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수익률 국내보다 7.3배 높아, 1인당 해외 자산 2조 원 운용

고수익 해외투자…인력 확충 시급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12월 14일 영국 런던에 있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본사 빌딩을 카타르투자청(QIA)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HSBC 빌딩 매각으로 거둔 수익은 배당금(4190억 원)과 매각 차익(5410억 원)을 포함해 9600억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해외의 상업용 부동산과 인프라(SOC) 같은 대체 투자에 나선 것은 2005년부터로, 현재 투자액은 24조4635억 원에 달한다(2014년 말 기준).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큰손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HSBC 빌딩을 전고점인 2007년 상반기에 비해 약 30% 정도 가격이 하락된 상태에서 매입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 위기로 자금난에 몰린 금융회사들이 헐값에 좋은 매물들을 쏟아냈고 이를 좋은 투자 기회로 활용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융 위기 이전의 거품을 생각하면 헐값 매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순투자금액 대비 1.65배의 수익률을 올린 것은 투자 다변화와 글로벌 투자를 추진 중인 국민연금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런던 HSBC 빌딩 투자로 9600억 원 벌어
HSBC 빌딩 매각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 경제의 저성장·저금리 상황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채권과 같은 전통적 안전 자산에만 투자해서는 목표로 했던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힘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부문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 5.4%에 그쳤다. 이에 비해 해외 주식 투자는 원화 기준으로 8.94%, 달러 기준으로 4.4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투자를 위한 채권 투자도 국내 채권의 수익률이 6.79%에 그친 반면 해외 채권 투자 수익률은 9.23%(원화 기준)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운용의 양대 축인 채권과 주식 부문 모두 해외 투자수익률이 국내 투자수익률을 앞질렀다.

최근 3년간의 평균 투자수익률을 보면 국내 투자와 해외투자의 실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2012~2104년 동안 국내 주식의 투자수익률은 1.79%에 그쳤다. 이에 비해 해외 주식의 수익률은 13.05%에 이른다. 투자 규모에선 여전히 국내 주식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수익률 차만 비교하면 해외 주식이 국내 주식보다 7.3배나 높은 수익을 올린 셈이다. 채권 투자 역시 해외 채권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5.87%)이 국내 채권의 수익률(4.96%)을 앞섰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전체 수익률은 5.25%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이 내세운 2014년 목표 수익률(5.8%)에 미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중 국내 주식의 비중은 18.3%로 금액으로는 87조 원에 달했다. 안정적 운용을 기조로 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국내 채권 비중이 55.1%로 가장 높았지만 투자 비중이 둘째로 큰 국내 주식 부문이 부진에 빠지며 전체 수익률 또한 목표치에 미달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해외 대체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사회간접자본(SOC)·사모펀드 등으로 분류되는 해외 대체 투자 부문의 수익률은 2014년 15.26%를 기록해 전체 투자 부문 중 가장 큰 성과를 올렸다. 최근 3년간 평균 수익률을 봐도 9.58%를 기록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국내 투자를 포함한 전체 대체 투자 규모는 46조6550억 원으로 2013년도 대비 15.7% 증가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대체 투자에서 거둔 성과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성과로 풀이된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 투자는 북미 지역이 3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유럽이 27.6%, 아시아가 16.3%다.
고수익 해외투자…인력 확충 시급
보건복지부 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적립금 규모는 2043년에 2561조 원으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후 적립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60년께 완전히 소진된다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2031년부터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2044년부터는 지출이 총수입(보험료 수입+투자 수익)을 넘어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일부에선 적립금이 정점을 찍는 2043년 이후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대거 매각하면서 자산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국민연금의 투자처 다변화와 수익률 제고가 절실한 이유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적립금 변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처럼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국의 연·기금과 비교하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일본공적연금(GPIF)은 해외 자산이 32.7% 수준이고 캐나다연금투자이사회(CPPIB)는 40.2%, 스웨덴국가연금펀드(AP)는 39.2%, 호주퇴직연금기금협회(ASFA)는 29%다. 뉴질랜드고령연금기금(NZSF)은 국내 자산이 17%에 불과한데 비해 해외 자산이 61%에 이른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비중은 21.8%에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도 해외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2001년 처음 해외투자를 시작한 이후 2006년 9.4%에 머무른 해외투자 비중은 2014년 현재 21.8%로 늘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019년까지 향후 5년간 해외투자 규모를 2배 이상 키울 방침이다. 또 외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적정 환헤지 비율을 설정하는 등 외환 통합 관리 체계도 수립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선진 시장에 치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아시아와 호주 등 신흥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싱가포르나 홍콩 등 주요 거점을 정해 아시아 사무소를 신설할 예정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뉴욕과 런던에 두 개의 현지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해외투자 확대 불가피…리스크 관리 관건
해외투자 확대에 앞서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전문 운용 인력은 해외증권실 23명, 해외대체실 20명 등 총 43명에 불과하다. 뉴욕사무소의 5명, 런던사무소의 4명을 추가한다고 하더라도 50명이 겨우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전체 해외투자액은 102조6000억 원에 달했다. 해외 사무소 인력을 모두 더해도 직원 1명당 운용하는 자산이 2조 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특히 대체 투자 부문에서 위탁 운용 방식이 많은 원인도 공단 내의 전문 인력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예기치 않게 해외 자산 운용사의 입김에 휘둘리거나 정당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국민연금이 2011년 6월 인수한 햄슬리 빌딩이 대표적인 예다. 이 빌딩은 뉴욕의 랜드마크로 상징될 만큼 유서 깊은 건물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인수한 햄슬리 빌딩의 지분은 49%에 불과했다. 나머지 51%는 미국계 자산 운용사인 인베스코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확보한 49%의 지분도 건물 자체에 대한 지분이 아니라 애초 건물을 소유한 자산 운용사와 함께 세운 페이퍼컴퍼니(230 파크 애비뉴)의 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실질적인 자산 운용 권한은 국민연금이 아닌 인베스코가 가진 셈이다.

이렇다 보니 기금 운용의 투명성 확보는 늘 지적받는 과제다.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기금 적립 현황, 운용 성과, 운용 세부 내역, 거래 기관 등을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대체 투자 세부 내역을 확인해 보면 구체적인 투자 상품 목록 없이 상업용 부동산, 유틸리티 등으로 구분해 놓은 전체 투자 액수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구체적인 상품별 투자 금액이나 세부 수익률 등은 계약서상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공개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이 낸 보험료를 밑천으로 한 투자에 대해 어디에 얼마를 썼고 얼마를 벌었는지 공개할 수 없다는 반응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