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근무 자리 잡은 외국계 기업…‘제도’보다 ‘실천 의지’가 우선

국내에서는 ‘자율 출퇴근제’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글로벌 기업에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업무 시스템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물론이고 한국코카콜라·한국P&G·유한킴벌리 등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시공간 제약 없앤 ‘글로벌 스마트 워크’
구글코리아 직원들에게는 ‘지각’이 없다. 탄력 근무제를 통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지사들 간에도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업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선택권을 넓혀 가고 있다. 구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임원 리크루팅(APAC)을 맡고 있는 백현선 총괄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이 업무를 맡게 된 백 총괄은 APAC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로 근무지를 옮겨야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던 그를 고려해 구글 측은 백 총괄이 서울에서 근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를 키워야 하는 워킹 맘으로서 근무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구글 관계자는 “탄력 근무제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에만 한정된 정책이라기보다 직원들이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최대의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책의 하나”라며 “이 같은 업무 환경이 뒷받침될 때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창의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 11월 광화문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프리스타일 워크플레이스’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정해진 좌석 또한 없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업무 공간이나 시간·방식 등에 대해 회사는 직원들에게 어떤 형식도 강요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업무 시간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을 철저하게 업무 성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답했다.
한국코카콜라 역시 다르지 않다. 10시부터 4시까지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근무하는 시간이다. 10시 이전 출근 시간이나 4시 이후 퇴근 시간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다만 금요일에는 전 직원이 ‘3시 퇴근’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 시간만큼은 각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재형 한국코카콜라 상무는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8년”이라며 “그러나 이미 그전부터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크게 제약을 두지 않는 분위가가 강했다”고 말한다.
같은 코카콜라라고 하더라도 국내를 비롯한 각 나라별로 자율 출퇴근제의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아예 공통 근무시간 없이 직원들에게 완벽한 자율권을 주기도 하고 또 다른 나라에서는 각자의 시장 환경에 따라 낮 시간에 일하지 않고 밤 시간에만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상대의 근무시간이 아닐 때 ‘긴급한 업무’가 발생한다면 이를 알려주는 신호만 정확하게 전달하면 된다.
긴급 상황을 제외한 모든 업무는 자신이 가장 편한 시간에 가장 편한 장소에서 일을 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결국 기업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며 “특히 기업의 문화는 철저하게 ‘위에서부터 아래로’ 바뀌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유연한 조직 문화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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