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상품보다 30% 저렴…스타 셰프·유통 업체 나서 인식 개선 캠페인

영국에선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 씨가 선봉에 섰다. 그는 올 초부터 대형 유통 업체 아스다와 손잡고 못생긴 채소나 과일의 소비를 촉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채소·과일 대량 폐기는 범죄”
그는 못생긴 청과물들이 맛이나 영양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50만 명의 영국인들이 푸드 뱅크(빈곤층을 위한 급식소)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처럼 채소와 과일이 버려지는 것은 범죄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리버 셰프는 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차 농민들을 만났는데 수천 톤의 신선한 채소들이 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량 폐기되는 현실을 접한 후 소비자들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시범 판매를 제안했다.
못생긴 채소와 과일들은 현재 아스다 코벤트리점을 포함해 총 5군데 매장에서 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아스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65%가 못생긴 채소와 과일을 사달라는 제안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고 가격을 내린다면 반드시 사겠다는 이들도 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다 측은 “당근은 여전히 당근”이라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울퉁불퉁하고 흠집이 나 있는 재료들이 고객들의 식탁 위에 쉽게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인터마르셰도 B급 청과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인터마르셰는 지난해 일반적이지 않은 외관의 채소와 과일을 주인공으로 한 7종의 포스터를 제작했다. 그들은 식재료를 크게 찍은 사진 옆에 ‘무시무시한 오렌지’, ‘그로테스크한 사과’, ‘실패한 레몬’ 등과 같은 문구를 크게 삽입했다. 언뜻 보기엔 ‘추함’을 더욱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이를 통해 식재료의 독특한 생김새를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인터마르셰는 용어 바꾸기에도 나섰다. 대량 폐기되던 채소와 과일 가판대 위에 ‘못생김’이라는 말 대신 ‘불명예스러운’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그러면서 이 재료들을 이용한 과일 주스와 채소 수프를 매장에서 판매했다. 이 캠페인은 큰 성공을 거둬 판촉 행사 이틀 만에 매장당 1.2톤에 달하는 B급 재료들이 판매됐고 고객의 유입도 24% 이상 증가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슈퍼마켓의 재고 음식만을 주재료로 하는 레스토랑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팝업 레스토랑 인스탁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만 지나도 판매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 재료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 매일 아침 대형 마트 알버트하인에서 이를 수거해 요리를 만든다. 어떤 재료들이 남을지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은 ‘오늘의 수확’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창조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손님들은 남은 음식물로 요리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보다 ‘음식을 구한다’는 이곳의 착한 가치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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