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가 아닌 우리 자신의 ‘품격’을 지키는 싸움
![[서평]유익한 직장 생활, 무례함을 참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395088.1.jpg)
◆참아주는 건 그만하겠습니다
로버트 서튼 지음 | 문직섭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5000원
[한경비즈니스= 김은찬 한경BP 에디터] 세상에는 치사하고 비열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무례한 인간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의 진상 짓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태반이다.
가령 학창 시절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한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교도소에 수감되거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마찬가지다. 언어폭력으로 시달리는 직장인이 많은데, 그들이 겪는 고통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신입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무례한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행동이 점염되기 쉽다는 것이다. 무례한 인간과 함께 일하면 자신도 어느새 똑같아질 확률이 높아진다.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상대방에게 정신적·물리적 피해를 입히는 이런 유형이 어느 조직에나 꼭 있기 마련이라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마냥 참고 버티는 것만으론 무너진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스탠퍼드 공과대학 경영과학 교수이자 조직 경영 문제를 다룬 전작 ‘또라이 제로 조직’의 저자 로버트 서튼은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참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충고한다.
서튼 교수는 6가지 질문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진단과 검증을 거치고 명백한 증거에 근거해 무례하고 짜증나게 하며 불쾌하고 때로 무능하기까지 한 문제적 인간들을 분류해 유형에 맞게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직장 내 ‘분노 유발자’에게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직 또는 퇴사지만 현실적으로 더 나은 이직 옵션이 있을 때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회사나 일 자체에 불만이 없고 단지 그들의 행태가 문제라면 그 사람이 없는 다른 팀 혹은 다른 건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한다.
업계의 지인을 통해 신뢰할 만한 가십을 수집하거나 상대방의 첫인상과 둘째 인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등 미리 탐지하고 피하는 방법도 있다. 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요령 좋게 피하고 싶다면 ‘괴롭히는 행동’을 할 때 가능한 한 반응속도를 늦추거나 ‘자발적 투명 인간’이 돼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 법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례한 행태가 어느 선을 넘으면 버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갚아주는 방법들(이성적으로 반격하기, 적극적으로 반발하기, 애정 공세와 아부로 내 편 만들어 버리기, 소소한 복수하기, 조직적 시스템 활용하기)’을 참고해 그들이 더 이상 자신을 막 대할 수 없도록 반격하는 단계도 필요하다.
서튼 교수는 이런 모든 과정을 단순히 ‘복수’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품격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강조하며 설득력 있고 체계적인 처세 플랜을 설계해 준다.
직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부대끼며 사는 우리 모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다. 동시에 정서적·신체적 삶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다른 사람들은 또 우리에게 의지한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며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공동 과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진정한 우월함은 남을 누름으로써가 아니라 서로를 찌르지 않고도 따뜻함을 유지하는 거리를 잘 지킬 때 자연스럽게 증명되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1호(2019.04.22 ~ 2019.04.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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