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흑자, 유로존은 괴로워
이제는 잊혀 가고 있는 이름인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전 의장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정치적 성향에 걸맞게 브루킹스연구소(미국 내 진보 계열을 대표하는 사회과학 연구소) 홈페이지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의장 시절에 참았던 말을 최근 블로그에서 내뿜고 있다. Fed 의장 출신답게 첫 주제는 ‘금리가 왜 이렇게 낮은가(Why are interest rates so low)’였다. 이 글과 관련해서는 로렌스 서머스 전 Fed 의장 후보가 반박하는 등 버냉키 전 의장의 블로그 행보에 관심들이 많은 상황이다.

블로그 내 글 중에서 흥미로운 제목의 글이 있다. 독일 무역수지 흑자와 관련된 글이다. ‘독일의 무역수지 흑자가 문제다(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가 원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까지 받아 본 우리로서는 무역수지 흑자가 문제라는 지적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글을 보다 보면 차츰 설득이 된다. 대안 없는 비판이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필독할 만하다.

버냉키 전 의장의 글을 요약하면 현재 상황이 가장 좋은 독일이 많이 팔고 적게 쓰면 필연적으로 외부 국가들의 경기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전히 위태로운 유로존 내 많은 국가들의 경기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이는 유로존 내 국가들의 재정 불균형을 초래하고 디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켜 독일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그 해결책으로 독일이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인프라 투자 확대 ▷임금 상승 ▷국내 투자와 관련된 완화적 정책 등이다. 결국 독일 내 유효수요를 늘려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고 유로존이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도 이제 욕심을 버리고 양보할 때다. 독일 정부가 돈을 푼다면 투자처는 명확하다. 유가가 낮아지긴 했지만 에너지 수입이 많은 독일로서는 에너지 자립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다. 독일의 막대한 재정자금이 향할 곳은 아마도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일 것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