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요건은 국내시장의 육성이다.
열악하고 취약한 국내시장을 갖고 있다면 이 속에서 성장하는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 필요한 의료 산업
고규범 스미스앤드네퓨 코리아 대표

1974년생. 1998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하버드비즈니스스쿨 MBA. P&G코리아. 존슨앤드존슨메디컬. 2014년 스미스앤드네퓨 코리아 사장(현).



최근 한국에서 인구 고령화로 야기되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등 건강보험에 관한 논의는 신문과 TV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가 됐다. 눈을 돌려 미국과 유럽을 봐도 의료보험 제도의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선거에서 표심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고령화에 따라 의료 산업을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보고 이를 자동차 산업이나 정보기술(IT) 산업 등과 같은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최근 눈에 많이 띈다. 실제로 유수의 대기업들도 헬스 케어와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정하고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료 관련 산업에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성공하는 기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의료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과 신기술 개발이다.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표적 산업인 IT가 미지의 세계를 열어 가는 기술적 창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헬스 케어는 혁신을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질병을 ‘치료 및 예방’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헬스 케어에서의 신기술과 혁신은 우리의 부모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들의 건강과 안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솔루션을 제시하기 때문에 헬스 케어 기업의 가장 근본이 되는 사명이다.

의료 기기 분야에서는 혁신의 실례로 인공관절 개발을 들 수 있다. 인공관절이 개발되기 전에는 골관절염이 심한 환자는 극심한 통증과 좁아진 활동 범위 때문에 삶의 질이 현격히 저하된 채 남은 인생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 가운데 인공관절이 개발되면서 기적처럼 이러한 환자들에게 제2의 건강한 삶을 찾아줄 수 있게 됐다. 관절염 환자의 대다수가 질병을 극복할 수 있게 되고 평생 지출해야 할 약제 비용의 절감을 통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 의료 기기 산업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의료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요건은 국내시장의 육성이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헬스 케어 산업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분야이고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회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고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길 희망한다. 이런 세계시장의 흐름 속에서 굳건하고 경쟁력 있는 국내시장의 육성은 필수 요건이다. 열악하고 취약한 국내시장을 갖고 있다면 이 속에서 성장하는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치료제와 의료 기기 소식들은 인류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신기술로 더 많은 환자들이 완쾌되고 좀 더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우리는 이런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요구되는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의료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신기술 육성과 함께 의료비용 지출 절감이라는 상충되는 목표 사이에서 현명한 밸런스를 취하는 게 국민 전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