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불만 여전
-내년 대선 전까지 최소 3회 금리 인하 단행 압박할 듯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금융시장에는 이른바 ‘파월 리스크’가 존재한다. 파월 리스크는 첫째, ‘말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말과 행동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재임하고 나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한참 멀었다”는 말로 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뒤인 올해 초 말이 바뀌었다. “이제는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 있다”는 말로 말이다.

최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그랬다.
Fed는 7월 31일 이틀 일정으로 진행된 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2.00~2.25%로 25bp(1bp= 0.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을 교체할 수도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결국 25bp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금리 인하는 분명하게 보험적 측면이 있다”며 “추세의 시작이 아니라 중간 주기 조정”이라고 발언했다. 금리를 인하하면서도 딴소리를 한 것이다.
그동안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언제나처럼 파월 의장은 우리를 실망시켰다”며 “그는 이번 금리 인하가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7월 FOMC 결과가 파월 리스크로 망가진 듯 보이지만 사실 내용을 뜯어보면 성과도 적지 않다. 미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2015년 12월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점을 분명히 했고 ‘양적 긴축’ 종료 시점도 2개월이나 단축했다.
파월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야기하는 요인이지 근본적인 추세의 변화는 아니다. 미 기준금리의 추세적 변화는 7월 FOMC에서 시작됐고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8월이 되면 전략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늘 ‘잭슨홀 심포지엄’에 대한 꿈을 꾼다. 원래 잭슨홀 심포지엄은 미국 캔자스시티 Fed가 주관하는 연례 경제정책 토론회였다. 1978년 처음 시작됐고 1981년부터 매년 열린다.
매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국제기구 수장, 경제 전문가 등을 초청해 와이오밍 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개최된다. 전략 애널리스트로 잭슨홀에 대한 기억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ed 의장이던 벤 버냉키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Fed는 제2의 양적 완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성의 힘은 무서웠다. 2010년 하반기 Fed의 2차 양적 완화 정책(QE2) 덕분에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무려 20.8% 상승했다.
이러한 당시의 강력했던 기억으로 매년 8월이 되면 잭슨홀에 대한 기대를 꿈꾸게 된다.
올해 잭슨홀 심포지엄은 8월 22일 시작돼 24일 마무리된다. 파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올해 잭슨홀 심포지엄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기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이다.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서 무역 분쟁으로 돌변한 이후 미국은 5월 10일 2500억 달러(294조55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언했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Fed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자국 경제에 큰 자극을 주고 있다”며 “우리 Fed는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끓임 없이 금리를 인상했고 매우 많은 양의 양적 긴축(QT)을 시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1.0%포인트 정도의 약간의 금리 인하와 약간의 양적 완화(QE)를 통해서도 우리는 로켓처럼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것은 내년 미 대선 전까지 최소 4회의 금리 인하다. 이번 금리 인하를 포함해 앞으로도 3번은 더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정책적 효율성 등을 고려해 Fed가 내년 상반기까지 3회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달러화 강세 완화로 신흥국 투자 매력 ‘업’

올 상반기 달러 인덱스는 95.2~98.2 등락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Fed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달러 인덱스는 95를 중심으로 등락해 한 단계 레벨이 다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화 강세에 대해 불만이 빈번해졌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강달러가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 가중 달러화 가치는 우리가 비교하는 달러 인덱스보다 훨씬 더 많이 상승했다.
이는 달러 인덱스가 7개 선진국 통화 대비 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최근 강달러에 대한 그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대비 견조한 미국 경기의 펀더멘털 영향이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지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 중 하나인 ‘약보합세의 달러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달러화 강세 완화는 신흥국의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흥국의 통화 약세 완화는 신흥국 주식 투자 매력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 중 달러화 강세 완화에 따른 수혜가 높은 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 등 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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