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관료 등 최고 엘리트들이 문제 일으켜, ‘연결된 세상’ 간과한 탓
당연히 시장의 평가를 무시한 자원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와 인플레이션 위험이 병존하는 상태에서 일부 첨단 산업을 제외하고는 성장 기반 다지기와 거리가 먼 버블 양산 프로젝트에 상당 재원이 동원되고 있다. 더욱이 돈 찍기로 틀어막은 고레버리지의 금융 과잉 문제는 금융의 근간인 민간과 시장의 신뢰 기반 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기 회복세가 견고해질 때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은 그 자체가 모순적이다. 돈을 푼다고 경기 회복세가 견조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주요 정책 당국들은 초저금리를 통해 민간의 위험 감수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안전 자산만 더 선호하고 정부에만 매달리게 되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안전 자산마저 위험 자산화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시스템 마비의 대가를 세계 시민의 고통으로 치르고 있는 셈이다.
‘만병통치약’이 된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해외 유동성에 의존해 있는 신흥 국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주변 여건이나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정부의 대응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거시적 차원에서 대외 부문의 안정에만 주력해야 하는 한국의 경제구조 특성상 커져만 가는 유동성 관리 및 환율 안정 부담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만 늘어가고 있다. 특히 이미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 부채로 금리정책 수단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됐다. 고용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초저금리와 부채 증가는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지만 이래저래 꺼질 수밖에 없는 버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보다 심각한 상황은 시계 제로의 상황에서 빚의 유혹이나 단기 버블에 현혹돼 우왕좌왕하는 민간 투자자들의 모습이다. 정부 정책만 믿고 취하는 일련의 자산 선택은 어쩌면 집단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 있다. 초저금리하에서 차입을 통한 투자에 나서지 말라고 감독하기도 어렵고 방치하기는 더욱 어렵다. 마지막 붕괴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시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다.
현 금융 체제에 대한 신뢰 저하는 기존의 시장 인프라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인류 역사상 경험하지 못했던 본질적 차원의 변화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가져다준 연계성(connectivity)의 제고로 촉발됐다. 촘촘히 연결된 세상은 우리에게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혜택과 함께 엄청난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편리성을 추구하는 이면에서는 우리의 소중한 개인 정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편리함에 길들어져 그 배경에는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밀착된 서비스를 생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질적인 변화의 핵심은 기존의 서비스 제공자들 외에도 새로운 참여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고 서비스의 차원은 단순한 가격 인하 외에도 복합적인 측면이 강하다.
소위 연결된 시장과 고객으로 초래된 본질적 변화다. 대표적인 소비 행위에 있어서도 온·오프라인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위치 기반의 각종 판촉 인센티브로 무장한 복합 서비스가 넘칠 정도로 제공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단순한 구분은 사라졌고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된 활동 기반을 토대로 경제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연관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본 토대가 바로 플랫폼(platform)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의 공통적 특징은 초일류 집단을 중심으로 문제가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Fed와 관료 집단 등 우리 생태계 최고의 지성과 네트워크에서 문제가 간과되고 시스템 차원의 문제로 확대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 이유는 현재의 연결된 세상에서 위험 파악의 방식이나 대응 체제가 변했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데이터와 칸막이식 매뉴얼 위주의 관리 방식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 파악이 어려운 복합 이슈에 대해 각자가 처리할 사안들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커지고 정책 수단이 고갈되며 전통적 정책 구사의 틀이 와해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자체의 무능력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상황 반전의 물꼬를 트려면 칸막이식 규제와 중앙집권적 의사 결정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 기존의 틀을 무시할 수도 없다. 적합성은 저하됐지만 이를 부정해 초래된 공백을 채우려면 상당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변화는 가능성일 뿐 아직 본격적 시장의 테스트를 거친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다면적 시장의 등장과 플랫폼 경제
소위 플랫폼 경제는 일정한 기반 위에서 다양한 연관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이것이 고용과 성장으로 연결되는 구도다.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이 수시로 바뀌는 다면적 시장(multi-sided market)에서 최대한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는 기반이 바로 성공적인 플랫폼인 것이다. 플랫폼 작동의 기본 원칙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협업이고 이는 자기 것부터 개방하는 자세에서 출발한다. 이미 미국은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60% 이상이 플랫폼 기업인데 비해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여전히 자기 디바이스에 국한된 판촉 전략에 머무르고 있다. 개방 환경과 본격적 협업 체제에 기반을 둔 플랫폼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기업들도 과거와 같이 사전적인 스크리닝을 강화하기보다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틀 안에서 최대한 많은 참여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즉, 경영권이나 지배 구조 관련 기존의 틀은 이제 새로운 환경에서 재조명돼야 한다. 또한 이제는 P2P(Peer to Peer)의 시대이므로 과거 중개 역할을 하던 시장기구들은 수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다면적 연관을 촉진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
첫째, 신규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가 대폭 촉진돼야 한다. 각종 진입 장벽으로 이중삼중 보호되는 각 부문의 인력 공급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 사전 인증 제도가 벤처의 발전을 저해했듯이 사전적인 자격 요건은 작금의 환경에서 타당성이 많이 저하됐다. 소위 비정규직 내지 비전통적 임시직의 온라인 거래가 수시로 가능한 프리랜서, 즉 ‘긱 경제’가 발현돼야 한다.
둘째,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됐던 비정상적 관행을 버리고 사회 지배 구조를 참여형·개방형으로 바꿔야 한다. 선두 주자들의 깃발 꽂기와 진입 장벽을 강화하려는 지대 추구와 이익 확보 차원의 소극적 태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나누면서 관심 있는 요소를 최대한 많이 포용해야 승산이 있는 환경이다. 이제라도 지도층이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민간 스스로 이러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해외시장으로의 진출 동력은 바로 스스로의 변화에서부터 강화될 수 있다.
셋째, 민간과 시장의 목소리가 강화돼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단기 성과 위주의 각종 드라이브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오히려 민간의 유인과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민간의 실력 발휘가 가능한 개방적 생태계를 키워 가는 작업은 정부의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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