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보다 ‘최적’ 제품 필요…시장형·고객형 인재 키워야
우리 회사는 기술 수준이나 제품력에서 경쟁 회사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자질이나 업무 능력 역시 우수하고 자부심 또한 강한 편입니다. 그런데도 경쟁 회사에 비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한참 적습니다. 시장점유율 격차도 상당히 벌어져 있습니다. 회사는 그동안 경쟁 회사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우리 회사의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디자인과 품질에서 경쟁 회사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경쟁 회사와의 간극은 여전히 벌어져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개선 노력도 계속하고 있지만 핵심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 답답합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입니다. 시장이라는 핵심 요소를 망각한 채 기술적으로 더 앞서고 디자인적으로 더 세련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만드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 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고객은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디자인이 고급스럽다거나 첨단 기술로 무장했다고 해서 필요 없는 것을 사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임직원들의 모든 관심은 일차적으로 시장으로 향해 있어야 합니다. 경영학의 그루로 존경 받고 있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인들에게 종종 “우리의 비즈니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이 실패하는 제1 원인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혼동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 회사가 성공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고객”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회사 성공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고객
귀하 회사가 경쟁 회사를 따라잡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는 데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 피터 드러커의 이야기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혁신의 목표는 언제나 고객 만족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이 혁신할 때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기술·판매·이익 등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상당수는 고객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고객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해서가 아니라 자체 판단에 따라 최고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생각한다면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최고 제품을 생산하는 데 관심을 쏟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는 게 아니라 시장을 창조하려고 듭니다.
기업을 시장 친화적으로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임직원들의 관심을 내부에서 시장으로 바꿔야 합니다. 내부에서 끼리끼리 모여 앉아 의견을 교환하고 의사를 결정할 게 아니라 시장을 조사하고 고객의 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경영 활동의 출발은 언제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변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게 기업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경영자는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상담원이 고객과 상담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전 직원들에게 중계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인은 소비자들로 구성된 대규모 체험단을 운영해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도록 한 뒤 평가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외부 전문 회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합니다. 이렇게 체험단을 운영하고 시장조사 결과를 받아보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경험이 많은 경영자들은 이 비용을 아끼지 않습니다.
둘째, 직원들이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회사가 내놓는 가장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최고’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맞는 ‘최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임직원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 직원을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표창하십시오. 반대로 고객의 요구를 알고도 반영하지 않는다면 책임을 물으세요. 임직원들에게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단순한 권장 사항이 아니라 의무 사항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상당히 효과가 있습니다.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활용하면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고객의 소리를 듣고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고객 지향적 인재로 채우십시오. 지식이나 기술에서 앞선 인재가 아니라 고객에게 최상의 만족을 제공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세요. 최고의 제품만 고집하는 ‘장인형’ 인재가 아니라 시장을 중시하고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시장형’ 인재나 ‘고객형’ 인재를 선별하세요. 승진과 전보 때에도 고객 만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임직원을 우대하십시오.
기업에 고객 지향적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 지향적 인재가 많지 않고 이들이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제도나 시스템보다 사람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조직 안에 고객 만족을 중시하는 임직원이 많아지고 그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고객 지향적 기업 문화는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겁니다.
‘고객 지향’으로 약점 극복한 한국 기업들
만약 고객 지향적 기업 문화를 빨리 정착하고 싶다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먼저 고객 지향을 실천해 보세요. 기업 문화의 뿌리는 CEO입니다. 기업 문화는 상위 직급에서 하위 직급으로 흐르기 때문에 CEO의 성향이 가장 많이 반영됩니다. 따라서 CEO가 적극적으로 고객 만족 실천에 나선다면 회사 전반에 고객 지향적 문화가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기업이 후발 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을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유럽·미국·일본의 기업에 비해 한국의 기업들은 최고의 제품보다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둬 왔습니다.
한국 제품은 다른 선발 기업의 제품에 비해 디자인·기능·가격이 매우 다양합니다. 이것은 한국 기업이 기술·디자인·아이디어가 부족한 후발 주자여서 추격자 전략을 채택한 때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기업의 사업 전략에 시장 지향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최고가 아니라 최적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은 언제나 최고가 아니라 최적이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만들고 공급하고 서비스하는 회사가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는 것을 한국 기업들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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