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개성이 먼저…매출도 역삼동 못지않아
지난 6월부터 올해 12월까지 회장을 맡은 이는 향수공방의 정미순 사장이다. 그는 “사이길예술거리조성회는 회장이나 임원진 몇 사람이 주도해 끌고 가는 상인회가 아니다”며 “임기를 짧게 두고 모든 회원들이 함께 돌아가며 책임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요 사안은 모바일 ‘투표’로 결정
정 회장은 역삼동에서 향수 가게를 운영하다가 지난 7월 이곳 사이길에 터를 잡았다. 상인회 회원이 된 지 1년여 만에 중책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는 “사이길은 역삼동보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동인구도 적을 수 있지만 공방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색깔이 뚜렷한 곳이어서 선택했다”며 “실제로 사이길에 자리 잡고 보니 매출에서도 역삼동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게를 운영하는 것만 해도 바쁠 텐데 상인회를 이끄는 회장의 직함이 버겁지는 않을까. 정 회장은 “상인회가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상권을 크게 키우고 돈을 잘 버는 곳으로 만들기보다 ‘우리끼리 재미있게 소박하게 공방들이 모인 상권의 색깔을 지켜 가자’는 것”이라며 “그만큼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다른 회원들이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상인회 차원에서 주요한 선택이 필요할 때에도,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모든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그의 말마따나 이곳 예술거리조성회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사이길 상권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부터 조금 더 작은 규모의 음악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지난 서리풀 페스티벌 한불축제 때 사이길도 참여해 홍보 부스를 마련하고 음악회를 열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이번 축제에서도 이곳 사이길 상인들은 제품을 많이 팔기보다 ‘재미있게 사이길이 어떤 곳인지를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판매대를 설치하는 대신 ‘포토존’ 등을 열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그는 “향수 가게를 하는 사람으로서 회장직을 맡은 동안에는 이곳에 향수박물관도 열 준비를 하고 있고 ‘향기가 나는 상권’으로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며 “사이길이 알려지는 것도 상인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우리만의 색깔을 지켜 간다면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와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사이길 상인회 성공 비결
1. 회장 임기가 짧은 이유, ‘모두가 다 같이’ 꾸려가는 상권
2. 디자인 공방이 많다는 점을 내세워 ‘확실한 차별화’를 만들어 낸 것이 포인트
3. 벼룩시장 ‘사이데이 마켓’ 등 상인들이 직접 주도하는 다양한 행사
4. 행사를 통해 당장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보다 ‘상권의 색깔’을 알리는 데 집중
5. 상권의 색깔이 뚜렷하면 사람들은 ‘찾아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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