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드러커의 컨설팅, 무엇이 다른가?

◆피터 드러커 경영 컨설팅
윌리엄 코헨 지음 | 안세민 역 | 한국경제신문 | 2만원

잭 웰치는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 컨설턴트인 피터 드러커와 마주앉았다. 이때 드러커는 그에게 딱 두 가지 질문만 던졌다. 첫째 질문은 “GE가 이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당장 이 사업에 뛰어들 것인가”였다. 대답이 “아니요”라면 그다음 질문은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인가”였다.

이 두 가지 질문이 GE의 미래를 바꿔 놓았다. 웰치는 드러커의 질문을 통해 GE가 시장에서 1위 혹은 2위가 아니라면 해당 사업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매각하거나 폐쇄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러한 웰치의 결단력 있는 행동은 그가 CEO로 있는 동안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발휘했다.

드러커 컨설팅의 핵심은 자신의 무지를 활용해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멋진 화면이나 수치화된 보고서를 가지고 발표하며 의뢰인에게 정형화돼 있는 해결 방안과 의견을 제공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이러한 방식은 이 분야에서의 다른 권위자, 다른 모든 경영 컨설턴트의 방법과는 크게 달랐다. 드러커가 제공하는 컨설팅 방식은 원하는 것을 말하거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데 익숙한 의뢰인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측면이기도 했다.

드러커는 종종 문제와 상관없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장시간의 대화를 통해 의뢰인을 고민하게 만들고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하거나 숫자와 산술적인 방법이 아닌 직감에 의한 의뢰인의 행동을 중시했다. 자신은 외부에서 관찰하는 사람일 뿐 그 문제에 대해 의뢰인보다 잘 알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드러커는 컨설턴트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자신의 지혜를 과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의뢰인의 사업에 대해 그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드러커는 자신의 무지를 컨설팅에 적극 활용했는데, 드러커가 의미하는 무지는 기존의 경험·지식·전문성을 완전히 배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드러커는 전설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자신의 컨설팅에서 무엇인가에 대한 위대한 지식을 결코 주장하는 법이 없었다. 그 대신 ‘위대한 무지’를 주장하며 바로 그것이 자신에게 생각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드러커 컨설팅의 위대함은 수많은 지도자들의 증언과 사회 곳곳에 기여한 그의 흔적들이 잘 말해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드러커가 자신의 가치관·원칙·천재성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지만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친 것에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책으로 출간되거나 강의를 통해 전달된 드러커의 소중한 통찰과 이론은 과학적 방법 혹은 수학적 계산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니라 직접 관찰하는 방법과 자신의 두뇌를 활용해 논리적인 결론을 얻기 위해 추론하는 방법에서 나온 것이다. 드러커는 ‘평범한 관찰이 갖는 힘’에 대해 주목했고 그로부터 예기치 않게 얻는 통찰을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생각했다. 저자는 행동을 통해 비로소 드러커를 이해할 수 있고 이러한 이해를 통해 그가 가르친 것을 숙달할 수 있다고 책 전반에 걸쳐 재차 강조한다.

그가 드러커 원칙에 기반한 비영리법인인 CIAM을 설립해 경영을 가르치고 컨설턴트를 키워 내는 데 힘쓰고 있는 것도 드러커의 가르침을 이론적인 차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응용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드러커의 컨설팅이 매우 독특했고 사려 깊었으며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이론을 현실 세계에 어떻게 접목해 혁신을 이루느냐에 있다. 이 책은 분명 그것의 출발점이 될 것이고 그것이 이 책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마현숙 한경BP 출판편집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