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CPTPP 참여 검토의 의미 [강문성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지난 1월 11일 개최된 대외 경제 장관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CPTPP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태평양 연안의 브루나이·칠레·싱가포르·뉴질랜드 등 4개국(태평양-4, P4)이 ‘환태평양전략적경제동반자(TPSEP)’ 협정을 2006년 발효시키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그 이후 2008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이에 관심을 가지면서 판이 커지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동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날로 커지는 중국 경제를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동아시아와 태평양 연안의 국가를 포함하는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2008년 2월 TPP 협상에 미국·호주·페루·베트남(기존의 P4와 함께 P8)이 참여하고 2010년 10월 말레이시아, 2012년 멕시코·캐나다, 2013년 5월 일본이 참여하며 12개 회원국으로 몸집을 키웠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2월 TPP 협상이 종료되고 2017년 1월 발효하기로 합의됐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월 출범 후 무역 관련 첫 행정명령으로 TPP 철폐를 선언했고 미국을 제외한 11개 회원국은 명칭을 CPTPP로 변경한 후 2021년 1월 현재 국내 비준을 통과한 7개국(호주·캐나다·일본·멕시코·뉴질랜드·싱가포르·베트남)에 발효된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CPTPP에 가입할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전개될 국제 통상 질서의 재편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지금 형태의 CPTPP에 단순히 가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다만 중국을 경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통해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의 사례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CPTPP를 어떠한 형태로든 활용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통상 전문가의 예상이다.

하지만 국제 통상 규범 측면에서 현재의 CPTPP는 TPP 협상 과정에서 말레이시아·호주·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의 반발로 원래 계획보다 낮은 수준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경제 통합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CPTPP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의 경제 통합은 아니다. 2020년 11월 한국 등 15개국이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보다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지역주의적 대응 수단으로 CPTPP를 고려한다면 당장 가입하는 것보다 디지털 무역·노동·환경 등 USMCA에서 규정된 수준으로 재협상 후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회원국 확보를 추진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CPTPP 가입을 추진해 중국과는 RCEP, 미국과는 CPTPP+를 활용하는 양대 축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CPTPP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대외 경제 장관 회의에서 제기된 한·미 전략적 경제 협력 방안 역시 별개의 안건이 아닌 패키지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이 CPTPP 가입을 선언한다면 모든 관심이 미국 주도의 협상 의제에 집중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후 변화 대응, 보건·방역, 디지털·그린 뉴딜, 첨단 기술, 다자주의 등 협력 안건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향후 급변할 국제 통상 질서의 파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전략적 상황 판단과 인식 아래 중·장기적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