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능력 떨어지는 창업 공신…때로는 읍참마속 필요

저는 회사를 창업해 10년째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임직원들이 400명을 넘어섰습니다. 회사의 구성원들은 다양합니다. 창업 초기에 들어와 임원으로 승진한 이도 있고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중간 간부로 성장한 이도 있습니다. 중간에 간부나 경력 사원으로 입사한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조직이 빠르게 커지면서 창업 초기에 입사한 직원들이 대개 주요 간부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이전보다 훨씬 커진 조직을 이끄는 데 리더십의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 어려움을 함께 겪었던 직원들이어서 잘 대해 주고 싶은데 조직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 때문에 조직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유능한 직원들이 떠나기도 합니다.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착한 사장’ 콤플렉스 버려라
어느 조직에서나 조직의 성장을 따라오지 못하는 조직 구성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들은 조직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특히 창업해 회사가 급성장한 조직에서 초기에 합류한 인력의 처리 문제는 경영 책임자가 직면하는 중요한 현안 중 하나입니다.

귀하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이들은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했습니다. 이 때문에 회사에 대해 강한 충성심과 함께 자신들이 회사를 키웠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또 회사가 성장하면서 조직이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요 자리에 앉게 됩니다.

문제는 직급과 직책에 맞는 업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조직의 책임을 맡고 있는 간부급 직원들의 리더십이 취약하다면 조직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한창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취약한 업무 능력과 리더십이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귀하처럼 적지 않은 경영자들이 이들의 처리 문제로 속앓이를 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재직해 온 직원들의 보상 심리는 충성심과 자부심 못지않게 강합니다. 자신들이 고생한 덕분에 오늘날의 회사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연봉은 물론이고 직급이나 직책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회사는 구성원 모두를 위한 조직
따라서 업무 능력이나 리더십이 뒤진다고 해서 원칙대로 대하면 이들은 상당히 섭섭해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한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직의 중심에 서 왔고 조직 문화를 주도하던 이들이 표출하는 불만은 조직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립니다. 심하면 조직 불안으로 이어져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창업 초기에 합류한 임직원의 처리는 이렇게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일수록 원칙대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의 핵심 정신은 ‘회사는 어느 특정인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를 위한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즉 회사는 창업 초기 때부터 합류해 일한 임직원뿐만 아니라 최근 입사한 신입 사원을 포함한 모두의 회사여야 합니다.

따라서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만을 위한 어떤 제도를 만들거나 운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하는 것은 효과도 없습니다. 오히려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업 초기에 합류해 어려움을 겪었던 임직원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대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갓 입사한 임직원들과 똑같이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 받아야 합니다. 리더십이 부족하면 당연히 직책을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회사의 성장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역량과 성과에 따라 평가받지 못하고 출신이나 인맥에 따라 평가와 보상이 달라지는 회사라면 유능한 인재들이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또 이런 내부 상황이 밖으로 흘러나가면 유능한 인재들이 입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이 성장 발전하려면 유능한 인재들이 계속 들어와야 합니다. 어떤 인재가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장이나 사업의 성패가 달라집니다. 그런 점에서 유능한 인재가 들어오지 않고 또 들어온 인재들이 남아 있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성장이 멈추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외부 인사가 정착하지 못할 정도로 폐쇄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들의 말로가 어땠는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입니다.

물론 창업 초기에 입사해 회사의 성장통을 함께 겪은 임직원들 쪽에서 보면 섭섭함을 감추기 어려울 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만든 회사인데 아무런 고생도 하지 않은 임직원들이 우리와 똑같은 대접을 받느냐”고 분통을 터뜨릴 만도 합니다. 임직원들의 속이 터지는 심정을 헤아리면서 어루만져 주는 것은 바로 창업자의 몫입니다. 창업자는 창업 초기부터 합류한 임직원들과 온갖 고생을 함께해 왔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업자가 하는 말은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창업자가 직접 나서 “회사가 성장 발전하려면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야 하고 자신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해 줘야 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합류해 고생한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 땀과 눈물을 잊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차별 대우할 수 없는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차별 대접을 받아야 하고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현실에서 착한 사장은 존재하지 않아
이와 함께 지나친 권리 의식으로 조직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이것은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가슴이 아프겠지만 이 과정에서 창업 초기 임직원들 중 일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설마, 고생한 우리를 어떻게 하겠어”라면서 창업자가 밝힌 원칙을 지키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창업자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원칙대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원칙을 천명하고 단호하게 시행하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끔 착한 사장으로 남고 싶은 경영자들을 봅니다. 이들은 직급이나 직책, 또는 연봉을 결정할 때 창업 초기에 어려움을 함께했던 직원들을 특별 배려하려고 합니다. 업무 능력이 뒤지고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데도 이들의 직책과 직급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에게 그들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라고 주문합니다. 고생한 임직원들을 차마 어쩌지 못한 채 다른 직원들의 배려에 기대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착한 사장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상대방을 착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직원들이 경영자를 착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회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 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사장이 경영하는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경영자는 절대 착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아니 들어서도 안 됩니다.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매정하다”는 얘길 듣는 게 정상입니다. 모든 사람이 “착하고 좋은 분”이라는 얘길 들어도 사장만큼은 “독하다”는 얘기를 들어야 합니다. 때로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문의 대상이 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경영자는 회사를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지켜야 하니까요. 직원들로부터 “우리 사장님은 참 좋은 분이셔”라는 얘길 듣고 싶다면 경영 책임을 맡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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