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회장, 결백 주장하며 자살…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
“혐의가 없고 결백한 만큼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곁에 묻어 달라.”성완종(64) 경남기업 전 회장이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해외 자원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성 전 회장은 4월 9일 새벽 유서를 남긴 채 잠적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경찰은 1500여 명의 병력과 헬기를 동원해 휴대전화 신호가 포착된 북한산 일대를 10시간 넘게 수색했다. 성 전 회장은 같은 날 오후 3시 반쯤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부근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상태로 경찰 수색견에 의해 발견됐다.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 눈길
성 전 회장이 남긴 자필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혐의가 없고 결백한 만큼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곁에 묻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 8일 성 전 회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아니라 MB 정부의 피해자”라며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13세 때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상경해 1977년 충청 지역에서 서산토건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경남기업을 인수해 회장 자리에 오른 성 전 회장은 사업 영역을 전국으로 확장함과 동시에 해외 사업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경남기업을 성장시켰다. 경남기업의 시공 능력 평가 순위는 2014년 기준 26위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선진통일당 소속으로 충남 서산 태안 지역구에 출마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이 합당하면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적을 옮긴 그는 2013년 새누리당 충남도당 위원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정치적 보폭을 넓히려던 성 전 회장은 2014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총선 전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 주민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돼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다. 경남기업의 상황도 악화됐다. 2013년 4대강 담합에 적발, 관급 공사 입찰 제한을 받으며 타격을 받았고 자원 외교 사업에 따른 적자도 급격히 늘어났다. 두 번의 워크아웃을 거친 경남기업은 결국 2015년 3월 11일 영업 손실 누적에 따른 경영 악화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한편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한 언론에 2006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1억959만 원)를, 2007년 허태열 전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 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모두 부인하고 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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