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대신 소통을 택할 때 진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의견을 교환하고 사내 정보를 활발히 공유할 때 구성원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다.

소통에서 시작되는 혁신
트로이 말론
에버노트 아태지역 총괄 사장

미국 브링햄영대 한국어학 전공. 브링햄영대 경영학 석사(MBA). 델 말 데이터베이스(Del Mar Database) 영업부사장. 타이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창업. 페로토닉스 CEO. 에버노트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현).



한국인의 부지런함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이끌어 온 힘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이 변화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부지런함에 매몰되기보다 혁신과 창의성이 가진 부가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2014년 블룸버그 선정 글로벌혁신지수 1위를 차지하며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한국이 꼽혔으며 기술 혁신의 허브로 강남이 선정되기도 했다. 구글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구글 캠퍼스가 전 세계에서 셋째로 선택한 곳이 바로 서울일 만큼 혁신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그 열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에버노트 본사에서도 직접 실감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정부 관계자, 기업 임원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기업 문화에 관심을 갖고 에버노트를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하고 있다. 직급에 관계없이 투명성과 소통, 협업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에버노트의 기업 문화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기를 끈 웹툰 ‘미생’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 및 동양 문화권의 기업 문화는 서양과 많이 다르다. 물론 글로벌 기업들의 수평적 소통형 조직 분위기가 한국의 기업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술 혁신 못지않게 창의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제니퍼소프트’와 같은 기업은 해외의 그 어느 혁신적 기업에 비춰 봐도 손색없을 만큼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서는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피라미드적 조직 문화의 경직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실정이다. 회의 문화가 대표적인 예다. 회의의 의사 결정 과정은 대체적으로 대리→과장→부장→임원과 같은 계층을 따라 수직적으로 이뤄진다. 이는 수평적 사고를 막는 대표적 의사소통 유형이다. 실리콘밸리는 효율성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유·무형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애플·구글과 같은 기업은 직원 간의 소통을 위해 직원들이 우연히 마주치도록 사옥을 설계했고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만든 화상회의 프로그램은 구글 행아웃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에버노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비롯해 총 11개의 글로벌 지사의 직원들의 원활한 소통과 커뮤니케이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워크챗이라는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워크챗은 동료들과 채팅을 하면서 에버노트의 노트북이나 노트를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바로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다. 온라인 회의 역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권위 대신 소통을 택할 때 진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의견을 교환하고 사내 정보를 활발히 공유할 때 구성원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다.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해 불필요한 야근 없이 진짜 혁신이 일어나는 한국 사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