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신임 리서치센터장
-“대한항공, 올해 구조 조정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유종우 애널리스트를 상무로 승진시키며 신임 리서치센터장에 임명했다. 유 센터장은 LG전자 등을 거쳐 2006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합류했다.

유 센터장은 “리서치를 둘러싼 환경이 최근 3~4년간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그 역할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이 능동적으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숨고르기’ 대비해야...바닥 찍고 반등할 업종 잡아라”
▶여러 투자 정보 채널이 등장하면서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작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운영비 등 부담이 크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증권사에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은 충분히 많습니다. 관련 부서와 협업하는 것으로도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보고요. 애널리스트는 본업에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시대가 바뀐 만큼 과거처럼 기업 보고서를 쓰고 기관 영업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겁니다.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의 리서치 서비스 ‘에어(AIR)’를 더욱 진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근 화두인 기업 등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석 능력 등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인원을 충원하고 있어요. 2월 16일 리서치센터가 주관하는 ‘KIS ESG 콘퍼런스’를 엽니다. 일반 투자자가 아닌 기업 재무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행사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대부분의 리서치가 주식 투자 비중 확대를 권고합니다.

“저금리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주식은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난해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3월 저점부터 올해 1월 고점까지 1800포인트 이상 올랐습니다. 가격 측면에서 숨을 고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국면입니다.

하지만 풍부한 유동성,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 기업 실적 증가 등을 고려하면 주식 시장은 위쪽을 향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되는 소재·산업재·정보기술(IT)을 긍정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들 업종에는 신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이 포진해 있습니다.

또한 IT 중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새롭게 형성되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산업재 중 건설 업종을 주목합니다. 그동안 공급 억제가 지속된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 확대 징후가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건설사들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업종별 ‘톱픽’을 알려 주세요.

“반도체 업종의 최선호주는 삼성전자입니다. 파운드리 성장성의 부각, 기업 활동 재개와 데이터 트래픽의 증가, 반도체 서버의 수요 회복이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철강 업종에서는 포스코를 추천합니다. 글로벌 철강 수요 회복과 스프레드 회복 등이 호재가 될 것입니다.

항공 업종을 대표하는 대한항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업종 내 구조 조정에 따른 반사 이익은 물론 화물 운임 고공 행진과 경제 재개에 따른 수혜주로 분류됩니다.

2차전지 업종에서는 LG화학과 에코프로비엠이 좋을 겁니다. 글로벌 친환경 투자 흐름 속에 2차전지의 수요가 지속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코스피 ‘숨고르기’ 대비해야...바닥 찍고 반등할 업종 잡아라”
▶올해 글로벌 경제의 변수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막대하게 풀렸던 유동성이 경제 정상화와 백신 접종 등으로 회수될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비롯한 Fed 인사들이 ‘연내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은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도 금융 시장은 한 발짝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금리가 오르고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유동성의 기울기가 약화되면 일시 출렁임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변동성에 유의해야 합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하락세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최근 달러화 약세가 제한돼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1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달러화가 추세적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아직 이릅니다.

올해 1~2분기 원화는 수출 확대에 따른 달러화의 유입 증가로 완만한 강세를 나타내다가 2분기 중 1060원 정도의 저점을 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지기에 앞서 달러화가 먼저 약세를 멈추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 같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연말 달러당 1140원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닙니다.”

▶미국 증시 전망과 ‘바이든 시대’ 수혜주를 꼽아 주세요.

“미국 증시에 대한 수익률의 기대치는 지난해보다 낮춰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에서 상원과 하원으로 이어지는 ‘블루 웨이브’가 완성되면서 법인세 인상과 테크 산업 규제 등 주식 시장이 싫어하는 주제들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악화한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내수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최근 미국은 중소형주의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러셀2000지수’와 경제 재개에 관련된 주식들이 탄력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컬러를 바꿔 접근한다면 상당히 좋은 수익률이 기대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파워 옵티마이저로 태양광 인버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솔라엣지’와 전기차 기업으로의 변신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를 유망주로 제시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제 활동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최대 숙박 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최근 자율주행, 전기차, 5세대 이동통신(5G) 등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1위 기업인 ‘NXP반도체’의 중·장기 성장이 예상됩니다.

또한 이러한 트렌드는 자연스럽게 반도체 설계·검증 툴인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의 수요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EDA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도 유망해 보입니다.”

▶중국 증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중국 시장은 상하이종합지수 기준 연간 10~15%의 기대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 이익의 두 자릿수 성장이 가장 큰 버팀목입니다.

상반기에는 경기의 추가 개선으로 경기 민감주(소재·경기 소비재)의 상대적 강세를 예상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혁신이 일고 있는 구조적 산업인 반도체, 5G, 전기차·태양광 등에서 좋은 수익률이 기대됩니다.

친환경 유망주로 ‘BYD’, ‘길리자동차’, ‘융기실리콘’, 인터넷 혁신 기업으로 텐센트, 소비주 중에선 ‘리닝’을 추천합니다.

BYD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전기차 세단 ‘한(Han)’의 판매량 호조가 지속되고 2차전지 외부 판매 확대가 신규 성장 동력으로 자리 매김할 것입니다.

길리자동차는 바이두·폭스콘과의 조인트 벤처 설립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입니다.

융기실리콘은 태양광 단결정 웨이퍼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사업자로 중국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상승의 수혜가 예상됩니다.

텐센트는 한국에서 수입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게임 신작 모멘텀이 강하고 ‘위챗 미니’ 프로그램을 통한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됩니다.

리닝은 ‘차이나 리닝(China Lining)’ 브랜드 출시 후 이미지 개선에 성공했습니다. 이른바 중국의 ‘애국 소비’를 대표하는 기업이죠.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스포츠웨어와 러닝화 등의 품목에서 큰 폭의 매출 증가가 예상됩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