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지자체 경쟁적 운행…프로그램 다양해졌지만 내국인 중심 한계

시티 투어 버스의 유형은 크게 테마형과 순환형 두 가지로 나뉜다. 테마형은 정해진 코스를 따라 문화관광안내사의 자세한 안내를 받으며 함께 관광하는 것을 말한다. 순환형은 정기적으로 순환하는 시티 투어 버스에 고객이 수시로 하차해 관광하고 수시로 탑승해 다른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다. 중소도시에는 테마형이 많고 서울·부산·대구처럼 대도시에는 순환형이 많다. 춘천은 테마형과 순환형 두 가지 유형이 모두 있다. 대부분이 밝은 아침과 낮에 운행하지만 경주는 정취 있는 야간에도 운행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티 투어 버스의 요금은 5000원에서 시작해 2만 원까지 다양하다.
전북 시티버스, 서울서 출발하는 1박 2일 코스도
국내 시티 투어 버스는 1996년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했지만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운영이 중단됐다. 그러다가 2001년 ‘한국 방문의 해’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도입된 후 급성장해 2010년에는 40개가 넘는 지자체에서 시티 투어 버스를 운행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시티 투어 안내 사이트(kcitytour.com)를 보면 2015년 4월 현재 60개가 넘는 도시에서 시티 투어 버스가 운행 중이다.
시티 투어 탑승객도 지속적으로 늘어 서울시는 2009년 누적 탑승객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04년에 시작된 부산시는 2013년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부산·대구에는 천장 개방형인 2층 버스나 트롤리버스가, 여수·수원·속초에서는 2층 버스가 다닌다. 대부분은 해당 지자체 내 코스만 다니지만 전남 시티 투어는 도내의 여러 지자체들을 경유하기도 하고 전북 순환 관광 시티 투어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출발해 전북으로 오는 1박 2일 코스로 운행하기도 한다.
한국의 시티 투어도 이제 역사가 좀 됐기 때문에 여러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이 많이 정착됐다. 하지만 지자체에 따라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웨트웨어(wetware)로 나눠 시티 투어 버스를 진단해 보기로 하자.
첫째, 하드웨어에는 버스나 안내판이 해당된다. 예전과 달리 시티 투어 버스 자체에는 별문제가 없다. 버스 내부 앞쪽에 모니터가 있어 관광지를 소개하는 동영상 콘텐츠가 방영된다. 탑승 입구에는 시티 투어 리플릿이 비치돼 있어 탑승자가 자유로이 가져갈 수 있다. 시티 투어 버스를 민간 여행사가 대행 운영하는 곳이 많아 버스 외관에 지역 시티 투어 이름보다 민간 여행사 이름이 오히려 부각되기도 하는데 이는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지자체 기차역에서 시티 투어 버스가 출발할 때가 많은데 버스가 대기하는 곳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사람들의 눈에 잘 띄도록 설치돼 있는 곳도 많다. 또 역사 내 관광안내소에서 시티 투어 안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순환형 시티 투어 버스는 도시 곳곳에 관광객이 버스에 승하차를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승하차장에 노선과 정차 시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일부 지차체에서는 이런 안내판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아 관광객이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둘째, 소프트웨어는 시티 투어를 탈까 말까 결정하려고 할 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버스 좌석을 미리 예약할 수 있는 예약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특정 지자체 이름에 시티 투어를 추가해 ‘○○시티 투어’를 입력하면 많은 정보가 뜬다. 해당 지자체의 웹사이트나 시티 투어 버스 운영 회사 웹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연결하면 그전에 탑승했던 사람들의 진솔한 후기도 볼 수 있다. 또 2014년에 오픈한 한국관광공사의 ‘케이시티투어닷컴(kcitytour.com)’에 가면 전국 60개 이상의 지자체의 시티 투어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얻을 수 있다.
시티 투어 예약은 해당 지자체의 운영 회사 웹사이트를 통하거나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테마형 시티 투어는 탑승객이 일정 수를 넘지 않으면 운행하지 않는 곳도 있으니 탑승일 전에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탑승객이 한 명뿐이더라도 출발하는 시티 투어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난 상태다. 물론 탑승일에 직접 가 자리가 남으면 얼마든지 탑승할 수 있다.
함께 탑승하는 문화관광해설사가 경쟁력의 핵심
셋째,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웨트웨어(wetware)는 시티 투어 버스에 탑승한 스토리텔러나 문화관광해설사를 말한다. 여행을 잘하려면 어디를 가는지 또 누구와 함께 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시티 투어는 하나가 더 있다. 관광지를 재미있게 소개해 주는 문화관광해설사가 바로 그렇다. 지자체의 전반적인 소개는 물론이고 곧 도착하는 관광지에 대한 소개가 얼마나 정확하고 흥미로운지는 전적으로 문화관광해설사의 역할이다. 이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멘트를 통해 승객의 안전도를 높여야 하고 승객의 분실물을 찾아주거나 위기 시 대처를 잘하는 순발력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운전사의 무사고 안전 운전도 웨트웨어의 핵심이다.
어떤 사람들이 시티 투어 버스를 많이 타고 있을까. 아침 10시께부터 오후 5시께까지 하루 종일 함께 움직이는 테마형 시티 투어는 나이가 좀 드신 분이 많이 탄다. 하지만 수시로 승하차해야 하는 순환형은 젊은층이 많다. 힘이 좀 들더라도 자기 주도적으로 관광지를 골라 신축적으로 관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티 투어 탑승객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외국인들이 많이 올 것 같은 경주시에서도 그리 높지 않다. 일본인과 중국인은 남이섬 때문에 춘천에 많이 온다. 그래서 춘천 관광객 중 외국인의 비중은 10%에 이르지만 막상 시티 투어 버스를 타는 외국인은 아직 많지 않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전세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왔다 가기 때문에 시티 투어 버스 탑승자가 적은 것이다.

외국인들이 시티 투어 버스를 많이 타게 하려면 외국인의 출입이 잦은 항구나 공항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부산·포항·인천·목포항에 입항하는 크루즈선이 늘고 있는데 실제로 크루즈 탑승객이 시티 투어 버스를 탑승하곤 한다. 포항에 입항한 크루즈 관광객이 경주 시티 투어 버스를 타기도 했다. 인천공항에도 환승하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KTX 노선이 늘어나고 탑승객도 급증하고 있는데 차내에 비치된 KTX 매거진이나 차내 천장에 있는 모니터에서 시티 투어 버스를 홍보하면 효과적이다. KTX 탑승권을 제시하면 시티 투어 버스 이용 요금을 할인해 주는 지자체가 많은데 이러한 프로모션 정보를 잘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용산역으로부터 ITX-청춘 열차가 다니는 춘천시는 코레일과 제휴해 농촌 체험 관광 열차 프로그램이 이번 4월부터 시작됐다. 순천시는 만 25세 이하의 청년층만 사용할 수 있는 자유 여행 패스인 ‘내일로’를 이용해 이미 시티 투어 버스를 크게 활성화한 바 있다.
원패스 카드로 편의성 높여야
한국은 시티 투어가 버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뭍과 물을 넘나드는 수륙 양용차 형태의 시티 투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철도와 시티 투어 버스, 박물관, 관광지를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원패스(One Pass) 카드 형태의 결제 수단도 판매한다.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 지역을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다니는 것인 만큼 이런 원패스는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가격 부담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시티 투어를 운영하는 조직이 다양하다. 지역관광공사(부산)·시청(순천)·관광협회(광주)·문화원(원주)·민간 여행사(춘천)가 운영하기도 한다. 지자체에서 볼 때 시티 투어는 외지인에게 지역 이미지를 높이고 음식·레저·쇼핑·숙박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 교부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탑승료 등 시티 투어 버스 자체 수입만으로는 재정을 충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 시티 투어의 역사도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외국 관광객 유치, 온라인과 애플리케이션 마케팅, 제휴 마케팅을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전개해 시티 투어 활성화와 재정 자립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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