과 옵션(Hegic, Opyn 등), 보험 계약(Nexus Mutual, Cover 등)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들이 개발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용량이 많지 않지만 2021년에는 기존에 인기 많던 플랫폼들과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사용자 경험(UX) 장벽을 낮추는 방식으로 사용량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통적인 파생 상품과는 의미가 다르지만 다양한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는 합성 토큰 프로젝트들(Synthetix, UMA, Mirror 등)과 마진 프로토콜 프로젝트(bZx 등) 등도 영향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3.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 증가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은 USDT와 USDC로, 이들은 블록체인 인프라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은행의 예금 잔액을 통해 지불 능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탈중앙화된 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구현된 대부분의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 자산 담보 대출 방식을 사용한다. 2021년에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들이 다수 출시되며 그 세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처음 알고리즘 방식 스테이블 코인으로 제안된 것은 미국의 베이시스(Basis)다. 앤드리슨 호로위츠에게서 투자 받아 유명세를 얻은 이 프로젝트는 규제상의 모호함을 해결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하지만 이 베이시스의 아이디어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커뮤니티는 베이시스 캐시(Basis Cash), 엠티셋달러(Empty Set Dollar), 미스 캐시(MITH Cash) 등의 프로젝트로 구현했다. 한국에서는 테라(Terra)가 알고리즘 방식의 가격 조절 방식을 차용해 다양한 법정 화폐를 추종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개발하고 있다.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은 아직 매우 실험적이며 여러 가지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들이 다듬어지기만 한다면 구조가 단순하고 별도의 리저브를 요구하지 않으며 포크(복제)하기 쉬운 속성 때문에 이들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댑 프로젝트마다 스테이블 코인을 하나씩 출시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4. 디파이 토큰의 수익 분배 체계 도입


현재 대부분의 디파이 토큰은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에 대한 분배 모델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것이 많다. 주식으로 말하자면 의결권은 부여하고 있지만 배당권은 주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보통 아직 해당 기능을 구현하는 단계까지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못했거나 프로젝트 진척도가 높더라도 규제상의 모호함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2021년에는 기존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충분히 개발될 것으로 보이고 어떤 식으로든 토큰이 커뮤니티에 분배되고 거버넌스가 충분히 탈중앙화될수록 수익 분배에 따른 증권성 이슈의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결과적으로 일종의 배당을 분배하는 프로젝트의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거버넌스 기능이 커뮤니티에 이양되는 정도가 높을수록 프로토콜의 의사 결정과 관련한 이슈들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결을 위한 정족수에 도달하지 못하는 안건들이 자주 발생할 것이고 프로토콜의 이익을 해치는 이기적이고 악의적인 제안이 등장하거나 이들이 통과되는 일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거버넌스 토큰들이 수익을 제공하는 또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되면서 이 토큰을 활용한 의결권 개입이 일어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적대적 인수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의결권에 록업(lock up)을 요구하지 않는 프로토콜은 1개의 블록 내에서 큰 유동성을 빌릴 수 있는 플래시론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있다. 이러한 크고 작은 이슈들을 헤쳐 나가며 블록체인의 온체인 거버넌스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5. 증권 관련 프로젝트들에 대한 검열 시작


지금까지는 디파이 프로젝트에 대한 규제 사례가 거의 없었다. 2019년 미국에서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종하는 합성 계약을 판매한 것으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의 벌금을 받고 해당 사업을 중단한 아브라(ABRA)가 주목할 만한 사례다. 2021년에는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다루는 자금 규모의 증가와 프로젝트들에 대한 규제 당국의 이해도 증가 그리고 주식 등의 현실 자산과의 연계성 증가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되는 프로젝트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젝트 토큰의 분배 방식이나 프로젝트 팀이 이익을 보는 방식이 이슈가 될 수 있고(예를 들어 리플XRP), 또는 해당 디파이 프로젝트의 토큰이 추종하는 자산의 증권성(예를 들어 주가 추종 합성 토큰)이 이슈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적법한 금융회사와 협력하거나 해당 자격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극단적으로 탈중앙화하거나 극단적으로는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개발팀 구성원의 완전한 익명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들도 있을 것이다. 전자는 규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신원 확인(KYC), 자금 세탁 방지(AML) 등의 절차와 중개 수수료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탈중앙화 금융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6. 디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중앙화 채널의 확대

지금은 디파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메타마스크라는 프라이빗키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며 사용자가 스마트 콘트랙트를 직접 호출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과정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수할 경우 자산을 잃을 수 있는 위험 부담이 있다.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것이다. 2021년에는 이러한 일반적인 디파이 사용 채널 이외에 좀 더 다양한 채널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화된 거래소에 예치한 자금을 이용해 디파이 프로토콜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개인키 관리를 편하게 해주는 다양한 모바일 월렛(Argent, Torus 등)이 좀 더 디파이 사용 목적으로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다(Koda)나 빗고(BitGo)와 같은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들에서도 디파이 프로토콜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디파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대중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토큰 가격에 지나친 거품이 발생하기도 했고 일부는 해소됐지만 여전히 투기적인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2021년은 프로토콜들의 성능과 기능성 그리고 다양성이 증가하는 한편 규제 리스크들이 해소되거나 또는 실현되면서 좀 더 내재 가치와 기대 가격의 간극이 좁혀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디파이는 대중화에 한 걸음 가까이 갈 것으로 보이고 암호 자산 투자자라는 매우 니치한 소비자군을 넘어 정말 일반 대중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도전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