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2019 전국 MBA평가]
김재욱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장…“경영 교육도 협업 중요해져…데이터 사이언스 등 다양한 모델 선보일 것”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한경비즈니스 전국 경영전문대학원(MBA) 평가에서 고려대 MBA가 7년 연속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형 MBA의 인기가 수그러드는 상황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꾸준히 호평을 받는 고려대 MBA의 힘은 무엇일까. 고려대 경영대학 본관에서 4월 11일 김재욱(56) 경영전문대학원장에게 MBA의 경쟁력을 물었다. 김 학장은 “시대 흐름에 맞춰 교과과정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수요자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한 점이 주효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영 교육을 위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적인 역량이 고려대 MBA의 저력”
7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차지했습니다.
“1963년 국내 최초의 MBA 과정을 시작한 이후 다행스럽게도 몇 가지 정성적·정량적 성공 지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경비즈니스 MBA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먼저 감사한 마음과 앞으로도 1등 행보를 이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공존합니다. ‘성공했다고 생각할 때 멈춰 서는 것’이 경영학에서 보는 가장 큰 실패의 지름길이기 때문에 우리 학교로서는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 고민하고 더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려대 MBA는 국내 최대 규모인 83명의 전임 교수진을 모시고 있습니다. MBA 강의를 잘할 수 있는 MBA에 특화된 교수님들이 전면에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봅니다.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게 또 하나의 강점입니다. 세상의 빠른 변화와 보폭을 맞추는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인션, 데이터 사이언스, 오픈 비즈니스 플랫폼과 같은 신규 교과 과목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 경영전문대학원 중 유일하게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 연합인 ‘셈스(CEMS Global Aliance)’에 가입해 세계 유수의 MBA 프로그램, 석사과정 프로그램과 교류하는 부분도 글로벌 역량을 인정받은 배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MBA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어떻게 키워갑니까.
“고려대는 120개 이상 해외 대학과의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MBA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풀타임 주간 MBA뿐만 아니라 코리아(Korea) MBA와 같은 야간 MBA 학생들도 희망하면 외국에서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셈스’에 선정된 이후 미국과 유럽의 유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습니다. 가까운 예로, 올봄 학기에는 미국 플로리다대의 MBA에 교환 학생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멀리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글로벌 역량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대학 MBA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다면 특히 어떤 부분을 주목해 보시는지요. “세계 속에서의 고려대 MBA의 위상은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정량적으로 이그제큐티브(Executive) MBA는 2018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전 세계 100대 이그제큐티브 MBA 순위’에서 30위권에 랭크됐습니다. 높게는 10위권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국내 여건으로 볼 때 고려대가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셈스’는 한 국가에 딱 한 학교만 선정돼 유지되는 얼라이언스입니다. 여기에는 독특한 전통이 있는데 31개 회원교의 졸업생들이 매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졸업식을 치르는 겁니다. 이 행사를 2020년 고려대에서 진행합니다. 다시 한 번 고려대 MBA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벤치마킹도 열심히 합니다. 변화가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저를 포함한 보직 교수들이 올해 5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콘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예일대의 MBA 프로그램을 돌아볼 계획입니다. 경영 교육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해하고 있는지 우리보다 먼저 변화를 추구한 학교가 겪은 장단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세계 경영 교육의 흐름은 어떻게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크게 볼 때 4차 산업혁명이 공통적인 화두입니다.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큰 틀에서 경영 교육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경영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10년 전에 배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 갈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5년 전 들어맞던 게 현재는 틀린 지식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학위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 전, 대학 중, 대학 후를 나눈다면 MBA가 평생교육의 모델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고심하면서 전략을 마련 중입니다.”

기술 변화를 어떻게 교과과정 안에 녹여 내십니까.
“데이터 사이언스가 부상하면서 공학뿐만 아니라 수학·물리학과 같은 기초 학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어떻게 취득할 것인지,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어떻게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일련의 과정을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기업들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경영학자와 통계학자뿐만 아니라 수학자·물리학자 등을 함께 불러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에서도 얼라이언스·컬래버레이션이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봅니다. 고려대는 이미 학부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교과 과목들을 열고 있고 MBA에서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블록체인·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으로 협업 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국내 MBA 가운데 아직 데이터 사이언스와 같은 신기술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는 곳은 없다고 봅니다. 답은 집단지성과 공유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각자의 깊은 전문성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먼저 고려대 각 단과대학의 자원과 역량을 잘 이해하고 협업하는 모델로, 나아가 기업이나 타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빠르고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해 나가려고 합니다.”

한국형 MBA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게 현실입니다. MBA 인플레이션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MBA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글로벌 톱 비즈니스 스쿨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겪는 문제입니다. 비단 경영 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이 문을 닫는 곳도 있습니다. 전문직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지나가는 현상이 될 것입니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환경이 달라져도 누군가는 경영을 해야 하기에 경영 교육의 수요는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고려대 MBA는 평균 3 대 1의 입학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MBA 재학생들에게 수요자 중심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요자 중심의 MBA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먼저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과과정입니다. 고려대 MBA는 교과과정 내에 외부 초청 강연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케이스 스터디뿐만 아니라 실무에서 구현할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의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연구원은 창업과 혁신, 협업과 공유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장입니다. 산하에 창업 보육을 담당하는 일진창업지원센터와 창업 교육을 담당하는 승명호 앙트러프러너십 에듀케이션센터를 두고 MBA 재학생들에게 창업 기회도 제공합니다. 또 복수 학위 과정을 운영하면서 타 대학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 놓았습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MBA 졸업생들을 위한 ‘르네상스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재학 당시 듣지 못한 과목이나 새롭게 개설된 과목을 졸업 후에도 다시 신청해 들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고려대 MBA 1위 비결의 중심에는 ‘조직 융화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고려대 MBA는 교우 네트워크가 굳건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휴먼 네트워크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교우회를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접하는 새로운 기회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업의 인적자원개발(HRD) 담당자들이 회사의 인재상으로 가장 많이 거론하는 요소가 인성입니다. 고려대의 학풍 자체가 개인주의보다 조직 융화력을 강조하다 보니 교과과정과 비교과과정을 통해 하나가 아닌 여럿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문화적으로 체화하는 겁니다. 기업에서도 팀 안에서의 자기 역할과 커뮤니티 안에서의 성장을 고민하는 인재를 기업에서도 바람직하게 보는 게 아닐까요. 좋은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문화입니다. 미래 발전 가능성을 위해서도 사람들이 열려 있어야 하죠. 그런 면에서 고려대 MBA의 힘은 곧 문화적인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약력: 1963년생. 198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94년 일리노이대 경영학 박사. 1995년 고려대 경영대학 부임. 2015년 고려대 입학처장. 2017년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2018년 11월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현).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2호(2019.04.29 ~ 2019.05.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