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선 출마 선언…밴 타고 1600km 이동하며 친서민 행보

그는 다음 날 첫 유세 지역인 아이오와 주로 향했다. 아이오와 주는 50개 주 가운데 가장 먼저 예비선거를 개최해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를 당했던 곳으로, 힐러리가 이곳을 첫 유세지로 고른 데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클린턴과 부시 가문의 리턴매치 가능성
뉴욕에서 아이오와 주까지 1600km나 되는 거리이지만 힐러리는 비행기가 아니라 GMC 밴을 타고 이동했다. 중간에 주유소에도 들르고 식당을 찾아 음식을 주문하기도 했다. ‘중산층의 챔피언’을 표명한 만큼 낮은 자세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 유권자의 마음을 얻겠다는 로키 행보의 일환이다.
힐러리는 민주당 내 강력한 대항마가 없는 데다 공화당 예비 후보까지 포함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대권 재수에 성공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힐러리의 백악관 입성은 장담할 수 없다. 높은 대중적 지지도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전한 인기, 연방 상원의원·국무장관·퍼스트레이디의 화려한 경력이 장점이지만 구설과 스캔들이 많다는 단점도 있다. 공화당은 ‘스톱 힐러리’ 캠페인에 나서면서 소셜 미디어 등에 비방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국무장관 재직 시 개인 e메일 계정만 사용해 투명성 논란을 불러온 ‘e메일 스캔들’, 미 외교관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피격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을 부각시켜 흠집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국무장관 퇴직 후 1차례 20만~30만 달러의 고액 강연료, 외국 정부의 클린턴재단에 대한 기부금 등은 도덕성과 투명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힐러리의 고령과 건강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947년생인 힐러리는 2016년 11월 대선에 승리해 이듬해 1월 백악관에 입성할 때 나이는 70세가 된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맞먹는다. 힐러리가 2012년 말 뇌진탕 증세로 한 달여 병원에 입원할 당시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인 칼 로브는 “뇌 손상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동생)도 조만간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2016년 대선은 클린턴 전 장관과 부시 전 주지사의 대결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면 클린턴과 부시 가문이 2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이게 된다. 1992년 재선을 노리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 부시)은 ‘시골 변방’인 아칸소 주지사 경력밖에 없었던 40대 정치 신예 빌 클린턴과 맞붙어 패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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