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용품 시장 4조7000억 규모…‘라운지 세트’ 인기몰이

정원을 거실의 연장으로 여기는 네덜란드인들은 정원 용품 중에서도 가구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들은 겨울이 끝날 즈음부터 햇볕 쬐기에 적합한 의자 찾기에 돌입한다. 네덜란드인들은 햇살이 좋은 날 정원이나 발코니에 놓인 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 차 마시기를 즐긴다. 일조량이 워낙 적다 보니 맑은 날엔 무조건 일광욕을 즐기기 때문이다. 아예 점심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정원에서 해결하면서 햇볕을 만끽하는 이들도 많다.
이 때문에 인트라타인·카르베이·감마·블로커·프락시스 등 생활·인테리어 관련 업체들은 봄이 되면 대대적으로 정원 가구 판촉에 나선다. 이들의 온라인 숍에서는 가장 상단 페이지에 정원용 가구 신상품을 소개하거나 파격 할인을 내건다.
가격 비싸도 주부 관심 끊임없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아이템인 의자의 가격은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우선 테라스용 의자는 30~150유로 선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의자 사이에 작은 티 테이블이 딸린 2인용 벤치 의자의 판매율이 높고 선 베드 형태의 긴 의자나 달걀 모양의 1인용 소파도 인기다. ‘낮잠 자는 의자’란 이름을 내건 한 의자는 의자 팔걸이 부분에 작은 컵 홀더를 만들어 둬 차를 마시다가도 언제든지 잠에 빠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인 가족 이상이 쓸 수 있는 소파·테이블 세트는 600~900유로가 대부분이며 1800유로를 호가하는 아이템도 많을 정도로 가격대가 훌쩍 뛴다.
올해 정원용 가구의 인기 트렌드는 ‘라운지 세트’다. 이는 거실에 놓을 법한 크고 푹신한 소파를 야외에 두는 형태다. 화려한 색상을 자제하고 최대한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나무나 천연 소재로 만든 의자에 무채색 계열의 커다란 쿠션이 딸려 있다.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역자 모양으로 꺾여 있는 게 대부분이다. 요즘처럼 따뜻한 봄날에는 이곳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일광욕을 즐기거나 와인을 마시는 부부들도 종종 보인다. 이 같은 정원용 가구와 함께 쿠션이나 화분, 발 받침대, 야외용 조명 기구, 대형 파라솔 등도 덩달아 많이 팔린다. 또한 중산층들은 정원 천장과 측면에 유리막을 설치해 미니 온실을 꾸미기도 한다. 유리막이 강풍과 비를 막고 온도를 높여줘 야외 활동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인들이 정원 용품 구매에서 절대 빠뜨리지 않는 것은 바로 바비큐 기기다. 이들은 날씨가 좋은 오후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야외에서 오랫동안 식사하는 것을 인생의 큰 행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인기가 높은 바비큐 기기들은 파스텔 톤에 디자인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세련된 스타일들이 많아 정원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명 ‘야외 부엌’으로 불리는 고급 그릴이 많이 출시돼 눈길을 끈다. 이는 정원에서 스테이크를 굽거나 간단한 식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주방 일부를 떼어낸 기능의 제품들로, 고성능 전자제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외관이 모던하다. 가격대는 700~1400유로로 꽤 비싼 편이지만 주부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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