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불구 소비지출 감소…저축률 꾸준한 상승

소비 대신 저축 늘리는 미국인들
미국 경제의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4월 초 발표된 3월의 고용 지표가 최악으로 집계되면서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12만6000명이었다. 전문가들의 예측치인 24만5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1~3월 월평균 신규 고용자 수는 19만7000명으로 지난해 4분기 월평균 32만4000명의 60% 선에 그쳤다. 3월 실업률은 5.5%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는 경제 활동 참가율이 떨어진 데 따른 일종의 ‘착시 현상’에 불과했다.

미 경제성장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경기도 비틀거리고 있다. 2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0.6% 감소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일자리 증가율과 소매 판매 증가율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비경기 냉각은 2월 겨울 혹한으로 소비자의 외출이 줄어든 영향이 컸지만 “가계가 소비에 신중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저축률이 작년 11월 4.3%에서 12월 5.0%, 올해 1월 5.5%로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유가 하락이 소비를 촉진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가고 있다. 국제 유가는 2014년 6월 이후 50% 정도 급락했다. 미 휘발유 평균가격이 6년 만에 최저치인 갤런(3.78리터)당 2.03달러로 떨어진 올 1월 개인 소비지출은 0.2% 감소했다. 개인들이 휘발유에서 절약한 돈을 저축으로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 확대가 향후 경기의 관건
일각에서는 3월 고용 쇼크가 추세적인 둔화라기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월과 5월의 고용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4월 6일 한 연설에서 최근 고용 지표 악화를 비롯해 1분기 경기 하강에 대해 “겨울의 이상 혹한과 달러 강세, 저유가의 단기적 충격 탓이 크다”며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들리 총재는 개인의 저축률 상승세를 언급하면서 “저축이 얼마나 소비로 이어질지가 앞으로 경기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3월 악화된 고용 지표 발표 후 올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JP모건은 0.6%로 낮췄다. 기업 실적 집계 업체 팩트셋리서치는 올 1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줄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 경제의 소프트패치로 중앙은행(Fed)의 기준 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고용 지표 악화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Fed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4월 6일 유로당 1.098달러를 기록해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발표될 소매 판매, 제조업 생산, 고용 지표 등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달러 강세 기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