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19 위기 넘는 역발상 생존법]
-롯데면세점, 매출 70% 자치하는 중국 의존 낮추기 박차…인도네시아 등 수익성 낮은 곳은 정리
과감한 해외 확장으로 ‘위기 이후’ 노린다…일본·베트남·호주에 역량 집중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현재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행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주요 국가의 전자 결제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해외 시장 확장에 재시동을 걸며 재도약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하늘길’ 막히며 실적 곤두박질


롯데면세점을 비롯한 한국 면세업계는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코로나19나 나타나기 전까지 면세업계는 매년 매출 신기록을 이어 갔다. 2019년만 보더라도 면세업계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하며 2020년에도 순항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이런 전망들을 모조리 뒤엎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업계는 오히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몰리게 된다.

정부의 일시적 규제 완화 정책이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감면해 주고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 허용, 제삼자 국외 반송(현재 종료)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SM면세점·시티면세점·엔타스면세점 등과 같은 중소·중견 면세 사업자들은 사업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대기업 면세점은 비록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실적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롯데면세점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약 8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기록한 영업이익은 약 2670억원이었다. 결국 롯데면세점은 영국 면세 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비드 리포트(무디 리포트)’가 발표한 2020년 세계 면세점 순위가 3위로 떨어졌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수성했던 2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올해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비록 코로나19 백신이 나왔지만 언제 종식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면세업계의 부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롯데면세점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밝힌 신년사에서 “당장의 이익보다 5년 이후를 보는 혜안으로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모색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말처럼 롯데면세점의 최근 행보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외 여행객들을 그러모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 확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지난해부터 이미 이 같은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면세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그리고 향후 일본·베트남·호주 등 3개 국가의 면세 사업 확대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일본·베트남·호주 등은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이전까지 사업이 순항했다”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이 국가들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 이면에는 ‘중국 의존도 낮추기’라는 전략도 깔려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해외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시 롯데면세점의 중국 매출 비율은 약 70% 이상이었다.

◆매출 다변화로 중국 의존도 낮춘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면 순식간에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교훈 삼아 일본·베트남·호주 등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일본 오사카에 자리한 간사이국제공항 내 명품 브랜드 로에베 매장을 신규 오픈했다. 로에베 매장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안에 구찌·티파니·불가리·보테가베네타 등 명품 매장을 연이어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2014년 간사이국제공항과 면세점 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본 면세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지난해 추가로 5개 사업권을 낙찰 받아 이번에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선 다낭과 하노이에 추가로 시내 면세점 출점을 준비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베트남에서 3개 공항 면세점을 운영 중인데 시내 면세점 2개의 추가 출점을 완료하면 총 5개의 면세점을 보유하게 된다.
과감한 해외 확장으로 ‘위기 이후’ 노린다…일본·베트남·호주에 역량 집중
베트남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여행지인 만큼 면세 수요가 크다고 판단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베트남의 면세업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를 선점하면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호주에서도 연내 시내 면세점 추가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9년 오세아니아 지역 공략을 목표로 호주 브리즈번·멜버른 등의 지역에서 면세점 4곳을 운영해 왔다. 이번에 오픈하는 지역은 호주 최대의 관광 도시인 시드니다.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종식 이후 밀려드는 현지 여행객 수요를 그러모으기 위해 추가 출점을 결정했다.

해외 시장 확대와 함께 롯데면세점은 포스트 코로나 전략의 일환으로 비대면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된 비대면 소비 방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중국 결제 서비스 ‘화베이’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화베이는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결제 플랫폼 서비스다. 중국 현지에서 급속하게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신용카드 이용률이 높지 않은 중국에서 2015년 첫 도입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이용자가 4억 명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일상생활에 자리 잡았다.

롯데면세점은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돌아올 것을 대비해 화베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화베이 서비스 도입을 통해 더 편리한 온라인 쇼핑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한국 면세업계 최초로 베트남 전자지갑 서비스인 사콤뱅크페이와 리엔비엣24h도 도입했다. QR코드를 활용한 베트남인 전용 간편 결제 서비스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베트남에선 전자지갑 결제 수단 이용 비율은 약 21%에 달한다. 젊은 층에선 신용카드만큼 보편적인 결제 수단이다. 사콤뱅크페이는 400만 명, 리엔비엣24h는 300만 명의 회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포스트 코로나에 발 빠르게 대비하며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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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