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조직 문화·역량 구축의 첫걸음…투명성·민첩성·협력 ‘필수’

기업들이 올해 첫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연초에 세웠던 사업 전략들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는지 그 결과가 확인되고 있는 시점이다. 몇 년 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연말에 마무리하고 사업 전략이나 이에 따른 조직 개편을 조기에 서두르는 것은 조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연초부터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최근 기업들의 컨설팅 니즈를 분석해 보면 과거와 달리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투자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들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기업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마케팅이나 영업에 집중해 우선순위에 밀려 있었던 조직 진단, 구성원 인식 조사, 보상 수준에 대한 분석, 리더들에 대한 진단과 개발 등의 이슈가 상반기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방적인 톱다운 방식의 목표 하달이나 지시에 의존하기보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원 충성심·핵심 인재 확보 ‘비상’
헤이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 몰입(Engagement)과 몰입 환경(Enablement)이 잘 갖춰진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약 4.5배의 매출액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매년 전 세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경영관리의 우선순위와 도전 요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CEO 콘퍼런스 보드’의 2015년 발표 결과를 보면 대다수의 CEO는 제품 개발과 프로세스에 대한 혁신, 구성원들의 역량 개발과 함께 직원들의 몰입도 제고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오랜 기간 기업 경영의 최우선 순위였던 단기 관점의 매출 성장이나 비용 절감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직원들의 책임감과 로열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직 몰입도 제고와 이를 뒷받침하는 강한 조직 문화, 조직 역량의 구축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기업의 외형적인 성과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 내에 복구됐지만 구성원들의 사기나 몰입 수준의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원들의 몰입 수준은 단기적인 보상의 상승이나 단발성의 이벤트로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과거 수차례의 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력을 감축하고 보상 수준을 합리화하면서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기업의 체질 개선에는 큰 효과를 봤지만 직원들의 로열티 확보나 핵심 인재 유지에는 상당 부분 타격을 입었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경영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만큼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헤이그룹은 향후 예상되는 환경 변화와 관련해 기업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메가트렌드를 제시했다. 6가지의 메가트렌드 중에서 개인주의 성향과 다원화된 가치 체계, 생활 깊숙이 스며든 디지털화와 기술의 컨버전스 그리고 고령화·다양화로 대변되는 인구통계학적 변화 등이 구성원들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감안해야 하는 주요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주의 성향은 보상이나 승진 같은 전통적인 요소보다 조직으로부터의 인정, 자기 개발 기회, 업무에 대한 자기 주도성, 일과 삶의 균형 등과 같은 ‘소프트 팩터’와 함께 직원의 충성도와 조직 몰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조직의 리더가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가지던 시대와 달리 구성원의 자발적인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팀에 더 많은 자율성을 주면서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상사·중재자·코치 역할 사이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는 향후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때 조직의 운영이나 구성원의 육성, 일하는 방식 등 리더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 간의 무한 경쟁 상황에서는 직원들의 몰입을 유도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유지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수적이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몰입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앞서 말한 환경의 변화 트렌드를 감안하면 투명성, 민첩성과 스피드(Agility), 개인 및 조직 간 협력 등 세 가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몰입의 조건 1 - 투명성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 인식 지수(CPI)에서 한국은 작년 조사 대상 175개국 중 43위에 머물러 있다. 기업의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 수준과 잣대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소셜 미디어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기업은 어항 속의 금붕어와 같이 모든 상황들이 노출돼 있다. 과거에는 조직 내의 소수 인원만 알고 넘어갈 수 있었던 문제들도 요즘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기술적인 진화는 기업의 이미지나 명성을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미국의 직장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글래스도어’라는 웹사이트는 말 그대로 ‘유리문’과 같이 기업들의 보상 수준뿐만 아니라 근무 여건이나 분위기, 업무 강도나 상사들의 리더십 등 회사 내부의 세세한 정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이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헤이그룹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43%가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이 투명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기업의 새로운 생존 공식 ‘몰입’
조직 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기업 투명성에 대한 책임 부서를 명확히 하라. 여러 부서에서 다른 의미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은 투명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다. 회사의 비전·전략·목표 등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서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보상 정책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라. 직원들의 설문 조사에서 항상 가장 낮은 점수를 차지하는 것은 보상 만족도다. 실제로 분석해 보면 낮지 않은 보상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보상 원칙이나 기준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아 생기는 커뮤니케이션상의 오해가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성과 관리에 대한 기준과 프로세스를 명확하게 공유하라. 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은 성과 관리에서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일 수 있다. 다만 평가자들이 평가 기준을 직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잘 설명하고 피드백 과정을 통해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평가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몰입의 조건 2 - 민첩성
“가장 크거나 가장 영리한 종보다 가장 빨리 적응하는 종이 생존한다”는 찰스 다윈의 말은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명제다. 불확실성은 기업의 구성원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하게 되고 적시에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러한 불안감이 더 커지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명확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인 요소다.
헤이그룹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43%의 응답자가 자신이 속한 기업이 사업 환경이나 시장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제공되는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50% 정도가 이러한 교육 참여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리더들의 의사 결정 권한이 지속적으로 위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위 역할에 집중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조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접근이 필요할까. 첫째, 현장에서 즉각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라. 급변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지식의 습득은 매우 중요하다. 현장에서 필요한 학습이 적시에 진행될 수 있도록 권한의 과감한 위임이 필요하다. 둘째, 모든 레벨에서 각 역할에 맞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영국의 한 물류회사는 의사 결정의 신속성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라는 의사 결정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사원급부터 본인의 역할 범위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기준을 통해 신속한 의사 결정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셋째,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디지털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전통적인 대면 보고나 서면 보고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할 수 있다. 스페인의 통신 회사 텔레포니카는 6만 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빠른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몰입의 조건 3 - 협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의사 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 동시에 각 조직 간의 효과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최근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계층 간, 조직 간 소통과 협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헤이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팀 단위의 협력은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지는 편이지만 팀 단위를 벗어난 조직 간의 협력은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는 본인이 속한 조직 외부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고 40%는 조직 간의 협력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돼 있지 않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공유하고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조직 내 효과적인 협력 구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조직 내 협업 팀을 활성화하라. 기능이 다른 조직 간의 성과 지표를 공유하게 하거나 협업이 필수적인 조직은 다기능(Cross-functional) 팀 구성을 통해 효과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시니어 리더십 팀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라. 대다수의 국내 기업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이슈는 사업부·부문 단위의 임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톱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경영진 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동시에 임원들이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리딩해야 한다. 셋째,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라. 조직 간 협력의 단절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된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으로부터 기인한다. 주기적인 설문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협력이 필수적인 조직에는 어떠한 이슈가 있는지 파악하고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의 자발적인 몰입은 요즘과 같은 복잡하고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차별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의 몰입 수준을 정확하게 확인하기도 쉽지 않고 또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헤이그룹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면서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직원들의 비중이 평균적으로 전체 직원의 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절감을 느끼는 구성원들은 책임감이나 주위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나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이들은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조용히 조직을 떠난다. 조직에서 이러한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들이 생기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발견된 이슈나 문제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호준 헤이그룹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