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19 위기 넘는 역발상 생존법]
-직장인·사교육 수요 겨냥 숙박 패키지 등장…셰프가 만든 풀코스 요리 배달 서비스도


"호텔로 출근하세요, 뷔페도 배달합니다" 휴식 대신 일상 공략하는 호텔업계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호텔업계가 다시 한 번 새 전략을 짜고 있다. 텅 빈 객실은 ‘호캉스’ 고객 대신 재택근무로 지친 직장인들을 겨냥했고 예약이 어렵던 호텔 뷔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안으로 들어갔다. 품격 있는 서비스를 자랑하는 대신 주차장부터 객실까지 사람이 응대하지 않는 ‘비대면’ 서비스를 강조하는 곳도 있다.


호텔업계의 ‘위기 돌파’는 새로운 키워드가 아니다. 호텔이 숙박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난 지 오래다. 호텔업계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감한 2017년부터 공급 과잉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외국인 수요를 채우기 위해 내국인을 공략한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진입 장벽을 낮추자 지난 몇 년간 ‘호캉스’ 열풍이 불었다. 늘어난 내국인 수요로 숨통이 트인 호텔업계에 코로나19는 또 다른 시련을 안겼다.



하늘길이 막히자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0에 수렴했고 내국인 투숙객의 발길도 줄었다. 다시 한 번 위기에 몰린 호텔업계는 ‘호캉스’ 수요에 맞춰져 있던 내국인 투숙객 전략을 급선회했다.


◆셰프 레시피, 드라이브스루·HMR로 팔아요
"호텔로 출근하세요, 뷔페도 배달합니다" 휴식 대신 일상 공략하는 호텔업계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하며 식음업장 매출 방어에 나섰다. ‘드라이브 스루’ 상품은 지난해 12월 매출이 전월 대비 4배 상승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롯데호텔 서울의 일식당 모모야마, 한식당 무궁화, 중식당 도림의 도시락을 3만원부터 판매하는 등 경제적인 가격대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겨울철 호텔업계의 대표 상품인 ‘딸기 뷔페’ 역시 테이크아웃으로 선보인다.


지난해 12월에는 시그니엘과 롯데호텔에서 업계 최초로 파인다이닝 풀코스 요리를 테이크아웃과 배달 서비스로 제공하며 차별화했다. ‘홀리데이 갈라 앳 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풀코스 요리 배달 상품은 한 달만 판매했음에도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며 코로나19로 실종된 연말 특수 상황을 극복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연말 홈파티 수요가 맞물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올해도 혼술·캠핑, 정찬 코스, 심야 메뉴 등 고객 유형과 니즈에 맞춘 다양한 언택트 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크하얏트 서울, 인터컨티넨탈, 쉐라톤 서울 디큐브 시티,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등 많은 호텔은 호텔 내 식음업장 음식을 포장 메뉴로 만든 ‘투고’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배달 앱이나 주문 앱을 활용하는 호텔도 있다. 글래드호텔은 ‘투고 박스’ 메뉴를 배달 앱 쿠팡이츠와 배달의 민족을 통해 출시했다. ‘사천식 전복구이’, ‘대게 플레이트’, ‘양갈비 플레이트’ 등 호텔 뷔페나 레스토랑의 메뉴를 그대로 담았다. 포포인츠 강남은 호텔 셰프의 요리를 배민라이더스로 배달하는 ‘포포인츠 강남 딜리셔스 & 프레쉬 투고’ 서비스를 선보였다. 포포인츠 강남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스마트 주문·결제 서비스 ‘페이코 오더’를 도입해 고객들이 식음업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호텔 셰프의 레시피를 더 많은 채널로 판매하기 위해 가정 간편식(HMR) 상품 제작에 나서는 호텔도 있다. 이들은 마켓컬리·SSG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입점하며 프리미엄 HMR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워커힐 호텔 역시 호텔 내 유명 식당 음식을 HMR로 출시했다. 한우 전문점 명월관의 갈비탕, 정통 한식당 온달의 육개장과 간장게장을 HMR 제품으로 판매한다.



◆평일 공실, 호텔 출근족으로 채운다
"호텔로 출근하세요, 뷔페도 배달합니다" 휴식 대신 일상 공략하는 호텔업계
객실의 목적을 ‘휴식’이 아닌 ‘일상’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나선 호텔도 있다. 특히 오피스 상권에 자리한 호텔들은 재택근무가 길어지며 피로감이 누적된 직장인들을 위해 장기 투숙이나 재택근무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위생과 방역을 인정받은 독립된 객실에서 카페보다 안전하게 업무와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글래드호텔은 지난해 5월부터 ‘호텔로 출근해’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글래드호텔의 4개 지점이 여의도·마포·강남 등 오피스 상권에 자리하고 있어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을 공략했다.



일반 투숙과 달리 오전 8시에 체크인 후 당일 저녁 7시 체크아웃이 가능해 근무 시간에만 객실을 활용할 수 있다. 원두 드립백 2개, 오뚜기 스낵박스(미니뿌셔 또는 뿌셔땅 2개, 진짬뽕 1개, 진짜장 1개로 구성) 1개를 제공한다. 객실 공실률이 높은 월~목요일까지만 운영하며 평일 낮 빈 객실을 채웠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스위스 그랜드 호텔 역시 재택근무 직장인과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주중 전용 상품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최대 11시간 객실에 머무르는 동안 체련장과 수영장 2인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호텔 로비층에 있는 비즈니스센터에서 복사, 출력, 스캔, 회의실 이용, 각종 문서 번역 서비스 등 비즈니스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은 지점별 상권 특성에 맞춘 다양한 장기 투숙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비스 스타일 강남은 ‘학원가’의 수요를 노린 호텔 패키지를 내놓았다. 이비스 스타일 강남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일명 ‘일타 강사’들이 대거 모여 있는 대치동 학원가와 가장 근접한 호텔이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즌에 맞춰 전국의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가 급증한다. 이비스 스타일 강남은 이 같은 장기 투숙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강남 1주일 살기’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명동은 국내외 은행과 대기업 본사, 외국계 기업이 밀집된 지역 특성을 살려 비즈니스 장기 투숙객을 위한 ‘방만빌리지 패키지’를 선보였다. 주 2회 침구류 교체와 객실 클리닝, 레스토랑 20% 할인, 코인 세탁실 세제 무료 이용, 헬스장·대욕장 무료 이용 등 다양한 혜택으로 구성했다. 장기 투숙 패키지는 한 달 150만원으로, 하루 이용료가 5만원 정도인 셈이다.
"호텔로 출근하세요, 뷔페도 배달합니다" 휴식 대신 일상 공략하는 호텔업계
켄싱턴호텔 여의도 역시 한 달 동안 호텔에서 머무를 수 있는 장기 투숙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장기 투숙 고객들이 남긴 피드백을 반영해 ‘런드리 라운지’를 선보이고 있다. 런드리 라운지는 장기 투숙 고객을 위한 전용 라운지로, 세탁기·건조기·안마의자·소파·바 테이블을 마련한 휴식 공간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업계가 장기 투숙, 신규 서비스 도입, 신규 판매 채널 창출(홈쇼핑)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단순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커버스토리=코로나19 위기 넘는 역발상 생존법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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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3호(2021.01.25 ~ 2021.01.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