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금융 이슈로 읽는 글로벌 경제’
김용덕 지음┃삼성경제연구소┃512쪽┃2만 원

1930년대의 대공황은 시장이 모든 경제 이슈를 해결해 준다는 애덤 스미스적 사고를 깨뜨린 결정적 계기였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열강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케인지언 정책을 따랐다. 1980년대 이후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기 전만 해도 정부의 시장 개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특히 한국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성장으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국가들은 예외 없이 국가자본주의를 등에 업고 경제 기적을 일으켰다.

이런 체제는 1980년대 들어 와해되기 시작했다. 국가 등 공적 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기업과 자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는 기존의 모든 경제 이론을 헛된 구호로 만들어 버렸다. 신자유주의 이론의 핵심은 규제 완화와 국제금융의 자유화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세계화’란 구호 속에 글로벌 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우루과이라운드·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버렸다. 시장이 개방되고 돈이 자유롭게 오가는 시장 만능주의가 다시 득세하게 됐다.

폐해는 컸다. 대표적인 게 경제 위기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를 휩쓴 1997년의 외환 위기는 금융 개방을 더욱 가속화했다. 경제학자들은 자신 있게 “위기는 끝났다”고 단언했지만 2008년에는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금융 위기가 터지며 리먼브러더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도 수년이 지났다. G20 정상회의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장기화되고 있고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시장은 여전히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1973년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 수십 년간 국제금융계의 주요 현안이 돼 온 과제들을 주제별로 정리해 살펴봄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넓은 안목으로 국제금융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해 온 국제금융의 주요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르기까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대통령 경제비서실 등에서 근무했다. 국내외 경제 및 금융정책을 직접 입안한 당사자다. 국제금융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은 물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실체적인 국제금융의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금융 이슈로 읽는 글로벌 경제’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
서구의 지배는 영원할까


로버트 B. 마르크스 지음┃윤영호 옮김┃사이┃312쪽┃1만4900원

175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 상품 중 33%는 중국인이 만든 것이었다. 여기에 인도인이 만든 것까지 더하면 아시아 두 나라의 비중이 60%로 올라간다. 1800년대부터 이 비중이 급변하기 시작했는데, 1900년대가 되면 인도의 비중이 2%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든다. 중국도 7%를 넘지 못했다. 그 대신 유럽이 60%로 높아졌고 미국도 새롭게 20%를 차지했다. 150년 만에 세계경제의 중심이 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유럽의 우수성’에서 찾을 때가 많았다. 유럽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민주주의 사상을 창안해 로마에 물려주고 로마제국의 몰락 후에도 기독교라는 매개를 통해 우수성을 보전하다가 르네상스 시대와 계몽시대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중국은 사람들의 지각이 상당히 높아진 아편전쟁 때까지도 요강 뚜껑으로 빛을 반사하면 영국 전함이 쏜 포탄이 되돌아갈 것이라고 믿을 정도로 미개했다고 생각했다. 유럽 중심의 사고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결국 서구는 진보적인 반면 아시아·아프리카는 퇴보적이므로 유럽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게 당연하다는 형태로 발전했다.

정말 유럽은 세계를 지배할 능력을 타고난 것일까. 능력보다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보는 게 맞다. 먼저 우연히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석탄이 대도시 근처에 묻혀 있었다. 유사 이후 사람들은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왔지만 인구가 늘면서 나무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당연히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등장한 게 석탄이었다. 중국의 탄광이 산 속에 있어 접근하기 어려웠던 반면 영국은 도시 가까운 곳에 탄광이 있어 석탄을 이용하는 증기기관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런 운 좋은 발명을 토대로 미증유의 산업 발전이 이뤄졌다.

또 다른 우연도 있었다. 농업 생산이 줄어 굶주림에 시달리던 유럽인들은 해외 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우연히 신대륙이 발견됐는데, 그곳에는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은광이 있었다. 신대륙에서 얻은 은이 유럽으로 들어오면서 유럽 국가 간 끊임없는 전쟁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다른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군대와 무기의 혁신이 이뤄졌다.

세상사는 의도하지 않았던 대로 움직일 때가 더 많다. 서구가 영원히 세계를 지배하는 행운을 누릴 수는 없다. 역사는 또 다른 역전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금융 이슈로 읽는 글로벌 경제’
지식재산금융과 법제도

지식재산 금융의 정의를 유형별·단계별로 구분하고 나아가 법 제도적인 현황과 개선 방향에 대해 법률가의 시각에서 분석해 해법과 전망을 제시했다. 저자는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 교수이자 인텔렉츄얼 디스커버리, 한국문예학술 저작권협회 등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민간위원 겸 지식재산활용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식재산의 활용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한 것이 책을 쓴 계기가 됐다. 지식재산 금융과 관련한 법 제도를 평이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김승열 지음┃한송온라인리걸센터┃224쪽┃1만5000원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금융 이슈로 읽는 글로벌 경제’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저자는 세계적인 마케팅의 대가로 불린다. 수십 년 동안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섰던 그가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가감 없이 날카롭게 짚어냈다. 토마 피케티가 소득 불평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면 그로 인해 반복되는 빈곤, 최저임금, 일자리 문제, 높은 부채, 부자들만을 위한 공공정책과 혜택, 너무 비싼 환경 비용, 경기 변화가 심한 경제 사이클 등 자본주의를 비틀거리게 하는 14가지 모순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보수나 진보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해법을 내놓는다.

필립 코틀러 지음┃박준형 옮김┃더난출판사┃360쪽┃1만5000원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금융 이슈로 읽는 글로벌 경제’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아랍의 봄과 여름은 가을의 과실을 맺지 못했고 태국에서는 선거, 쿠데타, 폭력 시위가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기이한 ‘민주화’가 이뤄졌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붕괴는 개발도상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각국의 조사 기관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견고한 민주주의를 확립한 나라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와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경제 위기에 더욱 도드라진다. 저자는 손을 놓고 있다가는 퇴행적인 흐름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조슈아 컬랜칙 지음┃노정태 옮김┃들녘┃416쪽┃2만 원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금융 이슈로 읽는 글로벌 경제’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