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PDIR 분석법으로 ‘진짜 집값’ 구하기
거품 뺀 집값 알려면 ‘PDIR’에 주목…고평가·저평가 지역도 파악 가능
거품 뺀 '진짜 집값' 알려주는 PDIR 분석법 [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한경비즈니스 칼럼=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지난 글에서는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지역별로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인 PIR(Price to Income Ratio)지수를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로 뽑은 PIR은 KB국민은행에서 분석한 자료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KB국민은행에서 인용하는 통계청 자료는 가구당 소득인데 국세청 자료는 개인별 소득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든 가구가 외벌이라면 국세청 자료를 그대로 활용해도 되겠지만 현실에서는 맞벌이 가구도 많기 때문에 개인 소득과 가구 소득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세청 자료를 약간 가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가구 비율을 곱하면 된다.

이 맞벌이 비율이 2.0이면 모든 가구가 맞벌이를 한다는 의미이고 1.0이면 모든 가구가 외벌이라는 뜻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은 1.51이다.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맞벌이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1.58)이고 가장 낮은 지역은 울산(1.42)이다.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서울이 울산보다 높다는 뜻도 되지만 집값이든 전셋값이든 서울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울산 지역은 소득이 높은데도 주거비가 낮기 때문에 맞벌이를 하려는 가구가 적은 것이다.
거품 뺀 '진짜 집값' 알려주는 PDIR 분석법 [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가구별 소득으로 분석하면 과 같이 과천시가 광진구에 이어 둘째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지역으로 자리매김한다.
거품 뺀 '진짜 집값' 알려주는 PDIR 분석법 [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의 PIR 하위 지역 중에서는 안동시가 빠지고 청주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이처럼 국세청 소득 자료를 활용해 분석하면 종전과 같이 전국 평균과 서울 평균이라는 두 지역뿐만 아니라 국세청 소득 자료와 KB국민은행 아파트 시세가 동시에 제공되는 145개 지역에 대해 모두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어느 지역이 그 지역 소득에 비해 고평가됐고 어느 지역이 저평가됐는지 분석할 수 있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투자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설명한 방법은 기존의 PIR 분석 방법을 145개 지역으로 세분해 분석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PIR 분석 방식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다시 KB국민은행에서 분석한 방법을 살펴보자.
거품 뺀 '진짜 집값' 알려주는 PDIR 분석법 [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은 저소득자(소득 1분위)가 저가 주택(매매 가격 1분위 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5.3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표에서 고소득자(소득 5분위)가 고가 주택(매매 가격 5분위 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7.2년 동안이나 돈을 모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 말은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내 집 마련 기간이 더 길고 더 힘들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고소득자의 자가 보유율이 저소득자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 그 증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자기 집에서 사는 비율이 고소득자(소득 5분위)는 76.1%이지만 저소득자(소득 1~2분위)는 46.4%에 그치고 있다.

그러면 KB국민은행의 PIR 분석은 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까. 저소득자가 눈이 너무 높아 본인의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싼 집을 사려고 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저소득자에게 물어보면 “먹고살 돈도 없는데 무슨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느냐”는 대답이 바로 돌아올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 달에 250만원 정도 버는 저소득 가구 A는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지출한다. 반면 한 달에 750만원 정도 버는 고소득 가구 B는 한 달에 400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지출한다. PIR에 사용하는 단순 가구 소득에서 고소득 가구 B의 소득은 저소득 가구 A의 3배에 불과하다. 하지만 A가구는 한 달에 생활비를 제외하고 남는 돈은 50만원(=250만원-200만원)에 불과하다. 1년 치가 6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저축을 하든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거품 뺀 '진짜 집값' 알려주는 PDIR 분석법 [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반면 B가구는 350만원(=750만원-400만원)이나 된다. 1년이면 4200만원이 된다. A가구와 B가구의 차이가 7배나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득은 3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저축이나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은 7배나 차이 나는 것이다. 이렇게 소득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여유 자금을 자유 재량 소득 또는 재량 소득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디스크레셔너리 인컴(discretionary income)’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현실성이 없는 PIR(Price to Income Ratio) 대신 PDIR(Price to Discretionary Income Ratio)을 쓰는 것이 훨씬 현실에 부합된다.
거품 뺀 '진짜 집값' 알려주는 PDIR 분석법 [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거품 뺀 '진짜 집값' 알려주는 PDIR 분석법 [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같은 서울이지만 PIR 방식으로 분석하면 강남구·송파구·동작구와 같이 소득은 높아도 집값이 비싼 지역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되지만 의 PDIR 방식으로 분석하면 관악구·강북구·동대문구와 같이 집값은 상대적으로 싸더라도 소득이 낮은 지역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의 PDIR 하위 지역은 순서만 조금 다를 뿐 PIR 방식과 같은 지역들이다.

이상으로 지역별로 집값에 거품이 끼었는지 여부를 분석해 보는 PDIR 분석법에 대해 알아봤다. PIR 분석법이 총소득 기준의 분석법이라면 PDIR 분석법은 자유 재량 소득을 기준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현실에 더 부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식은 한국의 경제 활동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1917만 명을 중심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표성은 있지만 사업 소득만 있는 사람은 통계에서 제외됐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과 같은 특정 지역은 의사 등 전문직이나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수요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PIR 방식이나 PDIR 방식 어느 방식으로 분석해도 한국에서 근로소득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늘에서 곶감 떨어질 때까지 입 벌리고 기다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우리의 인생은 한 번뿐이고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당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당신 가족을 책임져 줄 사람은 당신 말고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