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펀제’ 행사서 하루 만에 204만 대 판매…입소문으로 자금력 열세 극복

철저한 팬 관리로 ‘샤오미 신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는 지난 4월 8일 또 하나의 기록을 달성했다. 샤오미가 미펀(米粉:중국어로 좁쌀을 뜻하는 ‘미’와 팬을 뜻하는 ‘펀’을 합친 말)을 위한 할인 행사인 ‘미펀제(米粉節)’를 실시한 이날 20억 위안(3517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를 통해 판매된 스마트폰은 204만 대다. 2014년 미펀제의 130만 대 기록은 물론 같은 해 11월 11일 알리바바의 ‘광군제(光棍節:솔로데이)’ 행사에서 올린 190만 대 기록을 깼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가 4월 1일 예약 판매를 실시한 뒤 6일까지 엿새간 25만 대 예약을 받은 것에 비하면 샤오미의 미펀제 실적은 돌풍이라고 할만하다.

2010년 4월 6일 창업한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2011년이다. 그로부터 3년 만인 2014년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한 샤오미의 성공 비결은 뭘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철저한 팬 관리를 꼽았다. 샤오미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미펀제가 대표적이다.


“팬과 친구가 돼라”
첫째 미펀제는 2012년 4월 6일 샤오미 창립 2주년을 기념해 베이징 예술구인 798에서 1000여 명의 팬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레이쥔(雷軍) 최고경영자(CEO)와 샤오미 팬과의 미팅 행사 형식을 취했다. 이날 샤오미가 공개한 10만 대의 스마트폰이 6분 만에 매진됐다.

2013년 미펀제는 4월 9일 베이징 국가컨벤션센터에서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샤오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해 누적 포인트 100점 이상인 충성도 높은 고객만 입장권(199위안)을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입장료 판매 수익은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2014년과 2015년 미펀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진행됐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130만 대에서 204만 대로, 총주문량은 226만 건에서 290만 건으로 늘었다. 매출은 지난해 15억 위안에서 올해엔 20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샤오미가 2~3주에 한 번씩 중국 전역에서 미펀을 위한 파티를 여는 것도 팬 관리 서비스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항저우의 공장에서 월 670달러를 받고 일하는 간쑤성 출신의 농민공이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된 사례를 들었다. 그는 매일 밤 2~3시간 정도 샤오미 게시판에서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샤오미 커뮤니티에서 ‘VIP’ 자격을 얻은 배경이다. 그는 샤오미로 부터 웹캠과 와이파이 스마트 플러그 어댑터 등을 선물로 받았다.

샤오미가 팬 관리 서비스에 주력한 건 후발 주자로서 부족한 자금력으로는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 마케팅에 주력했다. 저비용으로도 고품질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샤오미의 해외 마케팅 총괄 책임자인 아만다 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보편적인 성공 공식이 있다. 그 첫째가 팬들을 이해하고 팬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 고위 임원들은 시간을 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온라인상에서 질문에 답도 한다. 레이쥔 CEO는 미펀제 행사 소식을 실시간으로 웨이보에 올릴 만큼 인터넷 소통을 중시한다.

샤오미의 첫 팬은 ‘미유아이(MIUI)’를 테스트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당시는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도 전이었다. MIUI는 샤오미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든 커스텀 모바일 인터페이스다. 이후 중국 안팎으로 샤오미 팬클럽이 생겼다. ‘고객’ 이전에 ‘팬’을 확보한 게 샤오미의 성공 비결인 셈이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