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SK(주)와 SK C&C 합병 결의…지분율 늘고 지배 구조 더 탄탄해져

SK(주)와 SK C&C는 4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최태원(55) SK그룹 회장을 정점으로 한 강력한 그룹 지배 구조가 완성됐다. 합병은 SK C&C와 SK가 각각 1 대 0.74의 비율로 이뤄지며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다만 SK 브랜드의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합병 회사의 사명은 ‘SK주식회사’를 쓰기로 했다. SK그룹은 오는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 두 회사의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SK는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배 구조 혁신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 등이 합병 이유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와 함께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대폭 강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SK와 SK C&C가 언젠가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SK는 그룹의 지주회사이지만 실질적으로 SK의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는 SK C&C가 SK를 지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SK 지분을 0.02%밖에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SK C&C의 지분은 32.9%를 갖고 있다. 즉 최 회장은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해 왔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최 회장→SK C&C→SK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 구조가 최 회장→SK의 직접 지배 구조로 바뀐다. 중요한 것은 최 회장의 SK 지분도 급상승한다는 것이다. 합병 이후 최 회장의 SK 지분은 0.02%에서 23.4%로 늘어난다. 최 회장에게 두 회사의 합병은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도 강화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포석인 셈이다.
그룹 정체 돌파 ‘초강수 혁신안’
SK그룹은 올 들어 사업 구조 재편과 그룹 경영권 투명화 등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최 회장의 수감 생활이 2년을 맞이하면서 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이 정체되는 등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최 회장의 과감한 인수로 단숨에 그룹의 주력사로 부상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핵심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통해 ‘전략적 혁신을 통한 위기 탈출’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사업 간 재편 작업을 전개했다. 결국 전격적인 지주회사 합병으로 확실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SK그룹은 “지난해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그룹의 매출과 수익이 역성장한 초유의 상황이었다”면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 아래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초강수 혁신안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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