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ABC]
폭설에 주차장 된 서울 퇴근길…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건가?
폭설에 주차장 된 서울 퇴근길…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건가?
[한경비즈니스 칼럼=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필자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다. 도도한 한강이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고 수려한 산들이 서울시를 에워싸고 있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서울시의 가치는 빛난다. 무엇보다 살기에 편리하다.특히 교통 등 물적 인프라가 좋고 생활 편의 시설이 매우 훌륭하다.

다만 빛이 있으면 그만큼의 그림자도 있다. 서울은 메가 시티, 즉 거대 도시다. 메가 시티 서울은 지속 가능할까. 2000만 가까운 인구가 수도권에 모여 살다 보니 부동산 문제, 교통 정체, 공해, 쓰레기, 수질 관리, 인프라 노후화, 안전, 자연재해 등의 재난 문제가 심각하다.

2017년 6월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참사 이후 전문가들은 서울 시내 60만여 건물들을 대상으로 화재 리스크 관리 실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스프링클러가 없고 가연성 외장재로 포장한 잠재적 그렌펠 타워 건물들이 서울에 5만 채 가까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래도 될까.

시민들이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지난 1월 6일 저녁 퇴근 무렵 폭설이 내렸다. 3~4cm의 강설에 메가시티 서울이 마비됐다. 제설이 안 돼 주차장이 돼버린 퇴근길에 집까지 4시간 넘게 걸렸다는 볼멘 아우성이 이어졌다. 퇴근 시간에 최강 한파가 덮쳤고 제설 작업을 담당하는 서울시 안전총괄관의 업무 공백 얘기까지 나오니 어이가 없다. 이래도 될까.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앞으로 폭설이나 물난리 같은 자연재해가 빈발할 것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전염병은 밀집된 거대 도시 시민에게 치명적이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도심 테러가 서울에만 예외일 리 없다. 대규모 정전이나 통신 마비 같은 인프라 사고에 따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거대 도시 서울은 재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마땅하다. 재난 리스크는 재난에 대한 특정 지역의 취약성, 재난에 노출된 인적·물적 위험, 재난 사고(발생 빈도×강도) 자체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시내, 특히 평소에도 시민 이동과 교통 체증이 심한 강남역 사거리를 예로 들어 보자. 예고 없는 자연재해에 절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연재해 리스크에 노출된 시민·자동차·음식점·업소·사무 건물 등이 밀집돼 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예전보다 잦아지고 강도 또한 세졌다. 결과적으로 서울 도심의 자연재해 리스크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최고의 리스크 관리는 재해 예방인데 서울시는 기습 폭설에 대비가 잘돼 있었을까. 퇴근길 폭설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고 관리자로서 서울시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사고 대처는 신속하고 효과적이었을까. 폭설과 사고에 서울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많은 시민이 시간적·물적·심적 피해를 봤다.

피해 복구와 보상은 적절히 이뤄졌을까. 더 두고 볼 일이다. 재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한 거버넌스는 적절할까. 사고 후 혼란과 많은 논란으로 미뤄 볼 때 아닌 듯하다. 재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재해 발생 시 누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결정되며 관련 정보가 조직 내에 공유되는 것이 바람직한 리스크 거버넌스다.

재난은 반복된다. 서울 같은 거대 도시에서는 재난에 따른 예상 피해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재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수록 재해는 점점 잦아지고 피해는 커진다. 재난 리스크 관리에 제대로 투자하는 만큼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준비를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If you fail to prepare, you prepare to fail).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