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사업 공존 ‘복합기업’…바이오 강자로 변모 중
지금 한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 중 하나는 제일모직이다. 상장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시가총액 10위를 꿰찬 ‘새내기’ 제일모직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기업이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의 지배 구조에서 최정점에 자리한 핵심 기업이면서 패션·건설·레저·식음료는 물론 바이오 사업까지 한 몸에 품고 있다. 결국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느냐를 예상하면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제일모직의 현재와 미래를 집중 분석한다.
증권가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악화설 등 출처가 불확실한 소문들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의 지배 구조 개편과 관련된 핵심 종목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제일모직 등 지배 구조 개편 관련주의 움직임이 쭉 잠잠했다”며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삼성 지배 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평가 논란에도 목표가 ‘쑥쑥’
제일모직이 삼성 지배 구조 변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 회장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기업이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제일조직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데 핵심이 되는 삼성생명의 2대 주주라는 것이다.
삼성의 지배 구조는 간단하게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보면 된다. 매출 200조 원으로 그룹 매출 3분의 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제일모직을 소유함으로써 지배할 수 있다. 제일모직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23.24%에 달한다. 절대적 최대 주주다.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지분을 8% 보유한 삼성생명의 2대 주주(19%)다.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이 회장(20%)이다. 즉 이날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던 이유는 이 회장의 건강이 더 나빠지면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매출은 5조 원, 순이익은 4300억 원을 올렸다. 반면 현재 시가총액은 20조 원에 달하니 제일모직의 주가수익률(PER)은 45배 정도 된다. 국내 기업들의 PER가 평균 10배에서 15배 수준이라고 본다면 확실한 고평가다. 실제로 제일모직이 지배하는 회사인 삼성전자의 PER도 10배 남짓에 불과하다.
그런데 또 바꿔 생각해 보면 제일모직이 꼭 고평가라고 할 수만도 없다. 최근 주가가 연일 상승 중인 아모레퍼시픽의 PER는 68배(시총 8위)에 달한다. 시총 9위인 네이버는 PER가 48배로 제일모직에 비해 더 높다. 또 제일모직과 같이 지배 구조 수혜주로 꼽히는 SK C&C(시총 22위)의 PER는 93배나 된다.
지금 제일모직의 주가는 13만 원에서 15만 원을 오가고 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에서 ‘과대평가’라며 목표가 10만 원대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목표가를 평균적으로 14만 원에서 18만 원을 제시한다. 이는 현재 제일모직의 주가가 그리 과도하게 높은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애널리스트들은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목표가를 속속 올리고 있다.

주가는 실적과 기대감으로 만들어진다. 실적은 현재이고 기대감은 미래다. 사실 제일모직에 대한 ‘기대감’, 특히 지배 구조의 변화는 오너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물론 오너 역시 시장의 일부분일 뿐이니 지배 구조의 변화에 의해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완벽하게 예상할 수도 없다. 결국 제일모직의 주가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즉 현재를 먼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제일모직은 전형적인 복합기업이다. 현재 제일모직은 크게 다섯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구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을 합쳐 놓았다고 보면 된다. 제일모직이라는 이름 아래 모태인 패션 사업, 전통 산업인 건설업, 과거 에버랜드의 핵심 사업인 레저와 식음료 그리고 미래 산업인 바이오 사업이 모두 모여 있다.
건설 부문 급성장, 그룹 내 역할 커져
현재 제일모직의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은 패션 부문이다. 2014년 말 5조 원의 제일모직 매출 중 약 36%(2조 원)를 패션 부문이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식음료 서비스가 30%, 건설이 25%, 레저 9%순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좀 다르다. 식음료 서비스가 45%로 가장 높고 건설 28%, 패션 21%, 레저 5%순이다.
여러 사업 부문 중 가장 안정적인 부문은 식음료와 건설이다. 식음료 매출은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3년간 매출이 매년 13% 성장해 온 삼성웰스토리는 국내 급식 시장의 37%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물론 전체 매출에서 계열사 비중이 40%나 된다. 하지만 고객 유지율이 92%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2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2%에 그쳐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규모를 유지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2년부터 중국에 진출한 삼성 계열사에 급식 서비스를 확대 중이며 2015년에는 삼성 계열사들이 많은 베트남에도 진출한 계획이어서 해외 매출이 급식 사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건설 부문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유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15조6000억 원 규모의 평택 공장과 베트남 공장 공사 중 상당 부분을 제일모직이 맡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건설 부문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9.3%, 12.3%씩 성장한 1조 3970억 원, 840억 원으로 예상된다.
레저는 성장보다 지키기가 중심이다. 매출 비중 8%대의 레저 부문은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 등의 리조트(매출 비중 79%)와 5개의 골프장이 핵심이다. 물론 성장 플랜도 가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연간 24%씩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통해 성장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패션 부문은 제일모직의 기회이자 위협이다. 단적으로 봐도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패션 부문의 영업이익이 식음료와 건설에도 못 미친다. 즉 제일모직이 ‘지배 구조의 중심’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으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패션 사업의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패션 부문은 이제 한국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국내 1위 패션 기업인 제일모직의 2014년 패션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그룹 내부의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식음료나 건설과 달라 올해도 물량 확보를 통한 성장은 힘들어 보이고 계속 이어지는 소비 부진으로 기존의 매출을 지키는 것도 확신하기 어렵다.
그래서 패션 부문이 꺼내든 카드는 구제일모직 시절이던 2012년 론칭한 SPA(의류 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 브랜드 8(에잇)세컨즈의 성장이다. 현재 패션 업계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불황이다. 성장도 고가 시장과 저가 시장 중심의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일모직이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고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유럽 명품 브랜드의 파워를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주목하는 것은 저가 시장, 즉 SPA 브랜드의 성장이다.
사업은 두 가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매출을 키우거나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8세컨즈는 삼성의 장기인 공급망 관리를 통한 이익률 자체는 자라·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에 못지않다. 한국의 금천과 개성공단·베트남·중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작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2주면 끝이 난다. 속도가 생명인 SPA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를 보유했다. 또 원단 역시 글로벌 SPA는 생산하지 못하지만 제일모직은 자체 생산할 수 있다.

패션 사업 투자 필요…소유권 정리 선결돼야
그러나 8세컨즈의 확대는 쉽지만은 않다. 패션업의 해외 진출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다. 또 SPA는 상권의 핵심을 치고 들어가 브랜드 파워를 높여야 하니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애초에 범아시아를 노리고 시작한 사업이니 투자는 더 빠르고 공격적이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의 제일모직이 패션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제일모직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지배 구조라는 이슈가 패션 사업의 성장에는 오히려 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금 제일모직은 지분 23.24%를 가진 이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7.75%의 지분을 쥐고 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특히 패션 사업에 대한 주도권은 구제일모직 때부터 이 분야에 관여한 이서현 사장이 쥐고 있다. 즉 패션 사업의 확장은 이서현 사장의 의지만이 아니라 이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 부문이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면 어찌될까. 패션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지금도 3%에 불과하다. 만약 대규모 적자라도 발생한다면 가치를 더욱 빨리 키워 후계 구도 안착은 물론 그룹의 정점에 서야 할 제일모직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분명 ‘한류’를 등에 업은 SPA 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누구도 쉽사리 과감한 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 제일모직이 패션 부문에 대한 과감한 확대를 펼치는 시기는 삼남매 모두의 동의가 있거나 아니면 이서현 사장이 패션 사업에 완전한 소유권을 가질 때나 가능하다”며 “제일모직의 성장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추진해야 할 8세컨즈의 중국 진출이 일단 2016년으로 미뤄 둔 것도 리스크가 큰 사업이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제일모직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까. 답은 바이오 사업과 금융, 특히 삼성생명에 있다. 애초 구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로 흡수된 가장 큰 이유는 제일모직의 매출 확대를 위해서였다. 매출 확대를 꾀한 이유는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30%가 넘는 기업이 40% 이상 그룹 내부 매출을 일으키면 과징금을 매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이익의 대부분을 만드는 식음료나 건설은 안정적 성장은 가능하지만 획기적 성장은 어렵다. 매출이 큰 패션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 쉽게 성장시키기는 어렵다.
그래서 제일모직은 획기적 성장의 기회를 바이오 의약품 사업에서 찾고 있다. 세계 의약품 시장은 바이오 의약품이 기존의 화학 의약품을 대신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BCC에 따르면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13년 2006억 달러에서 2019년 3867억 달러로 커져 연평균 11.5%의 성장이 전망된다. 전체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20.3%에서 2019년 29.9%로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 바이오 의약품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 바이오시밀러(복제 바이오 의약품) 기업 셀트리온의 PER는 70배에 달한다. 셀트리온 주가는 올 들어 137% 급등했다. 단기 급등에 시가총액도 10조 원대를 넘어섰다.
현재 국내에서 셀트리온을 넘어설 수 있는 바이오 기업은 사실상 제일모직 단 한 곳이라고 봐도 된다. 삼성은 이미 2010년부터 바이오 및 제약 사업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 핵심에는 제일모직이 있다.
삼성의 바이오 의약품 사업 투자는 모두 제일모직을 통해서 이뤄진다. 제일모직을 사실상 바이오 의약품 기업 중 한 곳으로 봐도 되는 이유다. 2011년 제일모직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율 45.65%)를 삼성전자·삼성물산 등과 함께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2년 바이오 의약품 개발 기업인 삼성바이오피에스(지분율 90.3%)를 설립했다.
삼성생명의 2대 주주…배당금 ‘두둑’
제일모직의 바이오 사업은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진출 4년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4월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29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764억 원으로 전년 437억 원보다 74.8% 늘었다. 이를 계기로 바이오 의약품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본궤도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5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갖춘 제2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이러면 기존 3만 리터의 생산능력과 합산해 세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업이 된다. 일감도 이미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산 계약을 확보했다. 이제 공장만 돌리면 되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예상 매출액은 1조8360억 원, 영업이익은 6430억 원이다.
삼성바이오피에스 역시 바이오시밀러 개발 작업에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 5개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5개 오리지널 의약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총 40조 원에 달한다. 이 중 2개는 유럽에 허가 신청을 냈고 나머지 3개는 마지막 임상시험 중이다.
삼성생명의 성장 역시 제일모직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히든카드다. 올해 초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으로부터 배당금 747억 원을 받았다. 비슷한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 역시 이와 비슷한 배당금 확보가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물론 금융 부문의 성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금융은 삼성생명이 핵심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3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틱(中信)그룹 창전밍 대표를 만났다. 시틱그룹은 증권·은행·보험·부동산 사업 등을 하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이다.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금융 사업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또 2월에는 마스터카드의 아자이 방가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카드사 CEO들을 만났다. 작년 10월에는 일본 최대 손해보험 회사인 도쿄해상화재보험과 중국 국영 보험사인 중국인민재산보험공사(PICC) 대표 등을 그룹 영빈관인 서울 이태원 승지원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모두 금융업의 성장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제일모직의 역사
삼성에버랜드가 전신…작년 ‘제일모직’으로 사명 바꿔
제일모직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회사다. 사업 영역도 복잡하지만 역사도 그렇다. 현 제일모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4년 12월 18일 상장한 제일모직은 원래 두 개의 기업이었다. 하나는 삼성에버랜드이고 다른 하나는 구제일모직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주력 사업은 놀이공원과 골프장 운영, 자산 관리, 급식과 식자재 유통, 조경 및 환경 사업이었다. 삼성에버랜드는 1963년 동화부동산으로 설립돼 1997년 삼성에버랜드로 재출발한 기업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첫 사업은 골프장 운영이었다. 현재 5개의 골프장을 보유하며 ‘베네스트’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특히 1976년 4월 개장한 용인자연농원(현재 에버랜드)은 국내에 ‘테마파크’라는 개념을 정립한 곳이다.
구제일모직은 1954년 세워진 제일모직공업을 모태로 한다.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은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까지 ‘갤럭시’, ‘란스미어’, ‘빈폴’ 등 패션 브랜드 위주로 성장하던 구제일모직은 2000년대 들어 화학 사업, 특히 전자재료 사업에 집중했다.
2013년은 지금의 제일모직에 대한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한 해다. 2013년 11월 구제일모직은 패션사업부를 1조5000억 원에 삼성에버랜드에 전격 매각했다. 화학 부문만 남겨진 구제일모직은 이후 삼성SDI와 합병되며 사라졌다. 화학 부문 중 일부는 삼성전자로 흡수되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삼성에버랜드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삼성에버랜드가 최대 주주의 지분율 30%가 넘은 기업에서 계열 간 거래가 매출의 40%가 넘으면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매출을 키워야만 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반전은 있었다. 삼성에버랜드가 2014년 7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당시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사명 변경 이유에 대해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이라는 사명을 통해 삼성의 철학과 정통성을 이어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 제일모직이 지난해 상장한 제일모직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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