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화 급락으로 환차손 눈덩이…외환위기·디폴트 가능성은 낮아

브라질 국채 투자자 ‘좌불안석’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투자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까지 겹치자 브라질 국채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자 브라질을 포함한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원자재 수출국이 주목받은 것이다. 브라질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0% 이상으로, 같은 투자 등급에 속한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도 한 원인이었다.

2013년 6월에는 브라질과의 조세 협약으로 브라질 국채 투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면제받고 6%에 달하는 토빈세마저 폐지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브라질 국채 투자는 더 증가했다.

하지만 2011년 들어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하고 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신용 등급마저 부정적으로 평가돼 브라질 국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브라질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 가운데 환 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헤알화 가치 급락에 따라 장부상으로 상당한 규모의 환차손을 입고 있는 상태다.


브라질 국채 투자자 ‘좌불안석’
집권층 부패 척결이 최대 현안

브라질 경제가 당면한 최대 현안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의 부정부패를 척결해 날로 떨어지는 국민의 신뢰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 여부다. 브라질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부정부패가 심각한 국가다.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발표한 부패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은 43으로 전체 175개국 중 69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의 신용 평가사 피치는 최근 브라질의 국가 신용 등급 전망을 거시지표 부진, 집권층 부패, 정부 채무 증가 등에 대한 우려로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 등 다른 신용 평가사들도 신용 등급 혹은 신용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할 태세다.

일부 우려대로 브라질에서 외환 위기 혹은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많은 우리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브라질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세계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의외로 클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국제결제은행(BIS) 등의 선행 연구를 참조해 브라질을 비롯한 주요 자원 수출국을 대상으로 외환 위기나 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대내 부문과 대외 부문 등 총 9개 지표로 산정해 평가해 보면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는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로 나온다. 상대적으로 외환위기·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낮은 국가는 9개 평가 지표 가운데 경상수지 부문 한 개 항목만 ‘적신호’를 보인 콜롬비아다. 작년부터 루블화 가치 폭락 등을 경험한 러시아를 비롯해 나머지 국가들도 아직까지는 외환 위기나 디폴트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며 러시아는 지난 3월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문별로 자원 수출국을 평가해 보면 대부분의 국가가 대외보다 대내 부문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각종 위기에 시달렸던 자원 수출국들이 종전의 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외화보유액 등 대외 관리에 노력한 결과로 판단된다.

국내 투자자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브라질은 다른 자원 수출국에 비해 외환 위기·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나라들에 비해 대내보다 대외 부문의 관리가 잘돼 위기 발생 가능성을 더 낮추고 있다는 점이 국내의 브라질 국채 투자자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시계열상으로 대부분의 평가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원자재 가격 안정세 회복 예상
대부분의 대내 부문(소비자물가 상승률, 재정수지, 정부 부채 등) 항목이 다른 자원 수출국에 비해 취약한 것은 부정부패와 함께 브라질 국민들이 시위에 나선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브라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같은 맥락에서 브라질을 비롯한 자원 수출국이 당면한 최대 현안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이때 자금 이탈 가능성을 추정한 자료를 보면 브라질은 다른 자원 수출국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비자원 수출국에 비해서는 높은 것으로 추정돼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의 충격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부존자원 의존도와 외화 보유 정도에 따라 차별화가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원자재를 수출하고 보유한 외화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러시아·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 등은 국가 부도 사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대규모 자금 이탈로 자국 통화가치 급락 등 금융시장의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원자재를 수입하고 보유 외화가 풍부한 대만·싱가포르 등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자금 이탈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하반기 이후 브라질 경제를 어렵게 했던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달러 강세에 따른 부담을 느끼고 있어 추가 달러 강세에 따른 유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주요 원자재 가격 전망 자료에 따르면 원유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안정 국면에 들어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예측 기관들은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을 전제로 브라질 경제는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MF가 공개한 올해 4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 언급된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월 보고서에 비해 1.3% 포인트 떨어져 마이너스 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른 신흥국 성장률 평균 전망 수준인 4.7%에는 못 미치더라도 1.0%대로 회복될 전망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헤알화 가치가 올해 2분기 이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7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1분기까지 헤알화 가치가 달러당 3.1~3.2헤알대에서 움직이다가 그 후 점차 하락(헤알화 가치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헤알화도 앞으로 3년 동안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당분간 환차익 면에서는 브라질 국채의 투자 매력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