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숨은 한옥 카페, 레스토랑, 전통시장 체험도 ‘쏠쏠’

신흥 ‘관광 상권’…2년 새 70% 업종 교체
골목마다 숨은 한옥 카페·레스토랑, 전통시장 체험도 ‘쏠쏠’

소소한 동네 상권이던 서촌이 전국구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 거리가 됐다. 한옥을 비롯해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한국의 옛 문화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인물의 발자취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이처럼 서촌은 한국 전통문화와 정서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관광 상권’이다.

서촌의 메인 상권은 우리은행 뒤쪽에서부터 수성동계곡까지 이어지는 옥인길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점포 수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길을 중심으로 골목마다 한옥을 리모델링한 상가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다. 통인시장과 금천교시장을 중심으로 한 재래시장 상권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왁자지껄한 재래시장은 서촌의 또 다른 관광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강여름·이지연 인턴기자


옥인길 상권 : 주말 방문객 10배…입점 경쟁 치열

한옥 지붕이 다소곳이 얹어져 있는 한옥 책방 대오서점. 1951년 오픈해 64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대오서점은 가수 아이유의 뮤직 비디오 촬영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테트리스’나 ‘보글보글’과 같은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옥인오락실도 이곳의 명소다. 1988년 문을 연 이후 2011년 문을 닫을 때까지 서촌의 마지막 오락실이었던 용오락실을 물려받아 지난 5월 새롭게 부활했다. 오락실 문 앞에는 ‘최신 게임 없음’이란 푯말이 당당하게 걸려 있다. 25년간 청와대에 빵을 납품했다는 효자베이커리, 1970~1980년대 중국집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영화루 등 ‘서촌의 내로라하는 스타 가게’들 대부분이 이 길에 옹기종기 이웃해 있다. 서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길목, 바로 ‘옥인길’이다.

경복궁역 2번 출입구에서 통인시장 쪽을 향해 걷다 보면 우리은행 뒤쪽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이 하나 보인다. 골목길은 인왕산 수성동계곡까지 이어진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세탁소나 미용실이 대부분이던 옥인길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 중이다. 서촌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한 주민은 “요즘엔 주말마다 관광객이 너무 몰려 밖에 나갈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옥인길에 자리 잡은 가게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카페나 레스토랑 등 요식업이다. 군것질 음식을 파는 분식점에서부터 스패니시 레스토랑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엔 산책을 하며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고로케 같은 길거리 음식이 늘어나고 있다. 인근에 자리 잡은 중앙부동산 관계자는 “대규모의 고급 레스토랑보다 33㎡(10평) 안팎의 작은 규모로 친근함을 강조한 가게가 대부분”이라며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평일과 주말의 방문객 수가 10배 이상 차이 난다”고 말했다. 상추튀김으로 유명한 남도분식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지만 경쟁 가게도 그만큼 많아졌다”며 “주말에는 골목마다 사람이 꽉 차지만 평일에는 인근 직장인이나 동네 주민이 붐비지 않을 정도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음식 업종만큼이나 이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도자기·천·그릇 등을 파는 디자인 공방이다. 카페형 갤러리도 여럿 들어섰다.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박노수·이상 등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터전이었던 때문이다. 이들이 예술적인 풍모를 더하면서 옥인길은 최근 20~30대 여성들의 주말 약속 장소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 고객이 몰리자 이들을 타깃으로 한 의류 판매점이나 액세서리 가게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옥인길은 50년의 역사를 지닌 터줏대감 가게들과 이제 막 출사표를 던진 새내기 가게들이 뒤섞여 개성과 정감이 넘치는 거리 풍경을 만들어 낸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이곳 상권은 최근 2년 사이 70% 이상 임차 업종이 교체됐다”며 “그만큼 변화가 빠른 상권’이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임대료도 올라갔다. 33㎡를 기준으로 2년 전 임대료는 권리금 1000만~2000만 원, 보증금 1000만~2000만 원, 월세 50만~80만 원이 대부분이었다. 현재는 권리금 3000만~5000만 원, 보증금 3000만~5000만 원, 월세 100만~150만 원 선이다.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서촌이 들썩이면서 지난 2월 서울시가 난개발을 막기 위해 건축 규제 강화에 나섰다. 서촌 부동산 관계자는 “건물 용도 변경과 주거용 이외 신축이 금지됐다”며 “상가 매매가 거의 중단됐기 때문에 한정된 상가의 입점 경쟁이 치열해져 임대료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 골목 상권 : 용도 규제로 한옥 게스트하우스 유망

서촌의 가장 큰 매력은 골목을 걷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디자인 공방들이다. 대부분30년 이상 세월이 묵은 양옥이나 한옥 주택을 개조한 곳이다. 옥인길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 골목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가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한옥보다 양옥의 비율이 높지만 상가는 한옥을 리모델링하는 곳이 많다. 서촌의 한옥은 66~99㎡(20~30평)의 소형 한옥이 주를 이룬다. 개량 한옥이 대부분이어서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기와나 서까래만 한옥의 느낌을 살린 건물이 있는가 하면 옛 한옥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건물도 적지 않다.

현재 서촌의 한옥 매매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3.3㎡(1평)당 1300만~180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2000만~3000만 원에 거래된다. 임대료는 82.5㎡(25평) 전후를 기준으로 보증금 4000만~5000만 원, 월세 150만~200만 원 정도다. 주거용 한옥을 리모델링해 상가로 쓰는 곳이 많아 대부분은 권리금이 없다.

서촌 부동산의 한 중개업자는 “한옥을 직접 매입해 가게를 운영하는 비율이 40%, 임차해 상가를 운영하는 비율이 60% 정도로 추정된다”며 “상가로 활용하면 리모델링이 필수인데 일반 양옥보다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한옥은 건축업자가 적은 데다 나무 등 부속 자재가 비싸기 때문이다.

개량 한옥을 신축할 때 3.3㎡당 대략 500만~6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대수선(건축물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증축)할 때에는 3.3㎡당 800만~900만 원이 소요된다. 대수선은 기존 한옥의 구조를 보존하면서 시공하기 때문에 신축보다 공사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처럼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 일대 골목에는 최근 4~5년 사이 한옥을 개조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상당수 들어섰다. 100년 된 한옥을 리모델링해 피자와 떡볶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으로 운영 중인 송스키친도 그중 하나다. 송스키친 관계자는 “한옥의 멋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본래 있던 기둥 하나까지 손대지 않은 채 리모델링했다”며 “다만 내부는 고객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현대화했다”고 말했다. 송스키친은 이곳에서 떡볶이와 피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송스키친 관계자는 “초기에는 인근의 직장인들이 주를 이뤘다”며 “이들을 통해 블로그에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손님이 크게 늘었고 매출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골목 안쪽은 여전히 주택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웃 거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송스키친 관계자는 “가게로서는 사람이 북적거리면 좋지만 이웃 주민들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가능하면 이웃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가게 앞을 청소할 때 이웃집 앞까지 같이 한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이와 같은 카페나 레스토랑 보다 게스트하우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영업 중인 레스토랑이나 카페 외에 한옥을 이용해 새로운 가게를 오픈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옥을 주거용으로 신축하거나 대수선하는 것은 허용되는데, 이를 활용해 ‘한옥 체험업’을 운영할 수도 있다. 한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한승한 대표는 “서촌 게스트하우스는 양옥보다 한옥이 더 많다”며 “올해 안에 한옥 게스트하우스 7곳이 더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서촌을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 또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서촌을 찾는 외국인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 서촌의 예스러운 분위기와 전통 공간에 흥미를 보인다. 서촌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또 다른 관계자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손님 중 60%가 외국인”이라고 며 “체험 학습을 온 학생과 가족 단위 손님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권 : 상권 살린 ‘도시락카페’의 힘

서촌을 찾는 사람이면 한번쯤 둘러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된 통인시장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효자동 인근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을 위한 공설시장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오랜 세월 서촌 사람들의 장바구니를 책임져 온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시설이 낙후해 젊은 층의 발길이 뚝 끊어졌던 곳이다. 통인시장이 다시 북적거리기 시작한 건 2011년 무렵부터다. 종로구청이 통인시장을 마을기업으로 선정하면서 시작한 ‘도시락 카페’가 그 주역이다. 관광객들은 현금으로 ‘엽전’ 모양의 쿠폰을 산 뒤 시장 곳곳에서 파는 다양한 반찬을 골라 담아 먹을 수 있다. 말하자면 ‘재래시장 뷔페’인 셈이다.

5000원 안팎이면 시장에서 파는 부침개·튀김·김치 등을 배부르게 맛볼 수 있다. 상인들의 작은 아이디가 죽어가던 재래시장을 되살린 셈이다.


시장이 살아나면서 상인들 역시 웃음을 되찾고 있다. 엽전 쿠폰으로 음식을 맛보는 관광객들의 뒤를 이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찾는 주부들이 많아졌다. 도시락카페를 통해 ‘시장 음식’을 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찾아온 변화다. 한 상인은 “예전만 해도 채소 등 음식 재료를 판매하는 곳이 주를 이뤘다”며 “지금은 금방 먹을 수 있는 반찬을 파는 곳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수혜를 본 것은 반찬 가게만이 아니다.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내복 가게에도 손님이 이어지고 원조할머니의 손맛으로 유명한 ‘기름떡볶이’ 등 주전부리가 통인시장의 별미로 인기다. 또 다른 상인은 “도시락카페가 생기면서 매출이 30% 정도 뛰었다”며 “주말이면 관광객만 1000명 이상씩 찾아온다”고 말했다.
경복궁역 1·2번 출입구에서 바로 이어지는 금천교시장은 ‘맛집의 메카’로 진화하고 있다. 2012년 ‘세종음식문화거리’로 지정됐다. 서민들의 먹을거리를 대표하는 음식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1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에서부터 패기 넘치는 신상 맛집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원조빈대떡·산삼막걸리는 물론 청년 장사꾼들이 뭉친 감자집도 맛집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4월에는 중소기업청이 공모한 ‘2015년 골목형 시장 육성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민석 연구원은 “종로의 피맛골이 옛 정취를 잃어버리면서 금천교시장이 피맛골을 대체할 먹자 상권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다만 이곳에는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베테랑 맛집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초보자가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상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 상권의 임대료는 33㎡를 기준으로 권리금 약 5000만~7000만 원, 보증금 2000만~4000만 원, 월 임대료 120만~150만 원 수준이다.

전문가 창업 포인트 -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
“골목 안 외진 입지, SNS로 극복”

서울 강북의 ‘뜨는 거리’인 서촌 상권은 수많은 좁은 골목길을 중심으로 한다. 밀집도가 매우 낮은 상권에 해당한다.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상권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타 상권에서 볼 수 있는 급격한 프랜차이즈화는 아직 관찰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매장 출점의 기본 요건인 유동인구와 점포 노출의 가시성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점포의 밀집력이 취약한 것도 임대료가 서울 평균 시세를 넘어서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인이 창업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 밀집도가 낮은 데다 골목 안에 자리 잡은 곳은 노출성이 낮기 때문에 입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방송, 입소문 등을 통해 찾아오게 만드는 영업 전략이 대세다. 입지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일대 상가 건물이나 점포가 배치된 주택을 매입해 임대를 주는 직접 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특히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다. 10억 원 미만을 투자하면 대체로 상가를 통해 200만~300만 원의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최근의 개발 규제로 향후 2년간 기존 주거용 건축을 리모델링해 상가로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