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글로벌 상승세에 뒤늦게 합류…박스권 돌파 기대
한국 증시가 연초 이후 순항하며 조금씩 낙관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수년째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니 이번에도 돌파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없지 않다. 필자는 2015년 상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신중한 보수적 전망을 유지했다. 우선 거시 환경이 변하지 않았고 기업의 실적 회복 속도도 더딜 것으로 봤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변수는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이 불안 요인이 실제로 등장하지만 주식시장의 충격도 제한적이다. 결국 비관적 전망 역시 잘못될 수 있다는 질문에 답을 구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그 답을 금리에서 찾았다.글로벌 주식시장은 오랜 기간 유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주식시장은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왕따라는 표현까지 들었다. 그런데 코스닥 지수가 연초 대비 20% 넘게 오르더니 서서히 코스피의 상승도 시작되고 있다. 과연 한국도 한 서린 유동성 장세를 시작한 것일까. 그렇다.
단순히 경기 여건과 기업 실적 수준을 놓고 보면 박스권 돌파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이 양호한 결과를 보였지만 상장 기업 대부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대외 수요 환경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코스피 지수가 2050을 돌파하려고 할 때도 지금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슈퍼 경기 부양 정책을 발표하는 등 기대감을 높였는데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 답은 금리에 있다.
10년 만에 찾아온 유동성 장세
지난해 가을 코스피 지수가 2050을 돌파할 때는 시장 금리(국고채 3년)가 2.2% 내외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경기 부양 의지가 확인된 만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지원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따라서 정책 효과의 기대가 주식시장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존재했다. 즉 주식보다 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았던 시절이다. 그런데 현재 코스피가 비슷한 수준에 자리해 있지만 국고채 3년 금리는 기준 금리(1.75%)를 밑도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지난해 가을과 코스피의 위치는 같지만 채권 대비 투자 매력은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 차이가 유동성 프리미엄을 더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시장 금리가 기준 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중앙은행의 긴축 완화 의지가 아주 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다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시중 통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가 반복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슷한 유동성 조건에 자리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파극에 나오는 약장수는 말한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상품이 아니라고, 또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자는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 주식시장이 상승 국면에 진입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수 있지만 10년 만에 금융 장세가 찾아왔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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