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 간 자산은 협의 가능하지만 채무는 협의 불가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문제가 된다.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면 협의에 따라 상속재산이 분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상속재산에 대한 협의 분할 대상은 적극재산에 한정되고 소극재산은 원칙적으로 법정 상속분대로 상속된다는 점이다. 적극재산은 자산을 말하고 소극재산은 부채를 말한다. 즉 피상속인이 남긴 채무를 어느 상속인은 더 부담하고 다른 상속인은 덜 부담하도록 하는 상속 분할 협의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 A가 10억 원 정도의 아파트 1채와 5억 원의 금전 채무를 남기고 사망했다고 가정하자. 상속인으로는 A의 배우자인 B와 성인 자녀 C, D가 있다고 하자.

먼저 상속인들 사이에 분할에 관한 아무런 협의 없이 법정 상속이 이뤄졌다고 하면 상속인들의 상속 지분은 B가 7분의 3, C와 D가 각각 7분의 2씩 인정된다. 이에 따라 상속인들은 아파트의 소유 지분을 상속분에 따라 나눠 취득하게 되고 A가 부담하던 채무도 각기 상속분에 따라 나눠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에 관한 협의 분할이 이뤄질 때에는 어떻게 처리될까. 상속재산에 대한 협의 분할은 적극재산에 한정해 이뤄진다. 아파트를 B가 단독으로 상속받고 다른 상속인 C와 D는 상속받지 않기로 협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C와 D는 자신의 법정 상속분에 따라 소극재산인 채무를 각기 7분의 2씩 부담한다. C와 D의 채무를 면하게 하고 채무를 A가 전부 부담하도록 할 수는 없다.


채권자 ‘상속재산 분리 청구권’ 활용 가능
물론 실무상 채무에 대해서도 분할 협의를 하는 사례가 있다. 이는 법적으로 채무의 인수에 해당된다. 즉 법정 상속분보다 더 많은 채무를 부담하기로 합의한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의 채무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본다.

채무 인수로 다른 상속인의 채무가 면제되도록 하는 것을 면책적 채무 인수라고 하는데, 면책적 채무 인수를 하려면 채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채권자의 동의 없이 상속인들 사이에 합의를 통해 특정 상속인이 채무를 더 부담하기로 하는 것은 채무를 함께 부담하는 것에 불과하다. 만일 다른 상속인의 채무를 완전히 면제해 주려는 의도라면 채권자로부터 면책적 채무 인수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C와 D가 분할 협의로 채무를 면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만일 C와 D가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협의 분할을 통해 상속재산을 B에게 몰아주고 C와 D는 아무런 재산이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러면 피상속인의 채권자는 법정 상속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법정 상속이 되면 C와 D도 아파트의 지분을 취득해 채무를 변제할 자력을 갖게 되지만 위와 같이 협의 분할하면 C와 D가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받지 못할 위험이 생긴다. 채무에 대해서는 법정 상속이 이뤄지는 결과 자력이 없는 상속인에게 채무는 법정 상속분대로 상속하고 자산은 상속받지 않도록 해 상속 채권자의 이익을 해할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C와 D가 상속을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상속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의 지위가 없었던 것으로 되기 때문에 B가 단독 상속인으로서 상속받게 된다. B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A가 부담하던 채무 5억 원을 전부 상속받게 된다. 채권자로서는 아파트에 대해 5억 원 전부를 집행할 수 있게 되므로 C와 D가 차라리 상속을 포기하는 게 보다 유리하다.

그러면 변제할 능력이 없는 C와 D가 채무를 상속했을 때 B가 독차지한 아파트에 대해 채권을 변제받는 방법은 없을까. 이때 채권자는 ‘상속재산 분리 청구권’이라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채권자는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재산 분리를 청구할 수 있는데, 법원이 상속재산의 분리를 명하면 상속재산은 별도로 분리 관리돼 상속인들이 임의로 이를 처분할 수 없게 되고 채권자는 상속재산에서 자신의 채권을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다.


서대식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