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움직임 보고 죽음을 예감한 공명…깃대 부러지고 수레바퀴 빠지기도

영웅들도 무시 못한 ‘징크스’
최전방 특수부대 출신 지인의 증언이다. “아침 식사 중에 밥숟가락을 떨어뜨리는 사병들이 있어. 그럼 그 친구는 그날 훈련 열외야. 왜냐고? ‘밥숟가락 놓는다’는 말은 죽는다는 소리잖아. 그런 친구를 억지로 야외 특수 훈련에 데리고 나가면 꼭 사고가 나거든. 동료들도 덩달아 불안해하고.”

일반적으로 징크스(Jinx)는 재수 없는 일이나 불길한 징조나 사람을 뜻한다. 동양인들은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같다고 해서 숫자 4를 싫어한다. 서양인들은 예수 최후의 만찬이 열렸던 날이라고 해서 ‘13일의 금요일’을 기피한다. 숫자 13도 싫어한다. 예수를 배반한 유다(Judas)를 싫어해 유다라는 이름을 갖는 것조차 피한다.


심리학적으로는 자기 방어기제
한국인들은 빨간색으로 이름을 적는 일, 시험 전날 미역국을 먹는 일, 밥그릇에 숟가락을 꽂는 일, 까마귀가 우는 걸 목격하는 일 등을 모두 상서롭지 못한 일로 여긴다. 중국인들은 과일 배를 나눠 먹지 않는다. 배(梨)의 발음이 이별할 리(離)의 발음과 같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징크스는 자신이 우연히 한 행동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 때 그걸 단순한 우연이나 미신이라고 여기지 않고 어떤 강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여기며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 축구선수 A가 우연히 머리를 감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가 이겼는데, 나중에는 경기 때마다 머리를 감지 않는 게 좋은 예다.

문제는 A에게 위생상의 이유 등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머리를 감으라고 하면 완강히 거부한다. 이를 강제하면 A는 굉장히 불안해지면서 경기력이 평소에 비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경기의 승패는 A 자신의 그날의 신체적 컨디션이나 심리적 정서 상태, 동료 선수들 간의 팀워크가 조화를 이룬 결과라는 게 상식이지만 이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심리학적으로는 자기 방어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뻔히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인 줄 알면서도 혹시 나쁜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해 원인을 다른 사람이나 외부 상황(A의 경우 머리를 감지 않는 일)으로 돌릴 변명거리를 무의식적으로 찾는 것이다.

인도의 간디는 ‘망국의 징조’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등 7가지다. 그러나 간디가 말한 징조를 가만히 뜯어 읽어 보면 이건 징크스가 아니라 과거 역사적 경험을 통한 합리적 추론이란 걸 알 수 있다. 비합리적이어서 우연이나 미신에 가까운 징크스와는 좀 다르다.

소설 ‘삼국지’에 징크스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없을 리 없다. 한나라 말기 영제(靈帝) 때의 일이다. 황제가 온덕전 보좌에 앉으려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일고 시퍼런 구렁이가 들보에서 내려와 임금의 자리를 차지했다. 놀란 황제는 혼절했다. 수도 낙양에 지진이 나고 해일 피해가 잇따르고 궁궐 뒷산이 무너져 내렸다. 암탉이 수탉으로 바뀌는 변고가 생기고 옥당에 무지개가 서기도 했다.

무지개는 아름다운 빛깔 때문에 신성함을 상징하지만 태양과 만나면 불길하고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변란이나 병란(兵亂)의 징조로도 해석된다. 무지개 홍(虹)자와 혼란·붕괴를 뜻하는 내홍의 홍(訌)자가 같은 발음인 것과 상관이 있다. ‘삼국지’ 후반부에 보면 오나라의 제갈각이 군사를 이끌고 출병하려는데 연이어 흰색 무지개가 나타나자 군사를 거둬 퇴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런 까닭이다.

대학자인 채옹이 영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폐하! 느닷없이 암탉이 수탉으로 바뀌고 무지개가 서는 것은 환관과 외척들이 발호해 국정을 농단하기 때문이옵니다!” 십상시의 한 사람인 환관 장양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영제에게 채옹의 징크스와 관련된 충언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도리어 채옹이 고향으로 쫓겨났다.

군주나 장군의 깃발, 그들이 타는 수레 역시 왕권과 병권을 상징했다. 특히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의 깃대가 부러지는 것은 대단히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삼국지’ 초반 손견이 원소를 중심으로 하는 반(反)동탁연합군의 선봉장을 맡아 유표의 군대와 맞서고 있던 시절이었다. 양양성을 향해 출병을 서두르고 있는데 난데없이 불어온 바람에 장군기의 깃대가 부러져 버렸다.


징크스를 깨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부하 한당이 말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돌아가 때를 기다리시지요.” 손견이 발끈했다. “나는 여러 번 전쟁에 나서 싸울 때마다 이겼다. 바람에 깃대 하나 부러졌다고 물러난단 말이냐?” 하지만 공격을 다그치던 손견은 유표 수하 여공의 매복 작전에 걸리고 만다. 손견은 적군의 빗발치는 화살을 맞고 37세의 나이에 죽고 만다.

동탁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동탁은 자신이 타고 있는 수레의 바퀴가 빠지고 말이 울며 날뛰다가 고삐가 절단되는 등 사고가 났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황제 즉위식에 주인공이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동탁은 “불길하니 입궁하지니 말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뿌리치고 길을 재촉했다가 배신한 양아들 여포에게 목이 날아갔다.

‘삼국지’ 시대 최고의 징크스는 별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고대 사람들은 별의 움직임이 왕조의 흥망 혹은 개인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믿었다. 따라서 큰 별(大星) 혹은 별똥별(隕星)이 떨어지거나 혜성(彗星)이 출몰하는 등 별자리가 갑자기 변하면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기거나 아니면 왕조 자체가 망한다고 생각했다. 유력한 인물의 죽음도 의미했다.

원소의 미움을 받아 감옥에 갇힌 참모 저수가 원소에게 하소연했다. “금성(金星)이 거꾸로 움직여 견우성과 북두칠성 사이를 파고들었소. 이는 필시 조조 군대가 오늘내일 중에 야간 기습할 것이라는 징조요. 단단히 대비해야하오.” 그러나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저수의 의견은 일언지하에 묵살됐다. 원소는 대패했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살피던 손견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황제별이 밝지 못하구나. 역적들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 도성을 쑥밭으로 만들고 말았으니….”

한편 병법과 천문지리 모두에 밝았던 공명은 형주에서 밤하늘을 살피다가 장수별 하나가 떨어지는 걸 보고 관우의 죽음을 직감한다. 이런 방식으로 공명은 주유·장비·유비의 죽음도 예감했다.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운명도 미리 알았다. 부하 양의의 부축을 받으며 밤하늘을 살피던 공명이 멀리 북두칠성 옆에서 멀리 떨어져 희미하게 가물거리고 있는 별을 하나 가리켰다. “저 별이 바로 나의 장수별이요!” 공명은 오래지 않아 운명했다. 위나라 사마의 역시 별자리를 보고 공명의 죽음을 짐작했다.


사족: 징크스나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인디언의 기우제(祈雨祭)는 항상 성공한다. 왜?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니까. 민간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굳이 ‘손 없는 날’을 택해 이사를 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으로서 그런 징크스를 믿지 않는 필자는 되레 ‘손 있는 날’을 택한다. 택일하기도 쉽고 이사 비용도 절감하는 일석이조다. 미신이나 우연에 의존하지 말고 과감하게 징크스를 깨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재벌총수는 왜 폐암에 잘 걸릴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