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19 위기 넘는 역발상 생존법]
-키움증권, 비대면 실사로 네덜란드 물류센터 투자…상장 주간사 입찰도 ‘비대면 PT’
‘드론 띄우고 실시간 영상 전송’…해외 투자·M&A 비대면 딜 확산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기업 인수·합병(M&A)부터 해외 대체 투자, 기업공개(IPO)까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해외 대체 투자는 ‘비대면 실사’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등 해외 대체 투자 실사를 위해 드론이나 영상 촬영 장비가 동원됐고 현지와의 화상 회의를 통해 딜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의 기관투자가들 역시 내부 해외 투자 가이드라인에 현지 실사가 의무인 경우 관련 규정을 변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해외 대체 투자 진행 시 투자심의위원회에 실사 보고 내용이 첨부되기 때문에 딜 진행 절차상 실사를 빼놓을 수 없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실사가 필수다. 그동안 한국 증권사와 자산 운용사는 출장을 통해 현지 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재확산되며 현지 실사를 위한 시간과 비용 부담이 증가하자 비대면 실사로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드론 띄우고 실시간 영상 전송’…해외 투자·M&A 비대면 딜 확산
◆키움증권, 하반기 거래 100% 비대면 실사 진행



키움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해외 투자 거래를 100%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키움증권이 첫 비대면 실사로 딜을 진행한 네덜란드 DSV 물류센터는 지난해 기관투자가들에게 셀다운(재매각)을 완료했다. 이 물류센터가 편입한 블라인드 펀드는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운용한다.



네덜란드는 유럽·미국·아시아 화물 운송을 잇는 전통 물류 강국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준공된 DSV 물류센터는 유럽에서 가자 큰 항구인 로테르담항과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9월 이 물류센터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며 비대면 실사 방식을 적용했다. 면적이 11만2397㎡(3만4000평)에 달하는 만큼 건물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데까지 약 4시간 30분이 걸렸다.



비대면 실사에는 키움증권 복합금융상품팀·심사팀 7명과 운용사인 베스타스자산운용 해외투자팀 3명, 현지 실사 업체 6개 기관이 참여했다. 긴 시간에 걸친 비대면 실사 회의는 물류센터 주변의 교통 입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현지 실사 업체 직원이 고속도로부터 물류센터까지 오는 길을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했다. 외부·내부 실사도 실시간 요청 사항을 반영하며 이뤄졌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을 대비해 전날 리허설도 진행했다. DSV 물류센터 실사를 진행하던 당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일부 공간에서 스마트폰 데이터 송수신 설비가 미비해 실시간 화면 전송 연결이 상태가 나빴다. 이 같은 문제는 실사 하루 전날 리허설 때 확인해 해당 구역은 사전 녹화로 대체했다. 세무 실사, 물리 실사, 감정 평가, 법률 평가 등 현지 실사는 글로벌 기관을 통해 진행했고 이 기관들 역시 비대면 실사 시 화상 회의에 참여해 진행 현황을 공유했다.
‘드론 띄우고 실시간 영상 전송’…해외 투자·M&A 비대면 딜 확산
키움증권과 베스타스자산운용은 비대면 실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임차 수요와 투자 적합성을 판단했다. 물류센터 임차인은 덴마크에 본사를 둔 글로벌 3자 물류회사(3PL)인 DSV그룹으로, 앞으로 10년간 임차 계약돼 있다. 글로벌 물류 기업과 100% 임대가 맺어져 있는 만큼 안정적인 임대 수입 확보와 매각 시 자산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점 역시 키움증권이 자산을 인수한 이유다.



키움증권은 DSV 물류센터 인수 건뿐만 아니라 글로벌 메자닌 펀드와 인프라펀드 등 해외 블라인드 펀드 딜 2건의 실사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이를 위해 본사 건물 3층 회의실에 관련 장비를 설치하는 등 비대면 실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심광진 키움증권 복합금융상품팀 팀장은 “비대면 실사는 현장 출장으로 확인 가능한 해당 국가·도시·인접 지역 현장 분위기 혹은 문화를 실제 같이 느끼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이미 다수의 한국 기관이 수차례 출장 나간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실사에 아쉬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실사 과정과 화상 회의 장면을 녹화할 수 있어 더 정확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해외 대체 투자와 관련해 비대면 실사 방식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 팀장은 “기관투자가들은 코로나19 감염의 염려와 귀국 후 2주 격리로 인해 작년 현지 실사를 간 사례가 거의 없다”며 “주요 투자 지역인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올해도 해외 출장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 실사를 배제할 수 있는 해외 대체 블라인드 펀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지난해 7월 미국 조지아 주에 있는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드론과 액션캠을 띄워 비디오 실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12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 투자 펀드 인수 업무를 진행했다.
금융 당국에서는 부동산 투자 비대면 실사 방식과 관련된 방침을 아직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비대면 실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비대면 PT 진행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체 투자뿐만 아니라 M&A 풍경까지 달라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현재 M&A의 약 95%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올 들어 미국에서 추진 중인 M&A는 333건, 약 8150억 달러 규모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는 10억 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M&A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미국 통신 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스가 소프트웨어 기업 사우전드아이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모든 거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대면으로 진행되자 외신에서도 이를 주목했다.


한국에서는 2021년 IPO 역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프레젠테이션(PT)’이 등장했다. 2021년 한국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주간사회사 입찰 PT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12일 NH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골드만삭스·모간스탠리 등 8~9곳의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 제안서(RFP)를 배포했다. 1월 21일 경쟁 PT에는 RFP를 받은 증권사 대부분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IPO를 위해 비대면으로 PT를 진행한 사례는 없었다. 비대면 PT가 성공적이라고 평가 받는다면 남은 IPO 절차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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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