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지지율 언제든지 뒤집혀”…친문 “이 지사 대통령 되면 우린 팽될 것, 선뜻 지지 어려워”
[홍영식의 정치판]![“이재명, 밴드왜건 타려면 지지율 30% 대 뚫어야”[홍영식의 정치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32933.1.jpg)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월 15∼17일 전국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대선 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27%로 이 대표(12%)를 두 배 이상 앞섰다(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이하 자세한 여론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입소스가 2월 6~9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28.6%의 지지율로 이 대표(13.7%)를 크게 앞섰다. 정세균 총리는 1.8%였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2월 6∼8일 실시한 조사에선 이 지사는 27.3%의 지지율로 이 대표(13.0%)와 정 총리(3.7%)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조원씨앤아이가 시사저널 의뢰로 2월 2~3일 실시한 조사 때도 이 지사 26.6%, 이 대표 14.8%, 정 총리 3.5%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의 2월 2∼4일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7%, 이 대표가 10%였다.
![“이재명, 밴드왜건 타려면 지지율 30% 대 뚫어야”[홍영식의 정치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32935.1.jpg)
이 대표는 연초부터 이익공유제를 주장한데 이어 4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로 기선을 잡았다. 선별적(맞춤형)·보편적(전 국민) 지원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보편적 지급은 기획재정부의 반대 벽에 부딪쳐 추후로 미루고 선별적 지급을 우선 실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 국민 지급 카드도 선별적 지급 뒤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
정세균 총리·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 기본소득제 협공
정 총리는 ‘자영업 손실 보상제’로 차별화에 나섰다. 여당 의원들은 월 1조2000억원에서 24조7000억원까지 비용이 소요되는 소상공인 영업 손실 보상 법안들을 제출했고 3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그의 ‘지론’인 기본소득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1일부터 도민들에게 1인당 지역 화폐를 1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를 갖고 기초 생계비 수준인 1인당 월 50만원(연 600만원)이 될 때까지 국민 합의를 거쳐 서서히 증액해 나가자는 것이 이 지사의 구상이다.
그러자 정 총리와 이 대표가 이 지사 공격에 나섰다. 정 총리는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며 “한국의 규모를 고려할 때 (기본소득제를) 실험적으로 실시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기본소득제는 기존 복지 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며 “알래스카를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주목되는 것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이 지사 공세에 나섰다는 점이다. 임 전 실장은 586(1960년대생·1980년대 학번·50대)·친문 그룹의 대표로 꼽힌다. 그의 이 지사 공격은 친문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주장은 번지수가 많이 다르다”며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들을 향해 “외국에서 성공한 일이 없고 실현 불가능하다며 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며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필요한 정책이라면 외국에 선례가 없다며 지레 겁먹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인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슈 파이팅을 꼽고 있다. 과거 경기지사로 대선을 노렸던 이인제·손학규 전 지사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만한 이슈를 만들지 못한 반면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 등 끊임없는 어젠다로 ‘팬덤’ 지지층 형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장은 “대선 주자는 이슈 파이팅을 해야 주목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평가받을 수 있다”며 “과거 경기지사가 대선 무덤일 정도로 지지를 받지 못한 반면 이 지사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받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 지사가 지지율 독주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관건은 ‘마의 30%’를 넘느냐 여부다. 이 대표도 20%대 후반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간 점을 감안하면 이 지사의 20%대 중·후반 지지율은 언제든지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례에서 봤듯이 대선 1년 전 지지율 1위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 합이 50% 안팎에 불과하고 절반 정도가 부동층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이들의 표심은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에게로 가느냐에 따라 판세가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 있다. 이 지사가 최소한 30%대의 지지율을 보여야 보다 안정적인 발판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당내 비주류인 이 지사가 경선에서 당심을 얼마나 잡을 수 있느냐 여부다. 2002년 당내 소수파였던 노무현 후보처럼 ‘언더도그(underdog : 강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약한 후보를 지지해 선거 판세를 바꾸는 것)’ 반란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와 당심이 다른 사례들은 많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후보는 당심에서는 이겼지만 일반 여론 조사에선 패배하면서 이명박 후보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줬다.
이 지사는 여론 조사 지지율은 높지만 당심이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그가 대표적인 비문(비문재인)이라는 점에서 친문의 선택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친문계인 임 전 실장의 이 지사 비판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한때 정치권에선 이 지사의 탈당설도 돌았지만 이는 낭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친문-이 지사 측 경선 시기 놓고 격돌 가능성
이 대표 측과 친문에선 경선을 치러야 하는 오는 9월 초까지 이 지사의 이런 기세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6개월 전까지 후보를 뽑게 돼 있는데 이 대표 측과 친문 쪽에선 이 지사의 상승세 때문에 경선을 연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이 일축하면서 양측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경선 시점이 당내 갈등을 부를 최대 뇌관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 지사가 문팬(문재인 팬덤) 지지를 끌어 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한 여론 조사 전문가는 “뚜렷한 친문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30%대 후반까지 치고 올라간다면 친문들도 어쩔 수 없이 이 지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친문계 한 의원은 “솔직히 이 지사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답게 일반 대중의 지지를 업고 친문과 선을 확 그을 염려가 커 선뜻 그의 손을 잡기가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에 대해 “거버너로서는 능력이 출중한데 포퓰리스트적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은 위험스럽다”며 “다음 리더는 통합을 얘기해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으론 맞지 않다”고 했다. 또 “‘시원하다, 이재명밖에 없다’는 선전·선동에 의존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하다”며 “특정한 사람들을 적폐로 만들어 버리고 대중의 분노를 이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식을 반복한다. 대통령이 되려면 그런 리더십으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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