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기기 활용해 질병 미리 찾고 건강관리, 경험 나누는 아마추어 모임 활발

‘내 몸 내가 지킨다”…QS에 빠진 괴짜들
사람들은 보통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몸의 이상을 찾아내 병으로 진전되지 않도록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술로 전통적인 방법보다 더 효과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까. 그 유력한 대안은 바로 자가 측정(QS : Quantified Self)이다.
QS는 정보통신 등의 최신 기술을 이용해 음식·공기 등의 섭취물, 혈압·혈당 등의 상태, 육체 및 정신적 운동량 등 우리 몸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측정하고 이를 이용해 체중 조절, 수면 습관 개선 등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의료비용이 증가하면서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와이어드 잡지의 편집인 개리 울프와 케빈 켈리가 2007년에 제안한 이 개념은 현재 50여 개국에서 수천 개의 모임이 조직돼 있으며 국제학회도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뉴욕·런던·보스턴 지역의 모임이 유명하다.

운동량에서 수면 시간까지 측정해 관리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하는 것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용이해졌다. 또한 센서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전송하고 저장하며 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현격하게 낮아지면서 건강관리의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술로 무엇을 측정할 수 있을까. 우선 육체 활동에 관련된 핏비트·퓨얼밴드·런키퍼·조본업 등의 장비가 있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핏비트는 내장된 가속도계와 고도계로 운동량 및 소비된 열량을 측정한다. 이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돼 나중에 분석이나 지인과의 비교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팔찌 형태인 조본업으로 운동 및 수면 패턴을 측정할 수 있다.
최근 아스마폴리스는 천식 환자를 위한 새로운 장비를 발표했다. 흡입기에 위성항법장치(GPS)와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이 장비로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린구스는 물체에 쉽게 부착할 수 있는 소형의 모니터링 장비를 개발했다. 이를 칫솔에 부착하면 언제 이를 닦았는지 알 수 있고 개 목걸이에 부착하면 언제 산책을 시켰는지, 물 조리개에 부착하면 언제 화초에 물을 줬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지오·웨이크메이크·라크 등의 장비로 수면 패턴을 알 수 있고 앱웨이브2·폴라·미오 등의 장비로 심장박동을 체크할 수 있다. 이 밖에 블립케어·아이헬스 등의 장비로 혈압을, 해피니스·무드판다·무드스코프 등의 장비로 기분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 밖에 유전자 염기 서열을 측정하는 23앤드미, 체내 미생물을 분석하는 유바이옴 등의 서비스도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까. QS 모임에 가면 이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들어볼 수 있다.
그 한 사례를 살펴보자. 숙면을 취하지 못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데이빗은 머리띠 모양의 뇌파 측정 장비를 구입했다. 이 장비로 선잠·숙면·렘(REM) 등 수면의 양과 질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데이빗은 섭취한 음식 및 건강보조식품·운동량·음주량을 측정했다. 이렇게 얻어진 자료를 가지고 마그네슘 보충제를 먹거나 카페인 섭취를 줄이거나 심지어 침실을 어둡게 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이들이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과도한 음주가 수면의 질을 낮추고 있었고 마그네슘 보충제를 섭취하면 깊은 수면에 빨리 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 수면의 양과 질을 제고했다.
또한 로빈은 학습 카드를 사용해 여러 음식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알게 해 체중을 20kg 줄이는 데 성공했고 위(Wii) 게임기를 이용해 균형 감각을 향상시켰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파킨슨병에 효과적인 약물의 조합을 결정했다. 또한 한 학생은 자신의 호흡 패턴을 측정해 긴장 완화에 효과적인 운동을 파악, 폐 기능을 30% 이상 향상시켰다.

‘크론병’ 스스로 찾아낸 스마르 박사
또한 개별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공개해 치료법을 함께 찾아가는 페이션츠라이크미·큐어투게더 등의 시도들도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편두통을 동반하는 고소공포증의 경우 특정한 편두통 약의 부작용이 평균에 비해 4배 이상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직 초기의 이러한 노력들은 실험의 설계·수행·분석의 모든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QS의 공동 제안자인 개리 울프는 최신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건강을 개선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을 1970년대 말 ‘자가 컴퓨터 클럽(Homebrew Computer Club)’과 비교했다.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동호회인 이 모임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의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하면서 개인용 컴퓨터 산업의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은 QS가 전문가들 사이의 기술적인 대화로 보일 수 있지만 미래에는 건강관리의 혁명을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QS 모임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QS의 극단적 사례로 래리 스마르 박사를 들 수 있다. 미국과학재단의 슈퍼컴퓨팅센터 프로그램을 최초로 제안한 스마르 박사의 최근 관심사는 건강이다.
핏비트·지오 등의 장비를 이용해 자신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23앤드미에 의뢰해 자신의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 유전적으로 취약한 질병을 파악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혈액 및 대변검사를 받고 본인 내장에 있는 미생물의 염기 서열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에 대해 측정하는 지표의 수는 100여 개에 이른다.
스마르 박사는 자신의 ‘C 반응성 단백질(CRP)’ 수치에서 이상을 발견했다. 병든 세포 표면에 달라붙어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CRP의 농도는 통상 혈액 1리터에 1mg 이하다. 그런데 스마르 박사의 CRP 값은 6.1이었고 6개월 후에는 11.8로 증가했다.
지속적인 복부 통증에 시달리던 스마르 박사는 병원을 찾아 급성 계실염의 진단을 받았고 CRP 수치는 14.9까지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락토페린 수치도 증가하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조사해 자신이 크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스마르 박사의 모습은 1970년대 ‘자가 컴퓨터 클럽’에서 괴짜들이 기계어로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를 종이테이프에 저장하는 광경과 비교할 수 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개인용 컴퓨터가 강력해지고 사용하기 편리해지면서 일반에 보급된 것을 생각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보통 사람들이 QS를 활용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슈퍼컴퓨팅본부 책임연구원
‘내 몸 내가 지킨다”…QS에 빠진 괴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