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요 줄어 재수생 급감…명문 학원도 구조조정 나서

재수 학원, 간병 시설로 업종 전환
한때 대학 입학은 출세 경로였다. 입신양명,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까지 여겨졌다. 이젠 아니다. 출산 감소로 후속 세대가 줄어들자 입시 경쟁도 덩달아 느슨해졌다. 대학은 많고 학생은 줄어드니 수급에 엇박자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일각에선 대학 버블이 시작됐다고 얘기한다. 경기 침체, 인식 변화 등으로 대입 수요가 줄어들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원하면 들어가는 전입(全入) 시대가 개막된 일본에선 관련 시장이 확연히 축소됐다. 재수 학원이 대표적이다. 일부 업체는 학원 유지조차 힘들다. 활로 모색이 시급해졌다.

3대 재수 학원 중 하나인 ‘요요기세미나’는 작년 교사(校舍)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전국 27개 운영 학원 중 20개를 폐쇄하고 주요 도시에 7개만 남기는 극단 처방을 내렸다. 경영 악화가 최대 원인이다. 빅 3답게 대규모 학생 모집에 올인, 한창 때 8만 명을 가르쳤던 학원 재벌의 조락 뉴스는 꽤 충격적이었다. 재수생이 1992년 20만 명에서 2014년 8만 명까지 급감한 게 컸다. 학원 건물은 호텔·상가 등으로 개조될 전망이다.

대형 업체가 이 지경이니 중소업체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생존을 위한 다각적인 타개 모델이 확산된다. 지명도와 자본력이 떨어지니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 ‘메이코네트워크재팬’은 개업 이후 최초로 2014년 학생 감소를 확인한 후 고민에 빠졌다. 2100개 교실에 13만 명을 확보한 개별 지도 최대 학원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회사는 개별 지도 노하우에 주목해 아동 보육을 성장 카드로 골랐다. 주중 오후 1~7시까지 학습·예술교실 등을 겸비한 ‘보육+교육’의 융합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야간 연장, 송영 서비스가 가능해 비용은 좀 비싸지만 맞벌이 등에게 인기가 높다.

전국에 117개 학원을 운영 중인 ‘이치신홀딩스’도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15개의 자사 건물을 활용해 집단 수업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역시 고전 상황에 봉착했다. 개별 지도로 방향을 틀어봤지만 기대 효과는 낮았다. 어차피 재수 학원만으로 매출 유지가 힘들다는 판단에 회사는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포인트는 사회 변화에 맞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우선 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 강좌 확대다. 첨단 기기를 활용한 수업 방식 등을 가르치는 식이다. 재미난 건 간병 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학원 건물 1층을 개조해 간병 시설로 대체했다. 유휴 공간을 유효수요에 맞게 변신시킨 셈이다.


특화 전략 통해 돌파구 모색
14년 연속으로 증수증익(增收增益)의 성공 스토리를 써 온 ‘야루키스위츠그룹홀딩스’는 언어 영역에의 특화 전략을 내놓았다. 원래 자기 주도형 수업 진행과 개별 지도로 초등학생 사이에 유명한 학원이었지만 변화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놓은 타개책이 2013년 오픈한 ‘영어+보육’의 결합 상품이다. 3~6세까지 원아를 모집해 철저한 원어민 교육을 통해 영어와 보육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했다. 가령 산수를 미국인이 가르치는 식이다. 요금은 높다. 인허가 시설로 이용 부담을 줄여주는 보조금은 없다. 주5일에 월 10만 엔인데도 입학 희망자가 쇄도한다. 이번 입학 시즌엔 168명 정원에 1800명이 지원했다. 학원 측은 올봄 도쿄 도심에 추가로 학원을 개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대를 등진 사업 모델은 생존하기 힘들다. 일본 재수 학원의 도전과 변신 시도는 저성장·고령화의 필연적인 결과다. 학원의 고유 사업에서 한 발 나아가 심지어 고정관념을 깨는 색다른 행보조차 일상적이다. 한국도 머지않은 일로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