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맹목적인 비난보다 진지한 연구 필요한 시점…성장통 넘어 성숙 자산으로 변신 중
![피델리티가 본 비트코인에 대한  6가지 편견과 오해 [비트코인 A to Z]](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fe2ee7a59cd9a9be720e7d466e7849bb.jpg)
필자는 현재 비트코인이 가격을 발견하는(price discovery) 초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조성되고 구매자와 판매자 간 활발한 손바뀜이 매일 일어나지만 아직 비트코인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 여부를 따질 만한 시장 참여자들의 합의와 밸류에이션 측정 도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비트코인을 금의 시가 총액에 비교하기도 하고 글로벌 화폐 가치와 비교하기도 하며 가치가 0에 수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다. 이와 같은 논란과 시장 참여자들의 합의 부재로 인한 높은 가격 변동성은 미성숙한 자산이 필연적으로 겪는 성장통이다. 시장 참여자들 간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적정 가치에 대한 시장의 합의가 이뤄지면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고 해당 자산은 성숙한 자산군으로 인정받게 된다.
나스닥에 상장된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20년 전 닷컴 버블 당시에는 가격 변동성이 상당히 높은 초고위험 자산이었지만 상장 폐지될 위험까지 있는 현재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안전 자산 취급을 받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비트코인 역시 과거 빅테크 기업이 겪었던 가격 발견 과정을 거치며 시장 참여자들의 생산적인 토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월가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의 보완재 혹은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 또는 대체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예를 들어 한때 비트코인은 사기라던 JP모간은 태도를 180도 바꿔 비트코인이 금과 경쟁하는 대체 자산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간은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에 이를 잠재력이 있지만 현재와 같은 높은 가격 변동성이 유지되는 한 금의 지위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이 주식회사처럼 현금 흐름을 창출하거나 실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100만 개로 공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은 ‘울트라 하드 머니’로서 가치 저장의 매개체 역할을 할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묻지 마 투기 아니면 맹목적인 비난이 주류일 뿐 비트코인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2020년 11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비트코인에 대한 비난을 해소할 목적으로 리서치 콘텐츠를 발간한 바 있다. 피델리티의 리서치 콘텐츠는 다음과 같다.
비트코인은 가치 보존형 자산이 되기에는 너무 변동성이 크다 :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완벽한 공급 비탄력성과 중개자의 개입이 없는 시장을 만드는 트레이드오프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상당한 채택과 비트코인 투자 상품과 파생 상품의 발전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아마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중략)
현재 비트코인은 태동하는 가치 보존형 자산이다. 비트코인은 금융 상품화되고 있고 가치 저장 매개체로서 지위를 탄탄하게 하는 중이다. 다른 가치 보존형 자산들과 (이를 테면 금)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아직 광범위하게 보유되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 실패했다 : 비트코인은 탈중앙화와 불가변성과 같은 핵심 특성을 제공하기 위해 신중한 트레이드오프를 선택했다. 이를테면 제한적이고 가격이 비싼 용량과 같은 것들 말이다. (중략) 교환의 매개가 아마도 특정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다양한 사용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이 비트코인의 핵심적이자 유일한 기능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낭비적이다 : 비트코인 채굴의 상당 부분은 신재생에너지에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지 않았으면 낭비됐을) 의해 구동된다. 게다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합리적이고 중요한 자원의 사용이다. (중략) 케임브리지 대안금융센터와 디지털 자산 금융 회사 코인셰어스의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76%와 73%로 추정된다.
비트코인은 범죄에 활용된다 : 비트코인은 현금과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중립적이기에 좋은 사용자와 나쁜 사용자에게 모두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거래 관점에서 볼 때 비트코인 거래가 범죄에 사용되는 것은 굉장히 낮다. (중략) 블록체인 분석 회사 엘립틱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범죄에 사용되는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이며 최근 수년간 그 비율은 1% 미만이었다. 또한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상 자산이 범죄 거래에 사용되기는 하지만 그 규모는 전통 금융 서비스가 범죄 거래에 활용되는 것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내재 가치가 없다 : 비트코인은 현금 흐름, 산업용 유틸리티, 법령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코드와 주요 이해관계인들의 합의에 의해 뒷받침된다. (중략)
사용자·채굴자·노드·개발자와 같은 이해관계인들은 어떤 한 그룹도 과도한 힘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균형을 유지한다.
비트코인은 경쟁자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 비트코인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분열(포크)될 수 있지만 이것의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효과는 그렇게 될 수 없다. 비트코인은 그것의 핵심 특성을 위해 트레이드오프를 선택했고 시장은 그것은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 수많은 디지털 자산이 비트코인의 결함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어떠한 것도 비트코인의 네트워크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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